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DF 뉴스레터로는 처음 인사드리네요. 지난 7일부터 미래팀에 합류한 이승재 기자입니다. 그동안 정치와 사건사고 기사를 많이 썼었는데요, 미래팀에서는 지적인 구독자님들과 함께 모든 게 예측 불가능하고 뒤바뀌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 저희가 인터뷰를 했으면 하는 인물이 있으시면 언제든 메일(sdf@sbs.co.kr)로 의견 주세요.

 

그러면,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드리는 ‘SDF 다이어리’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6.1 지방선거 때 다들 투표하셨죠? 기표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요, “지금이 2022년인데 아직도 투표용지에 빨간 도장을 찍어가면서 투표를 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대선 사전 투표일엔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이 아닌 ‘우체국 소포 상자’나 ‘바구니’에 담겨서 전달되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기기도 했었는데요. 스마트폰으로 돈을 주고받고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도 하는 세상인데, 우리의 선거 방식은 왜 원시적인 걸까요? IT 강국인 우리가 투표를 오프라인과 함께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하는 건 어려운 일일까요?

‘온라인 투표’ 전 단계로, ‘전자 투·개표’라는 게 있습니다. 은행 입·출금기를 사용하듯이 손가락으로 컴퓨터 화면을 눌러가며 후보자를 선택하고 이때 입력한 것을 자동으로 집계해주는 건데요. 중앙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2006년에 60억 원을 들여 ‘전자 투·개표’를 개발했지만, 실제 선거에는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인데요.

 

정치인들이 반대한 이유는요, “누군가 시스템을 해킹해서 당선자를 조작할 수 있다.”, “전산오류로 엉뚱한 사람이 당선될 수 있다.”, “우리 지지층은 컴퓨터로 입력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등이었습니다. 결국, 전자 투표는 도입되지 못했고 기껏해야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때 정도만 잠깐 활용됐습니다.

우리 정치가 이렇게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기술은 더 발전해서 ‘블록체인(Block Chain) 기반의 온라인 투표’까지 나왔는데요, 암호화폐에 사용되는 ‘블록체인’ 많이 들어보셨죠? 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투표했다는 기록이 암호화 돼서 여러 장치에 전달되고 공유된다고 합니다. 투표 내용을 조작하려면 여러 컴퓨터를 다 해킹해야 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긴데요.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SDF팀이 두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먼저 사이버 보안과 안보 분야 전문가인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부터 만나볼게요.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 뭘까요?”

“사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성입니다. 실행의 변화가 모든 코드 안에 다 기록돼 있고 누구나 볼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 기록을 변경시키려면 51%가 참여하고 동의를 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해커가 그 기록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온라인 투표를 하게 된다면 투명성이 보장되고 개표 조작이라든가 투표 조작이라든지 이런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벤치마킹 할 나라가 있을까 싶어서 알아봤는데요, 전문가들 대부분이 북유럽의 에스토니아를 꼽았습니다. 그래서 ‘에스토니아 중앙 선거관리위원회’(Estonian National Electoral Committee)에 들어가서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19년 국회의원 선거 보고서‘를 살펴봤는데요, 전체 유권자의 43.8%가 온라인으로 투표를 했습니다.

에스토니아 선관위는 지난 2017년 지방선거 때보다 온라인 투표가 12.1%p 올랐다면서 투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올라갔다고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에스토니아 인구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를 합친 것보다 적은 125만 명이라고 해도, 이러한 시도와 노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데요.

출처 : 에스토니아 중앙 선거관리위원회

우리나라도 언젠가 온라인 투표가 이뤄질 것에 대비해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중앙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천만 명이 비대면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자 투·개표’ 때처럼 개발만 해놓고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선관위 입장에선 일단 대비는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학계는 정치권과 달리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최근 한양대 오현옥 교수 연구팀은 투표의 비밀성을 더 강화한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유권자용 모바일 앱(APP)까지 내놨는데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떤 건가요?”

