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에 부는 새로운 반독점법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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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찬비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외로 정말 많은 인수합병 뉴스를 접했어요. 지난해 글로벌 M&A 거래 총액은 직전 해보다 64% 상승했고, M&A 건수 역시 전해 대비 22% 상승했다고 합니다. 그중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작년 인수합병 건수가 지난 10년 중 사상 최대치라네요.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금리 인상 이외에도 빅테크를 향한 반독점 규제의 강도에 달린 것 같은데요.

오늘은 빅테크를 향한 반독점 규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찬비
정치 성향은 인류・평등・정의라는데요, 그래서 자꾸 반독점 이슈에 관심이 가나봐요 🙄
오늘의 이야기
1. 리나 칸 vs. 빅테크
2. 반독점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향
3. 리소스는 부족하지만 나아가는 중
4. 미국보다 더 엄격한 유럽의 기세

🥊 리나 칸 vs. 빅테크

반독점 이슈 관련해서 최근 주목할만한 뉴스는 메타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 건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이하 FTC)의 소송이 재개된다는 것이었어요. 지난해 6월, 같은 건에 대해 FTC가 소송을 제소했지만,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근거로 기각되었거든요. 하지만 기각과 동시에 법원은 8월까지 추가 증거를 제출하라는 기한을 제시했어요.

출처: Reuters
기각된 6월과 추가 증거 제출 기한인 8월 사이에 FTC에는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위원장으로 리나 칸(Lina Khan)을 맞이한 것이죠. 그는 ‘빅테크 저격수'로 유명해요. 로스쿨 재학 중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Amazon’s Antitrust Paradox)라는 논문으로 미국의 반독점법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일대 로스쿨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던 경력이 있어요. 그래서 임명 초기부터 빅테크 기업에게서 칸이 반독점 관련 이슈에 개입하지 않도록 청원하는 등의 반발이 있기도 했었죠.

칸이 부임한 후 첫 번째 승리는 바로 메타 소송의 재개였어요. FTC는 메타의 일일 및 월간 활성 사용자의 시장 점유율과 각 SNS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보내는 시간 등의 데이터를 보강해서 제출했고, 지난달 법원에서는 재판을 진행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결론지었어요. 데이터 보강만으로 결과가 달라졌다는 것은 트럼프 정권의 FTC가 기본적인 준비도 못 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어쨌든 NYT에서는 “빅테크의 힘을 제한하려는 미션에서 중대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송의 가장 큰 한계는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는 거예요. 인수가 일어났던 것은 2014년이었어요. 그 사이에 틱톡이라는 거대한 SNS도 생겼고, 메타는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꾸어 메타버스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죠. 이 소송을 맡은 판사 보아스버그 역시 “기관이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 있어 큰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썼어요.

🌿 반독점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향

그렇다고 FTC가 오래된 사건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나 칸이 부임한 후의 FTC는 1917년의 반독점법을 현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프레임워크로 바라보고 있어요.

이전까지의 미국 반독점법은 소비자의 후생이 감소했는지 여부로만 독과점 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에 무료 또는 저렴한 값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빅테크 기업은 그 해석에 따르면 독과점 기업이 될 수 없었어요(관련해서는 이전 레터나 팀 우의 빅니스를 참고하세요!). 하지만 칸은 현재의 달라진 기조를 최근 CNBC와 NYT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달라진 반독점 규제 조건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밝혔어요.

출처: Harvard Magazine
먼저, 독점(monopoly)이 아니라 수요독점(monopsony)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공급자가 하나이거나 소수인 독점과는 달리 수요독점의 경우, 수요자가 하나이거나 소수인 경우를 뜻해요. 빅테크에 입점하는 셀러들에게는 빅테크가 수요자로서 작용하게 되죠. 빅테크가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셀러들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을 주요 쟁점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거예요.

최근 이슈가 많이 되었던 애플의 앱스토어를 살펴봅시다. 앱 개발자 혹은 셀러는 이 플랫폼에 자신의 앱을 공급해야만 아이폰 사용자들이 자신의 앱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앱스토어의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만 하죠. 유사하게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려면 가장 큰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요구하는 정책을, 온라인에서 광고하려면 페이스북과 구글의 정책을 따라야 합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수요독점을 통해서 파트너 기업들에게 어떤 해를 입혔고, 결국 경쟁을 저하했다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사용자가 겪는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사용자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접근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에 강점이 있는 회사 A가 회사 B와 인수 합병된 후, 회사 A가 가지고 있던 이전의 정책을 폐기한다면 사용자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회사의 개인정보 및 보안 정책을 수용하고 서비스를 사용하게 됩니다. 가격 변화가 없더라도 사용자의 데이터가 더 많은 웹사이트에서 추적되고 개인정보를 더 많이 노출할 수밖에 없게 되면, 결국 사용자의 후생 저하로 이어진다는 논리인 것이죠.

이외에도 인터뷰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인적 자원을 얻는 것(labor effect) 등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했는데요, 반독점법에 대해 더욱 통합적인 해석을 통해서 시장 내 경쟁을 수호하겠다는 전략입니다.

