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5일
언뮤 뉴스레터 제15호
by 음악학 허물기
“팝콘을 씹으면서 오페라를 보라는 말이냐”
연극 배우의 열연이든, 성악가의 절창이든 전통적으로 공연은 아날로그 영역이었다. 찰나에 타올랐다가 감동이라는 결과물만 남기고 아스라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일회성 예술이었고 노동 집약적 산업이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공연 교과서를 첫 줄부터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아날로그 영역이었던 공연은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도로망을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김성현, 조선일보2021년 10월 19일

“팝콘을 씹으면서” 오페라를 보면 왜 안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15년 전 영화관 상영을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싸늘한 반응 일색이었답니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김성현 기자의 지적 대로 “공짜는 없”는 법이죠. “클래식 역시 넷플릭스처럼 영상 서비스를 통해서 팬들의 통장에서 꼬박꼬박 월정액과 관람료를 인출해” 갑니다. 그래서 기사 제목 그대로 클래식도 온라인 선점해야 산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비단 ‘돈’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날로그 공연이 전부였을 때 예술의전당과 서울시향은 ‘홈경기’의 이점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베를린 필과 경쟁해야 할 판이라는 것. 그러니까 ‘선점’하는 것보다 ‘최고’가 되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군요. 뉴스레터 언뮤도 음악(학)계의 독보적인 소식지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제15호 시작합니다. 위의 영상은 지난 9월 27일 메트의 역사적인 2021–22 시즌 오프닝에서 초연된 테렌스 블랜차드의 오페라 Fire Shut Up in My Bones의 아리아 “Peculiar Grace.” 앤서니 토마시니의 『뉴욕타임스』 리뷰는 아래 버튼으로 연결됩니다.
1. 말콤 아놀드 탄생 100주년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175번째 방송에서는 2006년 타계한 영국 작곡가 말콤 아놀드 경(Sir Malcolm Arnold, 1921–2006)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고전 영화 팬이라면 추억할 만한 그의 영화 음악부터 예술 음악까지 전부 준비했습니다.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아놀드의 음악을 지금 바로 만나 보세요.
2.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타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상징하는 네덜란드 태생의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Bernard Haitink, 1929–2021)가 지난 21일 타계했습니다. 향년 92세.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앨런의 부고 기사에 따르면 그는 화려하고 요란 떠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지휘자였습니다. 어쩌면 그의 죽음을 이렇게 대서특필하는 것조차 탐탁지 않아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같은 일간지에 추모 기사를 쓴 비비안 슈바이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긴 얘기 짧게 하면 이른바 ‘똥폼’ 잡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지휘자. “세상에 전할 메시지는 없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겉멋’에 목숨 거는 세상. 또 한 명의 ‘어른’을 떠나보내는 게 왠지 씁쓸합니다.
3. 지휘자 김은선의 데뷔 시즌
폼 잡지 말고 각자 위치에서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는 하이팅크의 믿음은 올해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 감독 김은선에게서도 감지됩니다. 지난 8월 푸치니의 《토스카》로 데뷔한 김은선은 최근 베토벤의 《피델리오》를 공연했고, 11월에는 프란코 제피렐리 연출 40주년을 맞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푸치니의 《라 보엠》 연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피델리오》 공연 후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함께 작업한 동료들의 평가. 개성 강한 지휘자와는 다른 ‘차분함’(calmness)이 매력이라는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전합니다.
4. ‘피아노 왕자’ 리윈디의 추락
반가운 소식만 있었던 한 주는 아니었습니다. 중국 밖에서는 ‘윤디 리’로 더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리원디가 성매매 혐의로 공안에 체포되어 구류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지난 2000년 사상 최연소 우승을 기록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마지막 날에 말이죠. 중국 법률 제도에 정통한 제롬 코헨 뉴욕대학교 교수는 아직 정확히 공개된 내용이 없고 중국 내에서 성매매 혐의가 오랫동안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들며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씁쓸한 건 마찬가지. 『뉴욕타임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기사는 아래 버튼으로 연결됩니다.
5. ‘블랙페이스’ 오텔로 Round 2
뉴스레터 제12호에 소개된 브라이트 솅의 ‘블랙페이스’ 오텔로 사건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단체 중 하나인 International Youth and Students for Social Equality 미시간 대학 지부가 공개 서한을 통해 브라이트 솅의 복직을 요구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이제 지겨울 법도 하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6. 음악과 질병, 장애의 문화사 DB 업데이트
음악과 질병, 장애의 문화사’ 연구를 위해 ‘음악학 허물기’에 구축 중인 DB에 C. P. E. 바흐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통풍으로 고생했다는데, 메튜 헤드의 2016년 논문을 읽어 보면 이게 C. P. E.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Medical Humanities > Database (beta)에서 확인하세요.
7. 음악학 연구와 강의를 위한 DB 업데이트
‘음악학 허물기’ DB에 아래 항목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IMSEA Virtual Conference에서 해외의 음악학자들과 학생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초록 읽다가 문득 음악 이론가 조셉 스트라우스 교수의 ‘통과되는 학술대회 프로포절 쓰는 법’이 생각나서 SMT 홈페이지에 가 보니 아직 그대로 있더군요. 학술대회, 특히 ‘국제’ 학술대회에 초록을 제출할 계획이라면 그 전에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외 추가된 아래 항목들도 Teaching > Resources에서 확인해 보세요.
언뮤 뉴스레터를 주변에도 알려주세요.
음악학 허물기 Undoing Musicology
© 2021 Hee Seng K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