“공개 블록체인에서 안전하게 투표를 하려면 우리가 그냥 블록체인만 썼다라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게 아니고요. 내가 투표했는데 이 내용을 다른 사람이 몰라야 되겠죠? 비밀 투표도 보장이 되어야 될 거고, 이 비밀 투표가 보장이 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러면서도 내가 투표한 내용이 실제 개표에 들어가서 이 개표 결과에 반영이 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겠죠? 매표 행위도 막아야 되고. 이 부분이 개발에서 어려운 부분입니다.”


"공개된 블록체인으로 들어갈 땐 투표 내용이 암호화돼서 들어가고요. 암호화돼서 들어가도 이게 맞게 암호화됐는지 확인이 돼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내가 한 사람에게 제대로 투표했는지가 보장이 안 되면 안 되거든요. 이 기술을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이라고 부릅니다. 이 기술을 사용해서 ‘한 사람이 한 번 투표했고, 이를 암호화했다’는 것을 투표 데이터에 같이 붙이는 것입니다. 투표 내용은 모르지만 투표 한 것을 모든 사람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유권자용 앱을 다운받아 사용 해봤는데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투표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뒤에 ‘유권자 인증서’를 받고 선거 페이지에 들어가 후보자를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끝났는데요, 물론, 투표 내용은 암호화돼서 블록체인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요. 개표를 시작하게 되면 암호가 풀리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오현옥 교수 연구팀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가 도입되면 유권자가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선거비용도 크게 아낄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도 물론 훌륭하지만, SDF팀이 혹시나 하고 기대하는 것은 온라인 투표가 ‘정치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줄여주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요즘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와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하는 일이 계속되다 못해 심각한 수준이 돼버렸는데요, 정치인들은 선동가가 되어서 이 분열과 갈등, 분노, 적개심을 더 키우고 있고요, 이렇다 보니 요즘 정치·사회학과 교수들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퇴보’ 또는 ‘위기’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에 국민들의 의견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바로 전달된다면… 국민투표와 같은 효력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전해진다면… 불필요한 논쟁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요? 온라인 투표로 국민들의 생각을 알게 됐으니 정치권이 진영논리와 극단에서 벗어나 합의점을 찾기 위해 토론을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그런 비생산적인 토론 말고요.

“사회가 다양화되고 융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말 0과 1밖에 없어요. 양극화가 돼서 사실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0하고 1사이에 무수히 많은 숫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중도파가 설 자리가 없는 거예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한 번 동지이면 영원한 동지이고 한 번 적이면 영원한 적이에요. 그런데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인이 말을 하거나 글을 썼을 때 어떤 의도로 했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가 있어요. 작성자 의도와 다르게 글을 조작하고 그런 것을 블록체인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거든요.” 

“투표는 사실 조용한 다수의 의견이 반영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투표가 되면, 자신의 생각을 크게 말하지 못 했던 사람들의 의견이 더 반영이 되어서 오히려 팬덤정치를 완화시키는 그런 순작용을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IT 기술이 만능은 아니겠지요. 소셜 미디어가 더 많은 이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 해서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극단주의를 더 극단으로 몰고 가는 정치 양극화의 토양이 돼버렸으니까요. 그래도 투표 방식에 변화를 줄 때가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십 년째 종이에 도장 찍어서 하는 투표는 더더욱 말이죠. 어떠신가요? 블록체인 투표 한번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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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DIARY 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 : 5년 뒤, 10년 뒤에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있습니다. 2004년에 입사해서 정치와 사건사고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급성 백혈병을 앓아서 휴직을 했다가 최근에 미래팀으로 복직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백혈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최예진 작가 시사뉴스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채희선 기자 : 2010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건, 법조, 경제·산업, 방송통신정책, IT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뉴미디어국 비디오머그 등에서 일하면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22년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서 무엇을 보도해야 할지, 구독자님들과 소통하며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최성락 피디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최유진 작가 :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은 작가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SBS D 포럼을 만들며 배워나가는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유익한 콘텐츠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다양성, 꿈, 데이터, 민주주의, 존엄성을 화두로 깨어있는 개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SBS D포럼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팀원들과 함께 행복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BS D포럼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한걸음씩 잘 진화해 나가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하게도 그 선한 영향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소희 아트디렉터 : SD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감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 손이 닿은 곳에서도 공감과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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