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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토크쇼는 어떻게 유튜브 공략에 성공했을까?

정규 4집 '맵 오브더 소울: 7’ 수록곡 ‘온(ON)’을 무대에 공개하면서 미국을 방문 중인 방탄소년단은 지난 주 유튜브 트렌딩 영상의 상위를 휩쓸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을 트렌딩 상위로 올려놓은 것은 ‘온’의 공식 뮤직비디오만이 아니다. 지미 팰런(Jimmy Fallon)과 제임스 코든(James Corden)의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영상 클립들이 지난 주 트렌딩 10위 안에 진입한 것이다. 

BTS Performs "ON" at Grand Central Terminal
근래들어 심야 토크쇼의 영상 클립 유튜브 상위에 올라가는 일이 흔해졌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덕에 토크쇼 영상이 상위에 올라갔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방탄소년단이 아니어도 이들 토크쇼 영상은 꾸준히 유튜브 트렌딩 수위를 차지한다. 토크쇼가 방탄소년단의 덕을 본 것인지, 아니면 방탄소년단이 토크쇼의 덕을 본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심야 토크쇼의 과거
미국에서 “late-night talk show”라고 불리는 심야 토크쇼는 1950-60년대 CBS의 에드 설리번쇼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NBC에서 자니 카슨의 투나잇쇼(1962-92)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 NBC, CBS, ABC 등의 메이저 방송사들은 대개 밤 뉴스가 끝난 후인 10시 30분에 심야 토크쇼를 방영하는 것이 주중 프로그램의 불문율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든 코미디언이 나와서 안전한 농담(지상파 방송의 경우 미국도 규제가 강하다)을 하고 유명인이 출연해서 자신의 최신 앨범이나 영화를 홍보하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중간중간에 고정밴드가 연주를 하는 포맷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시트콤과 함께 빠르게 늙어갔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젊은 시청자들을 상대로 훨씬 더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농담이 가능하고, 포맷도 파괴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있는데 지상파 3사만 여전히 나이든 시청자들을 상대로 하는 방송이 된 것이다. 덕분에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심야 토크쇼는 “노년의 시청자들이 침대에 누워서 보다가 잠드는 프로그램” 이라고 불렸다.

Jimmy Kimmel Live
공중파 심야 토크쇼가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은 ABC의 지미 키멀 라이브(Jimmy Kimmel Live)였다. 1999년 부터 케이블 코미디 채널인 코미디 센트럴에서 더맨쇼(The Man Show)를 진행하면서 수위가 높은 농담을 하던 젊은 키멀을 ABC가 데려오는 모험을 한 배경에는 지상파 3사 중에서 심야 토크쇼가 가장 취약하다는 사정이 있었다.

키멀이 진행자가 된 후에도 ABC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2010년대에 들어와서 지미 키믈의 토크쇼에서 진행한 코너 하나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아이들이 동네를 돌며 캔디를 받는 할로윈 다음날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어제 받아온 캔디를 엄마 아빠가 다 먹어버렸다” 고 거짓말을 한 후 아이들의 당시만 해도 바이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초기 유튜브 바이럴이 생긴 것. 

물론 키멀의 초기 유튜브 성공은 전략이었다기 보다는 우연한 성공이었고, 지미 키멀 라이브는 유튜브 전략을 따로 추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 방송사는 밀레니얼 세대가 케이블 TV를 포기하는 코드커터(cord-cutters) 트렌드를 확산시키면서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돈이 되지 않는 베이비부머를 붙들고 서서히 사라지는 것 보다 유튜브로 이동한 밀레니얼을 찾아야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바로 유튜브 피봇(pivot) 전략이다.

심야 토크쇼의 부활
유튜브 피봇의 최초 성공은 NBC였다. 그 이유는 ABC가 지미 키멀이라는 (당시에는) 젊은 세대의 코미디언을 데려올 수 있었던 이유가 심야 토크쇼에서 가장 뒤져있었기 때문이었던 것과 다르지 않다. NBC는 심야 토크쇼(“Tonight Show”) 1위였던 제이 레노의 후계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어설픈 번복을 하는 과정에서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을 놓치고, 결국 SNL출신의 지미 팰런을 선택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팰런의 농담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초대손님과의 대화는 항상 김빠진 콜라처럼 밋밋했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Subway Olympics with BTS
그런데 지미 팰런이 대화는 재미없어도 춤과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NBC는 초대한 음악손님과 함께 춤을 추거나 함께 연주를 하도록 했고, 그렇게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는 부분만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클립들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바이럴이 되었고, NBC는 이 성공을 하나의 공식으로 만들게 된다.

