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릴 '1.5도'...기후변화 제한 목표치 강화한 IPCC, '0.5도의 차이'가 부를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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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8. 오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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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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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IPCC 의장단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5도 올라가면 여름철 북극 해빙(海氷)이 100년에 한번 꼴로 사라지지만 2도 올라가면 10년에 한번 사라진다.” “1.5도 올라가면 산호 70~90%가 소멸, 2도 때에는 99% 이상 소멸.”

지난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총회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세계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다. 학자들은 이미 지구 환경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지만,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2도’가 아닌 ‘1.5도’로 묶어두면 기후변화 위험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회는 치열한 논의 끝에 예정보다 하루 연장된 6일 오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8일 보고서를 공식 발표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는 지구 온도상승폭을 2도로 제한한다는 공식 목표치를 정하면서 “2100년까지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당장 위협을 받는 나라들은 목표치를 강화하자고 주장하면서 보고서 작성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이번 보고서에서 과학자들은 “2도로는 부족하다”며 1.5도로 목표를 강화할 필요성을 명시했다.

■‘0.5도 차이’가 부를 변화

학자들 계산에 따르면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 지구 기온은 1도 정도 올라갔다. 산술적으로 10년마다 0.2도씩 올라간 셈이지만, 실제로는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갈수록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006~2015년의 평균기온을 측정해 보니 이 10년 동안에만 0.87도 올라간 걸로 분석됐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 상승폭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질학자들은 평균기온이 0.5만 변해도 극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이미 1도 올라간 것에 더해 추가로 0.5만 올라가도 이상기후가 극심해질 것이 뻔하다. 파리협정보다 상승폭을 0.5도 낮춰 잡은 이유다.

보고서는 과학자들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아, “2도와 1.5도는 ‘확고한’ 차이”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올여름 북반구 폭염 같은 극한 기온, 폭우와 가뭄, 강수량 부족 같은 기상이변 위험이 ‘2도 상승’일 때와 ‘1.5도 상승’일 때 큰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와 북미 등에서 평균기온이 2도 올라간 것으로 잡으면 호우 위험이 훨씬 커졌고, 태풍에 따른 폭우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도 상승했을 때 중위도 지역에서 가장 더운 날(극한 고온일)의 기온은 3도 올라갔지만 2도일 때에는 4.5도까지 더워졌다.

남극과 그린란드 얼음이 녹는 속도도 달랐다. 2도 올라가는 것과 비교해 1.5도 오른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 해수면 상승폭이 10㎝ 낮아졌다. 1000만명의 생존을 가르는 차이다. 다만 1.5도 목표를 이뤄도 남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상이 녹아 2100년 이후 수백~수천년에 걸쳐 해수면을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태평양·인도양 섬들과 바닷가 저지대, 삼각주 지역의 침수 피해는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생물 서식지 분포도 온난화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파리협정조차 못 지켜져 2~3.2도 올라가면 지구상 곤충의 49%, 식물의 44%, 척추동물의 26%는 서식지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2도 목표에 맞추면 서식지 절반을 잃는 곤충은 18%, 식물은 16%, 척추동물은 8%가 된다. 1.5도 제한을 달성하면 각각 6%, 8%, 4%로 줄어든다.

■2050년까지 ‘탄소 동결’해야

기후변화는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빈곤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특히 큰 피해를 준다. 2도 올라가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와 중남미의 곡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 영양공급 문제가 심각해지지만 1.5도로 억제하면 기후변화로 빈곤에 처하는 인구가 수억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심각한 물 부족에 노출되는 인구도 2도 올라갈 때의 절반으로 감소한다. 열섬 현상 같은 도시 폭염도 조금이나마 누그러지고,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전염병 위험도 낮아진다.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취약성을 분석한 IPCC 워킹그룹2의 데브라 로버츠 의장은 “어떤 수준이 된들 기후변화에서 안전하지 않으며 세계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걸 이번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며 “(1.5도 제한) 목표를 이루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회와 편익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1.5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전 세계가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0년과 대비했을 때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어도 45%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순 제로(net-zero)’로 만들어야 한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처럼 인위적인 방법으로 흡수해 배출량을 ‘0’으로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더 내뿜어도 되는’ 탄소량, 이른바 ‘탄소예산(carbon budget)’은 4200억~5800억t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인류가 420억t을 뿜어낸 것을 고려하면, 감축 노력을 기울여도 20~40년 내에 배출허용량을 소진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1.5도 달성을 위해 들어갈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2도 시나리오에 비해 3~4배 더 들 것으로 봤다. 1.5도 달성을 위해 시스템을 바꾸려면 2035년까지 매년 2조4000억달러씩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50년까지 저탄소기술과 에너지효율 분야 투자는 5배 늘겠지만 화석연료 관련 투자는 6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늦출수록 전환비용은 늘어나며, 인류의 선택 폭도 줄어든다.

유엔이 2015~2030년 실행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함께 1.5도 계획을 추진하면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는 시너지효과를 가져와, 전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회성 IPCC 의장은 “1.5도 제한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며 전 지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보고서에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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