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입니다. 이제 완연한 여름이네요. 코로나가 풀린지 만 3개월이 지나가네요. 풀리면 꼭 해야지, 다짐했던 것들 체크해나가고 계신가요. 저는 생각보다 쌓여있는 To do 리스트들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는 즐기며 체크 박스들을 클리어 해나가고 있습니다! 너무 달렸으니 오늘은... 샴팡 한잔하며 잠시 쉬어야겠어요. 습한 더위에 Cheers!

오랜만에 정글사우나 풀트랙을 틀어놓고 맥주 한 캔 깐 채 자리에 앉았다. 피쳐링으로 창밖의 빗소리까지 완벽한 삼합이다. '여름'에 맞춰 들고 온 앨범, CHS의 정글사우나는 내게 갖은 추억들로 가득한 앨범이다. 애정 듬뿍 담아 일했던 '채널1969'에서의 첫 만남. 이후 몇 번이고 되찾아 들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2020년 최다 플레이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힐 것. CHS 덕에 다시 돌이켜본 2020년, 제법 힘든 한 해였다.

2020년 6월의 어느 여름,

큰 수술을 하고 요양 차 고향에 내려가 한 달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집 앞 바다로 나설 때면 항상 이상순의 ‘다시’를 들었고 집 뒤 숲을 향할 때면 항상 CHS의 ‘서울몽’을 들었다. 초록빛으로 물든 삼림에 서울몽이 흘러나올 때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매번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이내 압도되는 풍경과 음악에 젖은 채 스스로 위안을 삼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원고를 쓰며 오랜만에 당시의 병상일지를 꺼내 보았더니 그곳에도 여전히 이렇게 적혀 있다.

2020년 6월 23일 화요일, 퇴원 후 18일 차.

드립 커피를 내려놓고 뒷문을 나서 완만한 산길을 산책한다. 맑은 공기 맡으며 샛초록으로 물든 산과 풀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걷는 게 전부다. 산을 산책할 땐 CHS의 서울몽을 듣고 바다를 산책할 땐 이상순의 다시를 듣는다.

2020년 8월의 어느 여름,

좋은 기회로 난생처음 강원도 고성을 가게 되었다. 당시 양일간 디제이 셋과 라이브 셋이 준비된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를 보기 위해 냉큼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도착한 당일 밤, 쏟아지는 폭우에 속수무책 당하기도 잠시, 이내 우산과 신발 모두 벗어던진 채 비에 흠뻑 젖어 뛰놀던 기억 또한 생생하다. (정글은 언제나) 비 온 뒤 맑음이라고 했던가. 다음날, 하늘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둥 무색하리만큼 쨍쨍했고 이날은 CHS의 라이브 셋이 있던 날이었기에 일찍이 야외 공연장 바닥에 앉아 공연이 시작하길 기다렸다. 다소 전투적으로 내리쬐는 뙤약볕에 약간의 노여움이 들랑말랑하는 그맘때쯤 CHS의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귀로 듣던 매 순간, 서울 공연장에서 마주했던 순간 역시 좋았지만 2년가량이 지난 지금도 ‘고성의 어떤 여름날,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바닥에 앉아 모두가 숨죽인 채 오로지 한곳만을 보고 들었던 그날의 CHS’를 잊지 못한다.

2022년 6월의 어느 여름,

CHS를 꺼내 들으며 회귀한 오늘, 나는 오늘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정글사우나」를 꼭 한 번 들어보았으면 한다. 내겐 위안이자 쉼이자 휴식과도 같은 앨범이었지만 어떤 이에게는 또 다른 영감으로 다가갈지도 모를 이 앨범, 이 앨범을 꼭 한 번 들어보았으면 한다.

여름이 일렁이는 욕망의 수영장

당신은 프랑스 남부의 수영장이 있는 어느 호화로운 빌라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해는 높아지고, 더위에 뒤척이던 당신은 눈을 비비며 수영장이 있는 밖으로 걸어 나온다. 어깨에 내려앉는 따가운 여름 햇살을 그대로 안고 물속으로 몸을 내던진다.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드니 햇빛에 아름답게 그을린 당신의 연인이 보인다.

첨벙거리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 되는 곳에서, 연인과 단둘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일과를 보내며 햇살에 보기 좋게 익어갈 때쯤, 예기치 못한 친구들의 방문이 조용했던 수영장에 파문을 일게 한다.

