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코리아 이길보라 대표는 한국 코다들이 농인과 코다에 대해 알리고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다. 국내 코다 네트워크 형성, 코다 인식 개선 활동 및 홍보, 국제 교류 등의 활동과 함께 계속해서 코다 정체성을 갖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 예술가와 활동가로서 활동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 농인 : 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주로 수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 청인 :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

* 코다 :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농인 부모의 자녀를 말한다.

코다는 농인 부모로부터 수어와 농문화를 습득하고 청사회로부터 음성언어와 청문화를 접하며 자란다.

Q. 국내 최초의 코다모임인 코다코리아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코다코리아라는 모임을 만든지는 사실 꽤 되었다. 2014년 말에 나의 코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만든 후에 국내에서 코다들이 모일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다른 코다들이 자신의 경험을 발표하는 것을 보는데 나의 경험과 너무나 비슷했다. 코다들과의 대화도 매우 특별했다. 농인 부모님도, 청인 친구들도 이해할 수 없는 코다만의 어떤 영역을 코다들이 온전히 이해한다고 느꼈다. 계속 모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자조 모임을 계속 가졌었다.

그때 당시에는 ‘코다'가 한국 사회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영화〈반짝이는 박수 소리〉와 동명의 책이 한국 사회에 코다를 다룬 첫 번째 영화이자 책이었으니까. 우리 자신도 코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해외 코다 단체를 방문하여 그들의 활동을 보고 듣는 활동들을 했다. 그걸 한국에 다시 알리고 확장하는 일들을 했다. 이후에는 한국 코다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기록하고 알릴 필요가 있어 책 『우리는 코다입니다』를 몇몇 코다들과 함께 쓰기도 했다. 이후 활동을 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여 2021년 말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했다. 

[(좌)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 포스터. (우) 책 <우리는 코다입니다> 표지.]

Q. 코다에게 코다코리아는 어떤 의미인가? 코다코리아 이외의 코다간 네트워킹은 활발한 편인가?

A. ‘네트워크'다. 말 그대로 코다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코다에게는 ‘코다 스페이스CODA Space’가 필요하다. 코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코다가 농인, 청인과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에 고유한 용어가 생겨난 것이다. 그처럼 농인과도 청인과도 나누기 어려운 코다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걸 코다코리아가 만들어가고 싶다. 

‘코다'라는 용어가 아직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코다 당사자들도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있다라는 걸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도 ‘코다'라는 용어를 20대 초반에 알게 되었다. 그만큼 ‘코다'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영역이다. 한국 사회에 코다가 몇 명이나 되는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연령, 성별, 성별정체성, 직업, 계급에 따라 어떤 경험을 하는지 등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더 많은 코다들이 자신이 코다라는 걸 깨닫고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코다코리아가 있는데 각국에도 코다 단체 및 모임들이 있다. 일본에는 J-CODA, 홍콩에는 CODA Hong Kong, 영국에는 CODA UK&Irelnad, 미국에는 CODA International이라는 단체가 있다. 각국에서 이렇게 코다 단체들이 독자적으로 생겨나서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는게 정말 흥미롭다. 그 말은 즉, 각국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코다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저마다의 코다 스페이스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코다, CODA UK&Ireland를 만나다 결과보고회]

Q. 코다코리아는 해외 코다 캠프 및 컨퍼런스 참가, 아시아 코다 단체와의 교류 등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코다 단체 간 차이점이 있나?

A. ‘코다'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는 건 아니다. 단순한 예로 첫째로 태어난 여성 코다인 나와 둘째로 태어난 남성 코다인 동생은 다른 위치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농인 부모에게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으로 태어났다. 수어로 옹알이를 하며 첫 번째 언어이자 모어로서 수어를 습득했다. 수화언어와 음성언어를 넘나들며 성장했고 동생이 태어났을 때 동생에게 입으로 말을 걸며 음성언어를 가르쳤다. 내가 집안에서 통역을 더 오래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통역 능력이 동생보다 더 능숙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책임감이나 부담감도 내가 더 많이 갖게 되는 환경이었다. 그건 각자의 집안 환경에 따라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책 『우리는 코다입니다』를 함께 쓴 공동저자 황지성의 경우 아버지가 수어를 배우지 못한 무학 농인이고 어머니는 지체장애인이다. 아버지는 적절한 시기에 한국 수어를 배우지 못해 홈사인(Home Sign)으로만 소통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황지성도 홈사인으로만 아버지와 소통하며 성장했다. 그런 황지성도 코다이다. 수어를 알지 못해도 코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다는 각자의 환경과 위치, 경험에 따라 매우 다른 정체성을 가진다. 

외국의 코다도 마찬가지다. 코다가 처한 현실은 농인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농인이 사회⋅경제적으로 차별받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들의 자녀인 코다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농인의 천국이라 불리는, 농인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비교적 나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코다의 경험과 한국 코다의 경험은 다를 것이다. 그에 따라 코다 단체의 활동 및 방향성이 달라질 것이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 중 한 장면. 영화사 고래 제공.]