🏃‍♀️ 리소스는 부족하지만 나아가는 중

인터뷰 내내 리나 칸은 “흥미로운 질문이다", “중요한 질문을 하셨다"라는 식으로 답을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질문에 신중하게 답했지만, 유독 한 가지 질문에는 빠르고 단호하게 답했어요. 바로 리소스 부족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1980년대 대비해서 인력이 1/3 감소했고 다른 리소스 역시 비슷하거나 감소했지만, 커버해야 하는 거래 자체는 2배 이상 증가했다고요. 이들이 상대하는 건 매우 리소스가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고 인수합병 움직임을 억제시킬 수 있는 건들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이를 위해서 지난달에는 FTC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기업 인수 합병 지침을 10년 만에 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인터뷰에서도 개정과 관련해서 간접적인 “(서비스의) 질 저하(quality degradation)”가 어떻게 후생 저하로 이어지는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할 것이라고도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리소스가 부족하지만 확실한 우선순위를 둔 덕택인지 FTC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소송 외에도 세 건의 잘 알려진 케이스를 조사하고 있다고 해요. 이것만 봐도 올해는 빅테크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WCCFTECH
첫 번째는 엔비디아와 ARM의 수직합병 건입니다. 2020년 9월, 엔비디아는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최근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그룹이 해당 보도를 부인하였다고는 합니다만, 블룸버그의 보도도 일견 일리가 있어요.

일단, 인수 공식화 시점부터 ARM 아키텍처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수직결합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반대가 많았어요. 이에 따라 ARM의 본사가 위치한 영국의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은 지난 11월, 6개월짜리 심층조사를 결정해 올 5월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에요. FTC 역시 지난 12월, 이 인수 건을 ‘불법적인 수직 결합'으로 규정하고 법원에 제소하였어요. 엔비디아는 올 3월까지 이번 ARM 인수 관련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대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게임 기업 액티비전 블리저드 인수 건입니다. 최근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약 687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콜 오브 듀티 등의 게임 타이틀을 소유한 회사입니다. MS가 2023년에 딜을 종료하면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소니 그룹에 이어서 세계 3위의 게임회사가 될 것이라고 해요. 규제 당국은 MS의 액티비전 소유권이 액티비전의 게임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함으로써 경쟁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여요.

마지막은 다시 메타인데요, FTC는 VR 피트니스 앱 수퍼내추럴의 개발사 위딘을 4억 달러에 인수하는 딜에 대해 심층 조사를 시작했다고 디인포메이션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수퍼내추럴은 메타의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용 가상현실 피트니스 게임입니다. 이 인수 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메타가 작년부터 지속해서 VR 게임회사를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위딘 인수 전에도 메타는 이미 5개의 VR 게임회사를 인수했고,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규제 당국의 검토 없이도 가능했다고 해요. 메타가 오큘러스 앱스토어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니 어떤 게임이 잘 나가는지 알 수 있겠죠. 만약 FTC가 메타의 인수 행렬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VR 게임씬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속속들이 인수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  미국보다 더 엄격한 유럽의 기세

사실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더 활발하게 빅테크 규제가 일어나고 있어요. 테크 뉴스레터 플랫포머를 운영하는 캐이시 뉴튼은 2022년 5가지 전망 중 하나로 유럽의 빅테크 규제를 선정했더라고요! 아마 새해에 미국에서 반독점 관련 새 법안 상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오히려 영국과 유럽을 보자고 이야기했어요.

유럽의 반독점 규제는 2020년 말, EU 집행위원회가 제정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와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이 핵심입니다. 이 법에 대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이용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임시 조치를 명령할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 및 알고리즘에 대한 접근 권한 및 관련 설명을 제공하도록 명령”할 수 있으며,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연구자들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을 제공하도록 요청할 수 있어 플랫폼의 운영원리를 이해하고 규제체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어요.

또한 위에서 엔비디아를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영국 경쟁시장청에서는 메타가 GIF 제공업체인 지피(Giphy) 인수와 MS의 음성인식 기술 전문 업체 뉘앙스 인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 레터에서 미국의 반독점법이 새 시대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빅테크가 빅테크가 될 수 있었다고 썼어요. 사실 법이 현재 사회의 속도를 따라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런데 빅테크가 다음 세대의 산업 내 경쟁체계도 무너뜨리지 않게 하겠다는 사명 하에 기존 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새로운 해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칸은 주목받았던 논문 “아마존 반독점 파라독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해요. “베조스가 반독점법에 대한 지도를 먼저 그린 다음 원활하게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고안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그려왔던 것만 같다.”며 “아마존은 현시대의 반독점 노래를 부르며 독점을 향해 행진해왔다”라고요. 한쪽에서는 아마존의 전략을 성공 요인으로만 분석할 때 다른 쪽에서는 이들의 독과점을 어떻게 규제할지 고민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FTC의 움직임은 분명 우리나라 포함 전 세계가 빅테크와 다른 업계의 독과점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지에 영향을 줄 거예요. 그런 점에서 올해 FTC와 유럽의 반독점 규제를 함께 주의 깊게 살펴봤으면 좋겠어요. 다음 세대의 여러 혁신이 경쟁을 통해 꽃필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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