이것은 누군가의 휴가 계획이나 후일담이 아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리메이크했던 비거 스플래쉬의 원작, 자크 드레이 감독의 1969년 영화, 수영장(개봉 당시 제목은 ‘태양은 알고 있다’)의 시놉시스다. 장 폴(알랭 들롱)과 그의 연인 마리안(로미 슈나이더) 그리고 갑자기 찾아오는 마리안의 옛 연인 해리(모리스 로네)와 그의 성숙한 딸(제인 버킨)이 수영장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묘한 관계의 꼬임을 그린 영화로, 무엇보다 여름 별장에서의 완벽한 휴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크 드레이의 욕망의 <수영장>은 후대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랑수아 오종의 <스위밍 풀>과 루카 구아다니노의 <비거 스플래쉬>가 대표적인데, 원작 속 로미 슈나이더의 마리안이 샬롯 램플링과 틸다 스윈튼으로 변주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새로운 묘미일 것이다.

작열하는 여름의 열기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부르주아들의 숨겨진 욕망이 수영장의 푸른빛으로 담금질 되는 모습은 미셸 르그랑의 사운드트랙을 타고 유유자적하게 흘러간다.

로미 슈나이더의 물처럼 푸른 눈빛과 알랭 들롱의 무심하게 쓸어 넘긴 젖은 머리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아른거린다. 여름의 영화를 찾는 이들에게 나는 자주 이 영화를 추천해왔다. 욕망이 넘실거리지 않더라도, 여름의 햇살 아래 수영장이 있는 풍경의 휴가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영화 La piscine (수영장)

감독 자크 드레이 Jacques Deray

주연 알랭 들롱, 로미 슈나이더, 모리스 로네, 제인 버킨

영화음악 미셸 르그랑 Michel Legrand

📖 「포트레이트 인 재즈」 - 무라카미 하루키

왜 이렇게 습하지···. 한국이 언제부터 동남아 날씨였던가. 아마 한 3~4년 전부터 국지성 습한 기후가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더 빠르다. 6월부터 참을 수 없는 습함. 장마까지 더해 시원한 듯 습기를 머금은 날씨가 연일 지속된다. 그래서 이번 주제 'Summer'의 책은 머리 쓰지 않아도 녹음이 우거진 어딘가 캠핑이나 계곡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Portrait in jazz’다.

쿠바 아바나를 여행하고 있을 때 찌는 듯한 더위에 야외에서, 다이끼리를 마시며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멤버가 속해있는 공연을 본 적이 있다. 해는 작열하고 얼굴은 뜨거웠지만, 소울풀하고 리드미컬한 사운드들이 마치 열정적인 날씨를 열정적인 음악으로 푸는 듯해 시원했다.

Jazz도 장르가 다양해 Cool Jazz도 있고, 다소 잔잔하게 들을 수 있는 재즈도 있지만 역시나 재즈하면 일반적으로는 스윙, 비밥, 뮤지션들의 광기 어린 소울이 진하게 담겨있는 뜨거움이 생각난다.

마약으로 얼룩지거나, 사연 있는 뮤지션들의 곡들을 하루키는 담담하게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풀어낸다. 책에는 약 53명의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뮤지션별로 약 3~4장 정도의 짧은 분량이니, 하루키의 내러티브를 느끼며 추천해주는 재즈를 한 곡 한 곡 플레이하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재즈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

Groove Armada - My Friend / 2000년대에 나온 노래인데 뮤직비디오가 재밌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의 순간을 끈적하고도 칠한 비트에 녹여냈다는 것이 좋았다.

Q4. SINAHILL's PICK

📍 PLACE  "합정 펍트라이브" - 20살 때부터 즐겨 가던 10년 넘게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간.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영화 ost, 락,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배경음악 노래 선곡이 좋아 종종 혼자 음악 감상하러도 간다. 평생 오래오래 있었으면 하는 공간이다. (p.s 사장님 제 기타 언제 주시나요..)

🎵 MUSIC  소울. 언제나.

🎬 MOVIE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 기타노 다케시" - 나의 여름시절 기억은 언제나 그립다!

📖 BOOK  "블루 자이언트 - 이시즈카 신이치" - 글과 그림에서 음악이 들리고 그 감동은 바로 심장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