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영 기자 #코다 #이길보라

[주말에 뭐 읽지]  2020-10-23 #30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coda-international

농부모를 둔 청인을 축복합니다  

   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지음
교양인 펴냄

2014년 ‘한국농아인협회’ 주관으로 코다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 코다들이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하는 첫 공식 행사였고 ‘코다 코리아’의 시작이었다.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청각장애인) 부모 아래 태어난 청인(청각장애가 없는 비장애인) 자녀를 의미한다. 의미는 간단하지만 지칭하는 대상은 단순하지 않다. 부모에게 수어를 배운 코다가 있고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 아래 나고 자란 코다도 있다. 수어 대신 홈사인을 쓰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코다까지, 다양하다.  

‘코다 코리아’가 만들어진 뒤 구성원들은 숱한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야 했다. 불가피했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 재차 상처를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썼다.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이제 사적인 경험, 그다음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길보라 감독은 수어로 옹알이를 하며 부모의 언어를 습득했다. “엄마는 스스로를 농문화에 속한 농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세상 사람들은 장애라고 불렀고 때로는 병신 귀머거리라고 부르며 비웃었다.” 이현화 수어통역사 역시 태어나자마자 숨을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청인과 부모 사이를 통역해야 했다. 모든 것이 음성언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부모의 보호자였다. 

농인사회 안이라고 편견과 차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코다들이 하는 특정 행동을 두고 ‘코다 짓’이라고 지칭하거나 코다는 지각을 자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했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 코다들이 만든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일부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코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코다는 농부모를 둔 청인의 고유한 유산과 다문화적 정체성을 축복합니다.” 

청인들의 세계가 얼마나 얄팍한지, ‘태생적으로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다. 

임지영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도미니언   
톰 홀랜드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  

“기독교는 세계사가 배출한, 가장 강력한 패권적 문화 체제다.” 

역사책을 좋아하지만 연구자들이 쓴 책은 너무 딱딱하고 저술가들이 쓴 책은 재미만 추구해 믿을 수 없다면, 완벽한 대안이 있다. 톰 홀랜드다. 그는 역사학의 엄정함과 가슴 뛰는 스토리텔링의 균형점을 잡아내는 마법사다. 로마사, 페르시아사, 초기 이슬람의 역사 등 고대 지중해·근동 세계를 주로 다뤄온 그가 이번에는 시공간의 폭을 크게 넓혔다. 신간 〈도미니언〉은 기독교가 어떻게 서구 사회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세계와 만나면서 기독교 그 자체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다룬다. 교회가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은 늘 부침과 진화를 겪어왔다. 코로나19 방역전에 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을 역사의 거울에 비춰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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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이효원·송예슬 옮김, 반비 펴냄  

“어쩌다 연대가 듣기 싫은 단어가 되었으며, 욕심이 미덕이 되고, 쾌락이 의무가 되었을까?”  

일, 육아, 교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훨씬 짧다. ‘권위(Autoriteit)’다. 벨기에 출신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권위’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대사회의 징후들을 분석했다. 제도와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발전했지만 육아와 교육, 정치가 위기에 내몰린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다. 유럽에서 민주주의의 한계는 왜 포퓰리즘으로 대체되고 있는가. 또 평등과 연대라는 감각은 왜 평가절하되고 있는가. 정신분석학·사회학·철학 등을 넘나들며 저자가 내린 결론은, 권위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건 자유와 평등이 아닌 ‘권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른이 되지 못한’ 바탕에는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 시스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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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탄식 
마종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고 싶어서이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듣고 싶어서이다.”  

지은이는 ‘미국에 사는 의사 시인’이다. 이 시집은 올해로 등단 60돌을 맞은 마종기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이다. 그는 왜 미국에서 시를 쓰나? 공부를 하러 갔다가 자리를 잡았나? 예전에 무심코 넘겨짚었는데, 이 시집과 해설을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1965년에 ‘한일회담 반대 서명’을 했고, 불법 연행·투옥·고문 등이 이어졌음을. 스스로 원해서 이 땅을 떠난 게 아니었다.
문학평론가 이희중은 해설에서 “〈천사의 탄식〉에서
여든 안팎의 연륜을 얻은 빼어난 서정적 지성이 가꾼, 연민과 응시와 회억의 큰 숲을 본다”라고 썼다. 60년 동안 타국에서 한국어로 시를 쓴 시인의 삶과 문학은 어떤 것일까. 시편을 읽다 보면 어떤 아득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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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지음, 주리 그림, 북하우스 펴냄  

“몸이 아푸마 빨리 주거야지 시푸고, 재미끼 놀 때는 좀 사라야지 시푸다.”  

2015년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에 문해 학교가 들어섰다. 평균나이 78세 일곱 ‘할매’들은 이곳에서 한글을 배우고 삐뚤빼뚤 시를 쓴다. ‘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권분한)’ ‘글자를 모르이 냄새로 알았다/ 참기름 냄새가 나면 기름장이 집/ 족발 냄새가 나면 족발장이 집(안윤선)’…. 
짧은 구절에도 자꾸만 발목이 잡힌다. 할머니들을 3년간 만나며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다. 영화에 다 담지 못한 후기를 책으로 엮었다. 화투를 치고, ‘영감’들 흉을 보다가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할머니들을 보며 “재미있는 게 의미 있는 거”였단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 듦과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걱정 어린 시선은 편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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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근력'을 길러주는 효과로 사랑받아 온 <시사IN> 방구석 프로젝트가 청소년 버전을 오픈합니다. 30일 동안 하루 한 편 기사 읽는 습관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게끔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소개해주세요. 이번주 일요일(10월25일) 신청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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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독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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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올해 새로 시작한 일중 하나가 독자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읽기 모임입니다. 처음에는 팬데믹 혼란 속에서 뭐라도 해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하다 보니 뜻밖의 수확이 있더군요.
 
우선은 어릴적 풀지 않은 문제집 쌓이듯 쌓여가던 <시사IN>을 제때 읽어 너무 좋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시사 이슈에 익숙지 않은 비독자들은 꾹 참고 읽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시사 용어가 눈에 들어오더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어느 쪽이든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하느라 읽기에 투자하기 힘든 시간을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서라도 반강제로 확보한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그 다음 많이 나오는 반응이 하나의 기사를 읽고도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포털 댓글창과는 다르게 서로를 존중하며 경청하는 분위기 속에서요.

이런 다양한 반응을 접하며 동네책방들이 왜 그토록 책모임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서로 독려하며 '읽기 근력'을 기르고, 각자 다른 생각을 접하며 얄팍했던 나의 세계를 새롭게 확장하는 경험. 이것이야말로 함께 읽기의 마력일테니까요. 책 읽기 좋은 시즌(누군가는 이를 '야외활동하기 힘든 시즌'이라 표현하기도 하더군요😅)이 돌아오면서 요즘 오프라인/온라인 책모임을 준비중인 곳들이 눈에 제법 띄던데요. 어떤 곳에서 어떤 책모임이 조직되고 있는지, 책 읽는 독앤독 친구책방 리스트를 통해 한번 확인해보시면 어떨는지요. 중고등학생 자녀, 조카, 제자가 있는 분들은 새로 시작할 <시사IN> 청소년 읽기 프로젝트도 관심있게 봐주시고요(성인 대상 새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12월말 이후 고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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