Q. 코다코리아가 2023년 6월에 아시아최초로 한국에서 ‘코다 국제 컨퍼러스’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어떤 내용을 다룰 예정인가?

A. 코다국제컨퍼런스는 CODA International이라는 미국의 비영리 조직이 매해 개최하는 컨퍼런스이다. 3박 4일 동안 전세계에서 모인 코다들이 모여 말 그대로 코다 스페이스를 만들어 코다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하는 행사이다. 모두에게 공개된 행사는 아니다. 코다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형태의 컨퍼런스다. 2023년에 열릴 코다국제컨퍼런스는 아시아 최초로 열릴 예정이고, 코다코리아가 호스트가 된다.  

코다컨퍼런스에서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코다 자신이 곧 농사회와 청사회를 넘나드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프로그램은 기조 강연을 비롯한 각 분야의 워크샵, 주제별 소모임 등으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코다 정체성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세부적으로 나뉘어진다. 주제별 소모임에는 자매·형제들 중 장녀·장남에 속하는 코다, 한 자녀 코다, 수어를 하지 못하는 코다, 여성 코다, 남성 코다, LGBT 코다, 부모를 잃은 코다, 농인 파트너와 사는 코다, 청인 파트너와 사는 코다, 부모가 된 코다, 다문화 코다, 군인 코다, 페미니스트 코다, 피부색이 다른 코다, 학대를 받거나 받고 있는 코다, 2개 이상의 음성언어 혹은 2개 이상의 수어를 배우고 경험하며 자란 코다, 불과 얼음의 모임, 각 국가·지역별 모임 등이 있다. 각자의 정체성과 관심 영역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장이다. 이런 장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나의 정체성이 어떻든 이곳에는 코다라는 이름으로 환영받고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Q.  청인과 농인 사이의 경계에 있는 코다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나?

A. 비장애인 중심 사회, 음성언어 중심 사회에서 농인의 자녀인 코다로서 자신을 명명하고 정체화한다는 건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코다'라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을 코다라고 설명하는 게 쉬운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나 자신의 코다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오픈하는 편이다. 그런 나도 성인이 되고 나서 결혼을 생각할 때 내가 코다라는 이유로, 부모가 농인이라는 이유로 전 남자친구와 그의 부모님에게 적대적인 차별 및 혐오발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아이를 낳게 되면 장애가 유전적으로 되물림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그때는 정말 너무 황당해서 그 말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코다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농인 부모님을 받아들인다는 건 사실 ‘정상성'과 싸우는 것이기도 한 엄청난 싸움이다. 

또한 코다는 ‘영 케어러'로서 나고 자라 끝까지 비장애인 중심 사회, 음성언어 중심 사회에서 농인 부모님을 돌봐야 한다. 죽을 때까지 돌봄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나 자신도 코다 정체성을 긍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활동하는 사람이지만 코다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어려움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전히 우리 부모님은 농인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정보접근권에서 제외되고 차별 받는다. 코다는 그런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농인 부모님을 위해 계속해서 돌봄을 해야 하는 주체가 된다. 코다로서의 어려움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계속 안고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코다 스페이스, 코다 커뮤니티가 필요한 것이다.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의견을 제시하고 의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조직도 필요하다.

Q. 반면 농문화와 청문화 두 세계를 오가면서 얻은 특별함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다. ‘다름'이 주는 다양성과 고유성이라고 하는 걸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농문화와 청문화를 오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화언어와 음성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언어 사용자로 성장하고, 이중문화를 경험한 존재가 바로 코다이다. 그 경험을 살려 코다는 능숙한 수어통역사가 되기도 하고, 두 사회를 잇는 매개자가 되기도 한다. 나처럼 농사회와 청사회를 오가는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책을 쓰는 이야기꾼이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그 경험을 가지고 농문화나 청문화를 비롯해 다른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값지고 흥미로운 소재가 된다. 나는 코다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야기꾼이 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길보라 대표]

Q. 농인과 청인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함께 공존하며 살기 위해 어떤 사회의 변화가 필요한가?

A.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농인과 청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몸과 그의 서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Q. 향후 계획 및 목표가 무엇인가?

A. 코다코리아는 단체로서의 활동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6월 말과 7월 초에 코다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유산으로서의 수어 사용자, 코다’라는 강의와 ‘영케어러와 코다'라는 강연 및 대담을 열기도 했다. 올해는 아시안 코다들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의제를 나눌 수 있는 아시안코다국제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3년에 열릴 코다국제컨퍼런스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코다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알아감으로서 코다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그렇게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잇는 활동들을 해나가려고 한다.

나는 코다 정체성을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계속해서 코다의 시각으로 본 이야기들을 칼럼으로 정기 연재하고 있다. 단행본 작업들도 꾸준히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개정판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차기작으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코다코리아 활동을 통해 ‘코다'를, ‘코다 정체성'을 계속해서 새롭게 발견해나가고 있다. 그것이 나의 창작 작업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예술가이자 활동가의 영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단체의 대표로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 사실 많이 허둥대고 있지만 코다만의 속도로 서로를 돌봐가며 잘 해나갈 거라고 믿는다. 코다코리아의 활동과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앞으로도 커뮤니티이자 단체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글ㅣ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