LOG BOOK
[#3] 사회혁신의 항해일지가 도착했습니다 
2019.09.05

출처=Freepik
오늘의 콘텐츠 
# 에디터노트
# 일상에서의 실험, 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윤찬영 현장연구센터장 인터뷰)
# <문제정의>편 독자 리뷰 (성남시민 김태완님)
# 구인공고 (이노소셜랩에서 동료를 찾습니다)
# 다음 로그북에서는
   
# 에디터 노트
이번 로그북은 예고대로 <리빙랩>이란 개념을 다룹니다. 

사실 리빙랩 주제를 잡던 당시에도 개념을 명확히 알지는 못했어요.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어 사회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면 그게 리빙랩인 줄 알았습니다. 수혜자 중심의 문제해결이란 측면에서 디자인 띵킹(Design Thinking) 개념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개념과도 중첩된다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개념들이 생태계 내에 혼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되더라고요. 하지만 리빙랩의 아이콘 윤찬영 센터장님(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현장연구센터)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빙랩>이 단순히 사회 혁신을 위한 방법론이 아닌, 사람과 지식이 모이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알게됐어요. <리빙랩>이 담고있는 유의미한 가치들도 발견했답니다. 

인터뷰 내용 궁금하시죠? 항해에 동참하고 계신 로그북 독자분들께 인터뷰 현장을 짧고 굵게 전달해 드릴게요.
       
# 일상에서의 실험, 왜?
센터장님, 리빙랩이란 뭔가요?

사회문제를 인식한 주체가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위해 실험을 설계해요. 여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합니다. 이런 실험 자체 또는 실험이 이뤄지는 공간을 리빙랩이라고 부릅니다.
 
리빙랩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는 현장’, ‘참여그리고 실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가 발생하는 장소에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가설을 가지고 실험해 보는 거죠.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직접 해결사가 되고 모든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게 돼요. 말 그대로 실험이기 때문에 가설 검증에 실패하면 또 다른 가설을 세워 실험하고, 가설 검증에 성공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임팩트를 확대해 나가는 거죠.
 
시민들이 주도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거라면
사실 리빙랩 자체가 엄청 새로운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맞아요. 실제로 리빙랩에 대해 설명하면 많은 분들이 나도 비슷한 거 해봤는데?’라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새로운 개념은 아니에요. 시대, 지역,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거든요. 앞에 설명한 대로, 지금은 문제를 직접 경험한 주체가 실험의 기획과 결정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관찰자 입장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해소하려는 노력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신 그라민 은행의 설립 과정도 리빙랩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봐요.  1970년대 방글라데시 시골 마을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가난한 여성들에게 담보나 보증인 없이 소액 대출 서비스를 제공했고, 대출받은 서민들은 이 돈으로 장사를 시작하거나 본인만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냈어요. 대출금 상환도 원활히 이뤄져 대출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서민들의 빈곤 문제가 크게 해소될 수 있었어요. 소액 대출을 통해 빈곤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당시의 실험은 초반에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유누스의 실험은 성공적이었죠.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다양한 국가의 금융 기관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한 혁신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혁신학교의 시작도 리빙랩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폐교를 앞두고 있던 경기도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작은 학교만의 매력을 강화해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보고자 했죠. 교육청의 지시보다는,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의견을 모아 오직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늘려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를 높이고 시험제도를 폐지해 학업 부담을 줄였어요. 특기 적성 교실을 제공해 배움의 기회를 다양화했죠. 이 실험의 성공은 대안 공립학교의 출발이 되어 현재의 혁신학교로 발전됐어요.
 
리빙랩에 대해 알아보면, IoT활용 등 과학기술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그런가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리빙랩에 대한 연구 보고서들을 보면 실험의 주체와 목적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기는 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리빙랩을 세 유형으로 분류해요첫째로, 기술에서 출발한 리빙랩이 있어요. 기술은 존재하나,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을 때 활용방안을 찾는 실험이 여기에 해당돼요. 특히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활용 방안을 공모하는 형태로 나타나죠.
 
둘째로, 문제 인식이 있고 해결 방안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형태로 리빙랩을 시도할 수 있어요. 문제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한 대학의 리빙랩에서는 의료 서비스 취약계층의 안저 병변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기반으로 리빙랩을 통해 조기 진단을 위한 휴대용 안저카메라를 개발했어요. 사용화, 보급 분야 기관들, 기술 개발자와 함께 휴대형 안저카메라 사양 결정을 위한 1차 실험, 성능 고도화를 위한 2차 실험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나갔어요.
 