NBC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방송사의 경쟁 프로그램도 곧바로 그 공식을 학습,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튜브 전략을 도입한 대표적인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은 지미 팰런과 지미 키멀,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 제임스 코든(James Corden), 코난 오브라이언, 그리고 트레버 노아(Trevor Noah) 등이다. 

그 중에서도 제임스 코든은 지미 팰런의 전략을 더욱 더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방탄소년단이 앨범 홍보를 위해서 출연한 심야 토크쇼가 팰런과 코든의 쇼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쇼가 음악 손님에 특화된 쇼이기 때문). 특히 코든은 가수와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면서 함께 그 가수의 히트곡을 부르는 '카풀 가라오케(Carpool Karaoke)’를 유튜브를 통해 바이럴시키는데, 여기에는 그의 쇼가 심야 토크쇼 중에서도 가장 늦게 하는 Late Late Show라는 사실에 있다. 그의 쇼는 CBS의 주력 심야 토크쇼 가 아니다.

따라서 코든 쇼의 제작자는 “TV 시청율을 상관없다(ratings don’t matter)”라는 전략을 사용하기로 했고, 아예 초대손님을 일찍 불러서 낮에 녹화, 편집을 해버린 것이다. 토크쇼에 녹화분량을 삽입하는 것은 코난 오브라이언이 히트를 시킨 방식. 그런데 코든 쇼를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쇼는 CBS가 유튜브에 올려놓은 클립이 사실상 전부. 하지만 그것들만 가지고도 대형 바이럴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레거시 방송사의 심야 토크쇼가 만들어낸 채널이 한 때 세계 최고의 유튜브 구독자와 뷰 수를 자랑했던 퓨디파이(PewDiePie)와 같은 수퍼스타 크리에이터를 따라잡는 세상이 되었다. 
레거시 토크쇼의 유튜브 성공전략
흔히 유튜브 때문에 시청자를 빼앗긴 것으로 알려진 지상파와 케이블이 “한물간” 심야 토크쇼를 각 방송사의 유튜브 진출 교두보로 만들어준 성공전략을 Tubular Insight의 앤디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The Late Late Show with James Corden 
첫째, 채널 트레일러를 만들라
요즘 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하듯, 방송사가 유튜브에 진출할 때는 단순히 클립만 올려놓아서는 안된다. 채널 트레일러(예고편)를 보여줄 경우 단순히 클립을 보러온 방문자가 구독자로 전환될 확률이 높아지고, 채널을 다시 찾아올 가능성도 올라간다.
둘째, 클릭이 끝날 때 다른 영상을 권하라
NBC의 지미 팰런이 이를 잘 사용하는데, 클립 끝에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영상 클립, 특히 성공률이 높았던 클립들을 3,4개 제공해서 영상의 추가 소비를 끌어낸다. 엔드 슬레이트(end slate)이라고 부르는 이 마지막 화면에서 콜투액션(call to action)을 할 때는 화면만 보여주는 것 보다 호스트의 목소리로 영상들을 더 보라고 권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셋째, 이를 전담하는 팀이 있어야 한다
유튜브 전략을 본방송 편집팀이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에만 매달려 있는 팀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유튜브에서 성공한다. 단순히 방송분을 잘라서 업로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 내 플레이리스트/서브 채널을 분류해서 관리하고 과거 방송분을 재가공, 편집해서 다시 활용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댓글을 관리하고, 유튜브 영상이 페이스북이나 다른 소셜로 퍼지도록 끊임없이 프로모션하는 팀이 없이는 높은 타율을 유지할 수 없다.
넷째, 콘텐츠의 예고편도 히트 콘텐츠다
이번에 제임스 코든이 방탄소년단과 카풀 가라오케를 한 영상은 며칠 전에 이미 트레일러를 만들어서 내보냈다. 이렇게 할 경우 예고편 시청자들로 하여금 본편을 찾아보게 유도해서 본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같은 제작분으로 두 개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어 클릭수를 배로 늘릴 수 있다.
다섯째, 꾸준해야 한다
지미 팰런 쇼의 초기 유튜브 성공은 그 업로드 양에서 왔다. 하루에 5편 이상씩 올라오는 클립들은 라이브러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서 몰아보기를 유도하기 좋고, 채널이 살아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사용자들은 콘텐츠가 드문드문 올라오는 채널보다 많이 올라오는 채널을 구독하고 자주 방문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기억하라. 
여섯째, 결국 콘텐츠 퀄리티가 중요하다
위의 모든 방법들은 궁극적으로 본편의 퀄리티가 충실할 때 가능한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잘 만든 콘텐츠가 성공전략의 제 1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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