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조직 패러다임의 변화
일하는 방식 혁신, 행정 변화
 
오우식 ㈜ 퍼포먼스웨이컨설팅 대표
  코로나19를 둘러싼 환경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것을 느꼈을까요? 아마 모두 비슷한 것을 느꼈을 텐데요.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파급 효과가 컸던 만큼 우선 불안과 초조, 공포의 연속이지 않았을까요. 이렇듯 엄청난 변화가 닥치면 조직이 실질적으로 그에 맞춰서 적응해야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코로나19처럼 큰 변화를 마주치면조직은 생존의 몸부림을 치면서 계속해서 고민을 해야 합니다겉으로 보기에 조직은 아무런 영향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그 내부의 다양한 기능과 업무인력그에 따른 문화에 수반되는 변화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집니다과거에 IMF 시절이나 금융 위기 때를 보면기업이 적응을 못해서 도산하거나 구조조정됨으로써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이는 결국 환경의 변화에 조직이 어떻게 적합하게 변화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바이러스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듯, 
행정의 변화도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코로나19로 인해 행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지금까지 행정의 변화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업무나 일하는 방식에 있어 선택적으로 개선된 양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선택적으로 감염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반드시 업무를 변화시키고 조직을 혁신해야만 하는 것이죠. 전문가들 또한 잠깐의 일이 아니라 이런 변화된 방식이 일상적으로 자리잡을 거라 진단하고 있으니 반드시 대비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만나지 않고 접촉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양상에 대해 많이 회자되는 비대면, 언택트,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양식이죠비대면과 언택트, 무인화가 일상화되면 고객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고 원하는 방식으로 요구하겠죠. 행정 서비스를 받아들일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행정이 변해야 될 영역은 거의 모든 영역에 달합니다. 운영 전략, 기능과 조직, 업무 절차, 규정, 제도, 운영 시스템, 문화 등등…… 말씀드렸다시피 이 변화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기에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전에는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더라도 행정 측에서는 검토한다면서 혁신을 지연하기도 했고, 정부에서 원할 경우 그 요구를 따르지 않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생존의 차원에서 국민과 행정 모두 변화를 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공무원들도 국민들이 대면하여 민원을 넣는 것보다는 원격으로, 안전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겠죠.

필수부가결한 행정 혁신의 방향 ① 사고의 유연성 

  코로나19 이후 행정 혁신의 방향으로, 우선 사고의 유연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프로세스적으로 보는 관점이죠.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조직이 부서로 나뉘어서 업무가 분장되어 있기 때문에, 보통 부문 최적화에 집중하게 됩니다. 자기 부서의 목적이나 기관 전체의 목적이 아니라, 자기들이 일하는 그 부문만 보는 습관이 드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칸막이 행정'이라고 부르는 조직문화의 한계입니다. 

  일반 기업체의 예를 들면 그 문제가 여실히 느껴질 겁니다. 기업마다 판매부서, 생산부서, 구매부서, 인사부서가 있겠죠. 부서마다 그 목표가 다릅니다. 판매부서의 목표는 매출액을 늘이는 거고, 생산부서의 목표는 설비 가동률을 늘이는 것, 구매부서는 구매 비용을 줄이는 것, 인사부서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죠.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졌을 때 부서마다 자기의 목표에 따라 다른 식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각 부서마다 저마다 비용 절감하고 수익 창출하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체적인 목표가 달성이 안 된 문제 상황인 거죠

  행정에서도 칸막이 행정으로 지적받는 부문주의 사고, 부문 최적화는 전체 최적화를 전제하지 않았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부문 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이루는 것이 사고의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필수부가결한 행정 혁신의 방향 ② 원격 업무처리에 대한 대비   

두 번째, 업무의 처리가 방문 처리 방식을 벗어나 온라인 처리나 원격 처리로 변화할 것이기에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행정의 업무 처리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기자면 바꿔야 할 것이 어마어마합니다. 현재 무인 발급기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증명서가 13종입니다. 올해 말까지 100종으로 늘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간 열심히 해 왔음에도 13종에 그치고 있는 거예요. 앞으로 100종뿐 아니라 대부분의 증명서를 무인으로 발급하게 하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관련된 규정과 제도 변경, 매뉴얼 수립, 예외 사항에 대한 처리 기준 설정, 보안시스템 구축, 관련된 위·변조 문제 처리 방법 등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련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안일하게 코로나19 왔으니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제가 10여 년 전에 국내 최초로 서울시의 원격 근무, 온라인 근무 방식을 설계했는데, 이것 하나 설계하는 데만도 개정해야 사항이 수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들의 경우 근무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법률상 자택에서 근무한다는 조항이 없거든요. 기관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근무하는 게 아니라면 근무지 이탈이 됩니다. 더불어, 업무 처리 방식 외에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업무 성과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근무와 휴식을 어떻게 구분할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 근무지 적합성 문제, 출퇴근 시간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일과 개인 생활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대비하지 않으면 원격 근무란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이전에 비해 현격히 심도 있게, 빠른 속도로 검토하지 않는다면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이런건, 하나하나 심화된 정책논의가 필요한 과제죠. 

필수부가결한 행정 혁신의 방향  효율성에 기반한, 무의미한 절차,관습 점검 
 
  마지막으로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실질적으로 개선시켜야 합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기계에게 맡기고, 여타 무의미한 절차들도 바뀌게 됩니다. 선제형 서비스, 맞춤형 서비스, 원스톱 서비스가 대세니까요. 이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지면 행정 프로세스 또한 그에 맞춰 세분화되고 바뀌어야 합니다. 업무가 변화함에 따라 프로세스가 혁신되고, 시스템이 장착되고 자동화되고 무인화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수많은 분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요. 업무 하나가 생략되면 조직과 기능이 바뀌죠, 그에 맞춰 인력도 바뀌고, 규정도 바뀌고, 첨부된 서류나 관련된 매뉴얼, 기기 등 수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선진 사례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eXp리얼티라는 부동산 중개회사입니다. 2009년에 설립되어 현재 12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회사로, 20185월에 이미 나스닥에 상장되어 시가 총액이 15000억 원입니다. 이 회사의 특징은 오프라인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출근하는 대신 온라인에 생성된 사무실에 아바타를 출근시키는 개념입니다. 가상공간에서 자료를 공유하고, 회의하고. 임직원 모두가 출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업무 환경에서라면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게 될 것입니다. 업무와 무관한 일이 사라질 것이기에 회사가 실리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고요.
 
총체적으로,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

  직무별로 얼마나 온라인화가 가능할지 적합도를 분석하여 빠른 속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비대면, 온라인 방식의 업무 처리에 대한 직원들의 역량 강화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고요. 두 번째로 온라인 업무 처리 방식을 적용하려면 리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이를 유형화하여 대비할 시나리오를 세워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직이 변화하려 해도 실제로 변화하는 역량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이때 어느 한 주체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실전 상황을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거침으로써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