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5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여운을 주는 詩! 시는 ‘영혼의 비타민’이자 ‘마음을 울리는 악기’입니다. 영감의 원천, 아이디어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눈 밝은 CEO는 시에서 ‘생각의 창’을 발견합니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인 고두현 시인이 금요일 아침마다 ‘영혼의 비타민’을 배달합니다.

고두현 시인(한경 논설위원 / kdh@hankyung.com)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엘런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엘런 코트 : 미국 시인(1936~2015)
1월에 읽기 좋은 시다.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는 말은 인생의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떤 일이든 새롭게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초보자다.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구절도 참 멋지다. 모든 생의 첫날처럼, 아침마다 되새기면서 음미하고 싶은 말이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젊었더라면 이 지침을 더 잘 지켰을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미국 문학평론가 시릴 코널리는 “삶은 몇 번이고 엉뚱한 방향을 헤매다가 겨우 올바른 방향을 찾는 미로와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을 겁낼 필요는 없다. 다만 ‘경험의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완벽주의라는 노예’에 끌려다니는 게 문제일 뿐이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이 ‘완벽주의자는 자기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페트라 비르츠 박사팀이 50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잘못에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이 더 늘어났다. 이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써 결국 자신을 해쳤다. ‘완벽주의’가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은 “어느 길을 갈지는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맞다. 나는 날마다 ‘완벽’이라는 족쇄에 갇혀 나를 옥죄고 있지는 않는가.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하고 지레 포기하지는 않는가. 

올해는 무엇이든 좋으니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고 했으니 뭐 특별히 손해 볼 것도 없다. 일단 ‘경험주의’를

고두현 시인·한국경제 논설위원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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