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기소 결정 과정에서 빛난, 존경받는 사회 원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성윤 기소 잡음 없앤 원로의 힘

지난 10일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에 앞서 기자 질문에 답하는 양창수 전 대법관. [뉴스1]
 양창수 전 대법관. 우리 나이로 올해 일흔입니다. 서울대 법대(70학번)에 수석으로 입학해 1974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판사가 됐습니다. 임관 6년 만에 법원에 사표를 내고 서울대 법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08년에 대법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2014년 정년퇴임 뒤엔 한양대 로스쿨로 갔습니다. 현재 그곳의 석좌교수입니다.  
  
 85년에 서울대 교수가 될 때 특이한 경우라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는 판사 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어 법원을 나와 변호사가 되면 큰돈을 벌 때였습니다. 그는 국내 최초의 교수 출신 대법관이 됐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했습니다.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간 것도 이례적이었습니다. 지금은 흔한 진로이지만 당시에는 '대표 변호사' 직함을 받고 로펌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대법관 퇴임 직전의 법률신문 인터뷰 기사의 첫 문장은 일곱 글자입니다. ‘깐깐함의 대명사.’ 서울대 교수 시절에는 수업 두 차례 정도 빼먹으면 F 학점 주는 거로, 공부 안 하는 교수들 수업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디스’하는 거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의 수업을 들은 법조인들이 한 이야기입니다. 그에게는 ‘민법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굳이 찾자면 이력에 흠이 하나 있습니다. 전두환 정부 때인 1984년에 청와대 비서관으로 파견 갔습니다. 그의 고교ㆍ대학 선배이자 대법관 선배이기도 한 김용담 전 대법관은 “발령이 나서 어쩔 수 없이 가긴 갔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만뒀고, 다시 법원으로 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서 학교로 가는 길을 택한 거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양 전 대법관을 제가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합니다. 대법원 담당 기자 시절에 가끔 멀찍이서 보기만 했습니다. 대법원 연구관으로부터 “공부를 엄청 하는 분이고, 방이 책으로 가득 차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기주장이 명확한 원칙주의자인데, 논문 쓰듯 근거를 잔뜩 준비하고 의견을 내기 때문에 다른 대법관들이 쉽게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못한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납니다.
 
 다소 길게 양 전 대법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이런 인물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언제부턴가 법원 판결이든, 무슨 위원회 결정이든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한 판단이 나오면 '심판'을 공격하는 게 관습이 됐습니다. 불만을 품은 쪽에서 판사가 편향됐다, 위원회 구성이나 위원장 성향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성토합니다. 그나마 말만 하면 다행입니다. 신상을 털고, 문자 폭탄을 날리기 일쑤입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진행자와 친한 변호사들이 나와 일방적 비난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10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기소 의견을 낸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는 뒷말이 별로 없습니다. 250명의 위원 가운데 15명이 무작위로 뽑혀 회의에 참석하는 데다가 참석 위원이 누군지를 공개하지 않으니 공격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그러면 타깃이 회의를 이끈 위원장이 되기 쉬운데 양 전 대법관이 바로 그 위원장이니 시비거리를 찾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양 전 대법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현안회의 때는 스스로 기피 신청을 했습니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랜 친구(고교 동창)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불행히도 지금 우리 사회에 두루 존경받은 어른이 별로 없습니다. 진영의 경계를 넘어 학식과 경륜을 갖춘 학자, 법조인으로 인정받는 인물도 드뭅니다. 그래서 양 전 대법관 같은 분이 더욱 귀해 보입니다. 그가 걸어 온 길이 진짜 학자의 ‘앙가주망’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폴리페서가 자기 입으로 그 단어를 꺼내며 자신을 변호했던 것과는 달리 말입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어제 검찰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했습니다. 그가 계속 자리를 지킬지가 주목됩니다. 아래 기사에 자세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반도체 산업 지원 24년간 말로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처음 선언한 것이 1997년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정치인과 관료가 미래 먹거리라고 말만 했습니다. 그 사이 대만의 업체는 국가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달렸습니다. 실상을 중앙일보가 진단했습니다. 😳
2. 이재명 지지 조직 출범, 누가 참여했나요? 
 이재명 지사 지지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이 어제 출범식을 치렀습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대표입니다. 민주당 현역 의원 1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습니다. 황석영 작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발기인입니다. 11일 정세균 전 총리의 ‘광화문 포럼’ 행사에는 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
 3. 석탄 발전으로 2054년까지 2만 조기 사망
 국제적 기후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석탄 발전에 따른 환경 오염으로 2054년까지 2만 명이 제 명대로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현재 56기의 석탄 발전소가 있고, 7개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석탄 발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현 정부 정책 방향의 반대 편에 있는 원전 확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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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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