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London
A Letter from London
Letter#1
2020.3.28 

고양이 GIF와 그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음악을 함께 랜덤 플레이 해주는 https://procatinator.com/에서 다운받음.
안녕하세요.

저는 런던에 있고 지내고 있습니다.

런던은 락다운에 들어갔지만 저는 집에만 있다 보니 유럽에 사는 한국 친구들이 하나둘 한국으로 떠날 때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평소 핵전쟁 피난 대비라던가 실리콘 밸리의 아포칼립스 벙커에 관한 글을 즐겨 읽기 때문에 이상한 놈 취급을 받으면서도 1월부터 이런 상황에 조금씩 대비했습니다. 남은 음식으로 앞으로 2-3주는 나가지 않고 버틸 있으니 그동안 바이러스가 조금은 사그라들기를 기다려봅니다. 안전하게 집에만 있을 수 있는 환경에 살고있는 저의 특권을 생각하면 먹고 싶은 거 다 못 먹고 산책 좀 못하는 게 별건가 싶습니다. 어찌 되었든 재택근무라도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해야 하니 입사 2개월 미생은 지금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두운 시기가 지나가고 닥쳐올 후폭풍이 두렵지만 세상이 멈추고 아무런 사교와 교류의 의무가 없는 지금, 오로지 재미를 위한 지식과 문화를 목적 없이 섭취하며 일분일초를 소중하게 쓰고 있습니다. 벌써 아무것도 흡수할 없을 같지만 짜내야 한다는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질퍽한 스펀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근심 가득한 연락을 줄곧 받으면서 단체 이메일로 생존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지내고 있다는 말은 제가 집에서 어떻게 하루를 채워 나가는지 종종 공유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박선주

크리스 크라우스의 글은 무심하게 던져진 것 같지만 엄청난 깊이와 무게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형체가 없이 존재했던 여성의 당당함을 강렬하고 적나라하게 고체화시킵니다. 가슴이 뚫리게 통쾌하고 언니라고 부르면서 종일 수다 떨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신이 났다가도 그녀의 반의반도 솔직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해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합니다.

브러셀에 있는 BOZAR – Centre for Fine Arts 크리스 크라우스에게 Keith Haring 전시를 기념해 시를 써줄 다섯 명의 시인을 선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 회고전을 앞에 두고 크리스 크라우스는 뉴욕 지하철에서 Keith Haring 초크 드로잉이 얼마나 싫었는지를 말합니다. 철없이 해맑은 그의 라인 드로잉은 70년대 뉴욕에는 너무 밝았고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조를 보는 같았다고 말입니다. 대부분의 팝아트와 마찬가지로 키스 해링 작품의 밝음 예술시장의 자본주의에 의해 , 티셔츠, 노트북 커버가 되고 사진에 담길 없는 그의 정신은 희미해져 갑니다. 다섯 편의 시도 함께 수록되어 있지만, 일요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읽기 위해 저장해두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갤러리 전시가 온라인으로 옮겨졌고 어제는 하루를 몽땅 디지털 버전의 전시를 재홍보하는데 쏟았습니다. 모든 갤러리가 문을 닫고 너도나도 디지털화를 하는 와중에 Arebyte Gallery 온라인 전시들이 얼마나 시기적절한지 감탄을 했습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Goingaway TV 스물 개의 영상 작품이 웹상에서 24시간 랜덤하게 스트리밍되는 전시입니다. 가끔 틀어봐도 항상 다른 영상이 나와 들어가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시작된 아티스트 Olia Lialina 전시 Best Effort Network 봅니다. 전시가 원래는 오프라인 전시였다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인터넷의 시스템 속에서 창작되고 서식하는 올리아의 작품은 오프라인에서는 온전히 경험할 수 없습니다. 처음 올리아의 작품을 것이 전쯤 Summer (2013) 링크를 공유받았을 때인데 인터넷의 구조를 재료로 만든 아름답고 짧은 구절을 읽은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을 클릭하면 인터넷상에 퍼져있는 26개의 브라우저가 순차적으로 작동하면서 그네를 타고 있는 작가의 이미지가 GIF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됩니다. Arebyte 커미션 작품도 Hosted (2020)  있고 갤러리에 설치된 모습도 스트리밍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을 1,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영상을 계속 보다가 열이 나고 몸살기운이 도는 경험을 했습니다. 증상은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생겨나는 인간의 공감 능력이 얼마나 얄팍한지 또다시 확인합니다. 며칠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대한 흥미로운 자료가 없나 뒤져보다 Chloé Galibert-Laîné 비디오 에세이 Watching The Pain of Others (타인의 고통을 보는 ) 발견했습니다. 지루하고 엘리트주의적이며 리서치에 치중한 대부분의 비디오 에세이와 다르게 내용뿐만 아니라 만듦새까지도 흥미롭고 탄탄합니다. 작가는 Penny Lane 영상 작품 Pain of Others (타인의 고통) 보다 견디지 못하고 극장을 나와야 했던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모겔론스라는 희소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유튜브 영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주관적으로 재조립,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새로운 관점에 도달합니다.  작가가 스크린을 통해 타인의 고통 보는 과정이 작가를 보고 있는 모습과 중첩됩니다. Penny Lane의 Pain of Others 잠시 전체공개 되어있습니다


Live Stream from Cafe Oto
CHARLES HAYWARD + RIE NAKAJIMA + MERLIN NOVA + ALEXIS TAYLOR

어수선했던 하루의 저녁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준 공연입니다.
말이 필요없으니 이만 줄입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요즘 
모르는 옛날 노래가 없는 나경이가 시간 여행을 위한 추억의 노래를 추천합니다.

🎵*..~`🎵*..~`🎵*..~`🎵
추억의 명곡
그녀의 첫 메일이네요! 종이에 쓰인 손글씨 편지를 본 느낌이에요. 
그만큼 정성이 담겼다는 의미일까요? 다음 메일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오늘은 이 노래를 듣고 싶어졌어요. 

🎶편지할께요 - 박정현 

From DJ 나경..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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