마지막으로, 기술과는 상관없이 사회문제를 시민주도로 해결해가는 유형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독산 4동 공유 주차 리빙랩 실험이 좋은 사례인데요.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독산 4동 주민들이 공유 주차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로 인한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했어요. 주차 문제도 그렇지만, 사람 중심이어야 할 골목이 그 기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해당 문제에 대한 공감을 얻고 함께 골목 실험실을 운영해가며 공유 주차 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죠.
 
굳이 분류를 하긴 했지만,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보지는 않아요. 과학기술이 활용돼야만 제대로 된 리빙랩이라고 보는 시각에 비판적이에요. 중요한 건 시민 참여와 현장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사회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 보여요
리빙랩은 정부가 주도할 때 시너지가 가장 클까요?

누구든 주도할 수 있어요.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경제조직이 될 수도 있죠. 지역 자원봉사지원센터도 할 수 있죠. 중요한 건, 누가 주도하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죠.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순 없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사회 혁신은 시민의 일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시민은 자원이 충분치 않으니 정부나 기업이 가진 다양한 자원들이 뒷받침이 되는 게 중요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시민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주도자라기보다 협력자, 파트너로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가 가진 권한을 내려 놓을 필요가 있죠. 그런 점에서 정부(행정) 혁신은 리빙랩, 또는 사회 혁신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함께하려면 소통과 협력이 중요해 보여요.

맞아요.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사실 소통과 협력의 경험이 우리에게 참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오래전부터 시도해 온 민관협력도 여전히 어려운 게 사실이잖아요? 실험은 정말 말 그대로 실험인데,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실험 자체의 가치를 굉장히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부나 기업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회 혁신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고, 그중 리빙랩과 같은 실험사업도 있는데, 아쉬운 점은 여전히 그 실험들에 대해 성과를 요구한다는 겁니다. 실험을 통해 가설의 가설의 옳음 또는 틀렸음을 확인하면 우리는 또 다른 실험과 도전을 준비할 수 있어요. 이건 굉장히 유의미한 성과인 거죠. 누군가의 실험을 통해 다른 이에겐 새로운 가설을 실험해 볼 기회가 생겨요. 그러기 위해선 기존 실험의 가설은 무엇이었고, 어떤 방법으로 가설을 검증하려 했는지 등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누구든 확인할 수 있어야 해요. 데이터를 남기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때 모든 실험이 유의미해질 수 있을 거예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해요


# <문제정의>편 독자리뷰

로그북의 독자이면서, 문제정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성남시민 김태완 님이 로그북 문제정의’편에 대해 멋진 코멘트를 남겨주셨습니다. 함께 음미해보아요.
 
문제정의는 소수의 누군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함께했을 때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문제정의는 구성원들이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맥락 위에 있는 문제인지를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같은 언어로 규정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문제정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문제정의가 습관화되면 일 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문제정의의 과정이 영향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과 함께 문제정의를 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저희들 스스로도 순간순간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하는가를 고민하게 됐고, 팀 내에서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이런 대화가 습관화되면 다른 업무에서도 그리고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문제정의'적 사고를 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예를 들어 모순을 찾거나, 어떤 맥락에 놓인 문제인가를 생각하거나, 성공의 정의는 무엇인가 토론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 팀은 한번의 문제정의를 해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문제정의'적 사고를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독자 김태완님-

#구인공고 (이노소셜랩에서 동료를 찾습니다!)
[지원조건]
- 3~8년차 컨설턴트 
- 사회혁신 관점에서 사회공헌을 고민하시는 분
*2019년 12월까지 수습기간 있음
(수습 기간 내 급여 100% 지급, 4대 보험 적용)

[주요업무 (협업 또는 리드)]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평가, 기업사회공헌 전략 및 주요 실행과제 제안, 
기업봉사 새로운 KPI연구, 사회공헌포럼 기획 및 운영, 사회혁신 방법론 연구 등

[주요 근무지]
광화문, 선릉 주변

[접수방법]
제출 서류: 자유 양식의 소개서(희망연봉 기재), 포트폴리오 각 1부
접수 방법: 이메일 접수 (isl@innosociallab.com)
접수 마감: 2019. 09. 15. (일) 11:59p.m.
기타 문의: isl@innosociallab.com

    
#다음 로그북에서는
<배분>이라는 주제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전략기획본부 김희정 과장님과 이야기 나눈 뒤 찾아 뵙겠습니다. <배분>에 대해 평소 가지고 계신 생각이나 궁금하신 점을 남겨주세요.  
      
      
      
(주)이노소셜랩
isl@innosocia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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