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사는 고양이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길다. 집 안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하루의 반 이상을 잠자는 데에 쓰는 고양이의 일상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인간과의 상호작용은 밥이나 물을 주고, 쓰다듬거나 장난감 놀이를 하는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얼마나 되는지 셈해보면, 우리가 고양이의 일상을 채우는 경험과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아차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하물며 길고양이의 일상은 더 알기 어렵다. 열심히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가 어느 순간 나타나지 않으면 그저 허망함과 그리움을 느낄 뿐이지 고양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키우다 실종된 애완동물처럼 방을 붙이고 찾는 일도 적다. 돌보던 길고양이는 ‘이사를 갔나, 어디서 죽었나, 그저 사라진 건가’ 하고 짐작만 하는 느슨한 돌봄의 대상이다. 나는 길고양이가 어떤 경험을 하며 사는지 늘 궁금하다. 언젠가는 연구 주제로 잡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 이른바 길고양이 복지 연구다. 지금은 고양이의 관점에서 살펴본 자료가 너무 적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리 가설을 세워보자면, 사람이 기르다 어느 순간 통제를 벗어난 고양이나 일부러 버린 고양이는 처음부터 길에서 삶을 시작한 고양이보다 고난이 많을 것이다. 인간이 쓰다듬는 손길이나 불러주는 목소리를 무척 좋아하던 고양이가 집에서 나오거나 쫓겨나서 길에서 살게 되면, 그래서 사람이 챙겨주던 끼니와 몸을 누일 쿠션이 사라지면, 고양이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이런 고양이들은 사람과 잘 지내는 법을 알기 때문에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보다 다시 사람의 집으로 입양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동물학대 범죄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 만약 누군가에게 입양되지 못한다면 길에서 확보해야 하는 먹이 자원, 영역이 겹치는 다른 길고양이와의 관계, 위험한 사람이나 자동차를 피하는 요령 같은 요소에 따라 생존과 번식 성공률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내내 안전 문제에 시달릴 것이다. 다시 인간의 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 험난한 생존 기간은 매우 짧을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