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시 여름맛 하면 초당옥수수겠죠? 제가 초당옥수수를 처음 먹어봤던 건, 출판사에 다닐 때 즈음이니까 2016년입니다. 당시에 다니던 출판사 대표님이 제주도 분이시라 그랬나....왠지 초당옥수수가 사무실에 있었던 기억이 나요. 먹어보자 마자 약간 눈이 반짝! 해져서 엄마도 한 박스 주문해주고 했던 것 같아요. 이후로 약 5년째, 초당옥수수는 제 여름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저는 매해 현선농장에서 초당옥수수를 구입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수확 시즌에 농장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찰옥수수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많이 먹기에는 차진 전분질이 조금 부담스러운 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초당옥수수는 아삭하고, 달콤해. 정말 너무 맛있는거죠. 이 맛을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요. 심지어 저희 집 강아지 별이도 초당옥수수를 제일 좋아해요. 제가 옥수수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시작하면 땡 소리가 날때까지 옆에 서서 막 발을 동동 구릅니다. 빨리 달라고요.

초당옥수수는 워낙 단맛이 빨리 빠지기 때문에, 서둘러 먹어야합니다. 그 덕분에 요즘은 매일 옥수수 파티를 하고 있어요. 초당옥수수 수프를 끓이고, 초당옥수수 솥밥을 하고, 초당옥수수 여름 파스타도 만들었습니다. 주말에는 초당옥수수를 넣어 훠궈를 끓일까 해요. 진짜 대박 맛있거든요? 아, 옥수수를 둥근 토막이 아니라 세로로 스틱처럼 썰어서 버터를 살짝 바르고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보세요. 거기에 치즈 파우더를 조금 뿌리면 또 진짜 맛있답니다. 맛있을 때 빨리 먹으려면 부지런해야해요. 

초당 옥수수는 단옥수수가 변이를 일으켜 생겨난 돌연변이라고 해요. 그것도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기질이 주체가 되는 열성 변이! 아니 이렇게 맛있는데 열성이라니? 하고 알아보았더니 무릇 옥수수란 덜 익었을 때 옥수수가 가진 당이 전분화되며 옥수수다워지는데, 초당 옥수수는 전분화를 잘 하지 못해 초반의 달콤함을 그대로 가지고 끝까지 자라서 우리 곁에 오게되는거죠. 모든 것이 우성이어야지만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열성이라고 꼭 나쁜 결과가 있는 것만도 아닌 셈입니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맛있는 초당옥수수를 먹고 있잖아요.

그리고 누가 초당옥수수를 열성이라고 기억하겠어요? 열성 우성을 떠나서, 아이덴티티와 장점이 확실하면 뭐든 하나의 장르가 되고, 장르가 되는 순간 다른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저도 장르가 되고 싶기는 합니다. 

사실 요즘 엄청나게 큰 마감을 하고 있거든요. 제 책을 쓰고 있어요. 혼자 쓰는 책은 아니구, 친구와 함께 쓰고 있는 외식업계의 멋진 여성에 대한 인터뷰집이에요. 8월에 초에 책이 나올 예정이라 정말 막바지 원고작업 중이에요. 제가 최근 1달간 신새벽까지 깨어있었던 이유의 팔할이 바로 이 책에 들어갈 원고 때문입니다 :) (홍보하는거 맞습니다 호호 깨알 홍보) 이 책에는 9명의 사람이 소개되는데, 자신의 장르를 찾아가는 사람들, 장르 안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확실하게 찾아낸 사람들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새로운 장르가 된 사람들이 있어요. 6개월에 걸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또 글자로 옮기다보니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궁금해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장르 안에서 제 색을 찾아내게 될까요, 아니면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한참을 더 일하고 걸어야 미래가 보일테지만, 저는 역시 새로운 장르가 되고싶어요. 어떤 장르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만 사람들이 따라걸어보고싶은, 재미있어보이는 장르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걸어볼게요. 그 시간동안 지치지 않으려면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야 할 것 같고, 그만큼 운동도 열심히 해야할 것 같네요 😂

  여러분 신비복숭아를 아시나요? 천도복숭아의 외형에 백도의 속살을 가진 신기한 과일인데요, 6월 말 딱 2주간만 만날 수 있는 과일이라고 해요. 작년부터 궁금은 했는데, 계속 사먹지 못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사봤는데 이거 정말 물건이에요.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요. 택배 박스를 열자 마자 향에 취해서 정신을 못차렸어요. 온 몸을 감싸는 달큰한 복숭아향. 천도복숭아의 향 사이로 아주 달곰한 향이 섞여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맛은 정말 더 좋았어요! 이제 곧 철이 끝난대요. 어디서든 꼭 사드셔보세요. 아셨죠?

 능소화와 자귀가 꽃을 피우고 과일이 단맛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6월의 마지막 레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