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독자에 의한 비평'이 가능할까요?

1 / 이런, 창작지원기금을 받아버렸다! 
2017년, 대산문화재단에서 비평집 출간을 전제로 한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천만원이라는 목돈이 당장 입금되는 일은 한시름 마음 놓이는 일이었지만, 솔직히  비평집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그러나 벌써 2021년. 출간 독촉이 시작되었습니다.
2 / 책을 내는 것이 설레지 않아…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단행본을 내는 일은 굉장히 특별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왜 저는 책을 내는 것이 전혀 설레지 않을까요? 뭐, 당연히 문학평론집을 누가 읽어? 라고 생각했어요. 창작기금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 저는 비평집을 내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천만원은 싸리눈처럼 녹았고... 저는 되돌려줄 돈이 없으므로 책을 내야 합니다.
3 / 문학비평집은 왜 재미가 없을까?
그래, 이왕 출간을 해야만 한다면 '읽히는' 책을 만들어보자. 결심을 하긴 했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사람들이 비평을 재밌다고 느낄까요?  만약 작품론이나 작가론의 경우라면, 해당 작가를 아는 이들에게는 흥미롭겠죠하지만 해당 작가도 모른다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작품부터 읽고 비평을 읽어야겠다. 하지만 작품을 읽고 그에 대한 비평을 찾아 읽을만큼 독자들은 한가롭지 않습니다.
4 / 열두편이면 충분해
저는 12년 간 현재까지 대략 180편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많은 글들 중에 사전지식 없이, 작품을 미리 읽지 않고도 곧장 진입할 수 있는 글을 골라봤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2010년대라는 시간을 다루는 글을 추렸습니다. 그러니 딱 열두편이 나오더군요. 저는 열두편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5 / 비평은 무겁다?
기존 문학출판계에서 출판되고 있는 비평집들의 공통점, 첫째, 무겁다! 두껍지 않아도 선택된 종이 자체가 무거웠어요. 그러니 왠지 책상 앞에서 공부하듯 각을 잡고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제 비평집은 작고 가벼웠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위해 판형을 바꿔줄 출판사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책의 제작비를 환수할 수나 있을까요?
6 / 비평집에서 잘려나가는 것
문학비평은 문학잡지에 발표되기에 논쟁이나 담론에 참여한 비평들은 문학잡지의 흐름 속에서 작성됩니다. 즉 각각의 비평들은 맥락 전체를 따라가며 읽을 때 훨씬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비평집에선 그 맥락이 잘려나가죠. 즉, 비평의 현장감이 모두 삭제됩니다. 이 현장감을 어떻게 비평집에 담을 수 있을까요? 
7 / 직접 만드는 수 밖에  
고작 제 비평집 때문에 그동안 출간해오던 비평집의 판형을 모두 바꿔줄만큼 한가한 출판사는 물론 없습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그냥 제가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쓰듯이, 책도 그냥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1 / 세 가지 종류의 목차
제 책에 실리는 비평은 딱 열 두편 입니다. 그런데 이 열두편은 서로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의도와 각기 다른 문학관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모두 나름의 맥락이 있고 그 맥락을 구성 자체에 반영하여 즐길 수 있는 목차를 상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목차가 총 세 가지 종류가 되더군요. 
1-1 / 시계 모양의 목차
시계-목차? 
책의 시간은 보통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로 순차적으로 흐릅니다. 하지만 저는 각 글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갖는지 좀 더 밀접하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계 모양의 목차를 떠올렸습니다. 시침과 분침을 돌려 정각 6시를 만들어보죠. 두 편의 글을 짝지어 읽으면 더 재밌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편은 서로를 비평하고 있거든요. 이런 식으로 저는 시계-목차를 통해 각 글들의 관계를 설정해보기로 했습니다.
1-2 / 세 가지 시간의 타임라인-목차
타임라인-목차? 
제 비평집의 제목은 '침투' 입니다. 저는 제 비평에역사적 시간들이 침투하기를, 반대로 제 비평이 사회적 시간에 침투하기를 원했습니다. 이 '침투'가 단지 문학적 수사로 취급되지 않으려면 오히려 여러 층위를 쪼개어 보여줄 필요가 있었어요. 사회적 사건, 작가운동, 비평의 시간 이렇게 세 종류로요. 첫번째 목차가 시계라면 두번째 목차는 달력에 가깝습니다.
1-3 / 주제를 압축해 전달하는 주제-목차
주제-목차? 
이 시도가 피로하게 느껴지는 독자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글들의 관계보다는 그저 독립된 한편, 한편을 간단히 읽기 원하는 독자분들을 위한 목차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 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간단한 부제를 붙여 한눈에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목차를 만들었어요. 어쩌면 가장 일반적인 종류의 목차가 되겠네요.
2 / 입구와 출구가 있는 12개의 방
목차가 시간(시계와 달력)을 다룬다면, 열두편의 글은 공간으로 비유해보죠. 열두개의 방이 있습니다. 각 방은 입구와 출구를 가집니다. 입구에서는 각 글들이 어떤 맥락 하에 요청받았는지, 출구에서는 발표 후에 생각했던 것들을 작업노트로 정리했어요. 이미 맥락을 아시는 독자분들은 글귀를 읽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면 되고, 그 맥락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안내문을 읽으면 비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거에요. 아래의 이미지들은 차례로 입구용 원고와 본문 원고입니다.

3 /  누가 (나의) 비평을 읽는가
저는 1쇄를 총 500부 찍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선구매를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텀블벅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구매하시는 분이 열명이 전부라고 하더라도 500부를 찍을 생각이거든요. 저는 제 비평집을 직접 사서 읽겠다고 의사를 밝히고 실제로 입금을 하는 독자가 몇명인지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제 비평집을 구매하실 분들은 다음의 폼을 작성해서 입금해주세요.
4 / 유통 계획
선구매를 통해 판매하고 남은 책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에 유통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평소 좋아하던 독립서점들, 딱 5~6군데(수도권 3군데, 부산, 광주, 제주)에만 유통할 생각입니다. 즉 직접 그 서점을 방문하셔야만 구입할 수 있는 불편함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ㅎㅎ) 독립책방과 상생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리 책값을 지불하신 독자분들께는 발간 즉시 택배로 배달해드립니다. 선구매하신 분들이 실제로 책을 받게 되는 날짜는 3월 말에서 4월 초로 잡고 있습니다. 
5 / 수익금의 사용처
사실 제 첫 비평집의 판매수익은 전액 신인 평론가들의 원고료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책을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은 대산문화재단에 제출할 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를 좀 더 의미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책 수익금으로 현재 신인 평론가들이 중심이 되는 두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6 / "돈으로 살 수 없는 비평" 
위 소제목은 두번째 프로젝트 제목입니다. 과연 무슨 뜻일까요? ㅎㅎ 이 프로젝트의 세부 개요는 3월 15일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평론가분들을 섭외하는 중이고, 구체적인 세부 기획 과정 중에  있습니다. 분명히 제 비평의 독자분들도 이 프로젝트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되실 거에요.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일 거에요. 장담드리죠. (소근)
* 이 메일에 첨부된 샘플 이미지는 현재 제작 중인 책의 디자인 시안으로,  발간 시 목차의 글 순서가 바뀔수도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장은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