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문돌이’입니다. 수학, 컴퓨터 같은 이과계 지식과는 오랜 세월 벽을 쌓고 살았습니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배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시사IN〉이 2018년부터 ‘인공지능 콘퍼런스(SAIC)’를 매년 열고 있는 것 역시 그 사건의 여파입니다.
저는 이 콘퍼런스의 1회를 기획하며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뭘 알아야 기획이든 기사 작성이든 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당시 저는 AI(인공지능)의 ‘인공신경망(입력층-은닉층-출력층)’이 ‘반도체 회로를 복잡하게 꼬아 만드는 것’이라고 짐작할 정도로 까막눈이었습니다(지금도 아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서 당시 편집국장에게 양해를 얻어 몇 주 동안 오랜만에 열심히 이과계 공부를 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준 회사 측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의 ‘문돌이스러운’ 세계관을 크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AI는 세상을 빠른 속도로 바꾸는 중이었고 그 작동 원리를 모르면 ‘앞으로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하고 쓰는 과정에서 수학, 좀 더 정확하게는 통계학이 굉장히 흥미로운 지식이란 것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문돌이 식으로 말하자면, 통계학은 수집 가능한 경험적 현실 사례(데이터)의 활용으로, 경험 너머에 존재하는 ‘실체’를 추정하게 도와줍니다. 이것은 널리 알려진 AI의 쓰임새이자, 인간이 ‘진리’로 접근하는 전통적 방법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좋은 안내서도 많았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류의 책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떤 책은 ‘엄청난 연구소 소속 엄청난 연구자들’의 독점적 영역으로만 보였던 ‘딥러닝’ 같은 작업을 쉽고 친절하게 서술하면서 개인용 컴퓨터로 실험해볼 수 있도록 안내해줍니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주요 동인 중 하나라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변화에 타려는 분이든, 그 부작용에 저항하려는 분이든 말입니다.
〈시사IN〉이 11월15일 오후 2시부터 ‘초거대 인공지능이 바꿀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2021 인공지능 콘퍼런스’의 참관을 권유드립니다. ‘인류 차원의 문제(우주탐험, 기후위기 등) 해결’ 관련 기술혁신을 모색하는 엑스프라이즈 재단 피터 디아만디스, 네이버 클로바 CIC 정석근 대표 등 글로벌 차원의 유력 인사들이 연사로 나섭니다. 이 글이 당신에게 닿는 시기가 11월15일 이후라면 유튜브 〈시사IN〉 채널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국장 이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