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글을 쓰다 보면 솔직한 사람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말과 글은 조심해야 한다는 걸 배웁니다. 나는 입천장까지 나온 말을 삼켜야 하는 사람입니다. 나의 언어는 여전히 서투르고 엉성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국어를 배우기로 한 초등학생부터 지금껏 그랬습니다. 머릿속 심상을 그림으로 온전히 그려내지 못하듯, 나의 미진한 붓은 간신히 솔직함 비슷한 것을 따라 내릴 뿐이었습니다. 

쓰다 보면 멋진 사람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무엇도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 아프게 깨닫습니다.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니 텅 비었더라. 텅 비어있는 줄만 알았더니 텅 비어있을 공간도 없더라. 이런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는 초라합니다. 오르고 또 올라도 못 오를 산을 앞에 둔 사람처럼 초라합니다. 수십 개 발자국이 찍힌 길을 바라보는 허망한 숨소리만큼 초라합니다. 

나는 기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물리적 감각이 아닌 무언가로 쫓다 보니까 분명 있는데 보이지 않는 추상을 사랑합니다. 인정받기는 오래전에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인정받는 글을 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내 안에 있는 제3의 검열관에게 인정받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내가 내 속을 향해 자꾸만 귀 기울이다 보면 가운데 명치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으로 고개가 수그러들었습니다. 수그러들어서 제3의 검열관을 만나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버지도 아니고 법률과 도덕도 아니었습니다. 저만치에 숨어서 울먹이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전에는 내가 생각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생각이 없는 편이 맞았습니다. 5분간 주절주절 내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을 때 '그건 다 핑계가 아닌가요.'라고 상대가 말했습니다. 나는 멍해져서는 그만, 당신 말이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곧이어 당신 말이 사실일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게 느꼈는데요, 라는 말을 입천장에서 꿀꺽 삼켰습니다. 나의 엉성하고 서투른 국어로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할 자신이 없어서 였습니다. 쓰다 보면 솔직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는데 나는 오히려 바보 멍청이 겁쟁이가 된 것 같습니다.
2020년 7 첫째 
여전히 서투른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어떤 것들은 거리를 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게는 일이, 글쓰기가 그렇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자" 쿨하게 짧은 이별을 고하면 좋으련만 끙끙 끌어안고 있는 게 최선을 일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일이 징글징글 꼴 도보기 싫어지는 순간이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건 그 무언가를 가장 빨리 잃어버리는 빠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했던 일이 너무 미워질 때를 알고 있나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이 떨어질 때 말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간직하려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말이 와 닿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꼭꼭 끌어안고 살아야지요. 이것마저 잃으면 내 인생, 참 허전할 것 같아서요. 어쩌면 그게 진짜 사랑일지도요.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지 않아
  모두 어디서 흘러오는 건지
편안한 음색을 지닌 싱어송라이터 죠지가 이적의 <Rain>을 불렀습니다.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10주년 프로젝트로 탄생한 리메이크곡이라는데요. 프로듀서 '박문치'의 감성적인 편곡이 더해져 묘한 분위기를 냅니다. 아련하게 울리는 기타 소리와 지직거리는 레코드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느껴지기고 해요. 저는 벌써 3시간째 듣고 있네요.

P O D C A S T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시간] film : 일을 위한 시간
진행 : 윤성용, 김의환
어느 날, 복직을 앞둔 ‘산드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회사 동료들이 그녀와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 덕분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됩니다.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가 설득하게 됩니다. 과연 산드라는 내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이 궁금하다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그럼 안녕,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