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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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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종류

지난 화요일(12/20)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유홍준 선생님이 <내가 생각하는 한국공예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셨습니다. 저도 진작 알았다면 갔을텐데 일본에 다녀오고 약간 넉다운 상태여서 미처 모르고 지나쳤네요. 강연이 끝났음에도 이를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공예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에서 무언가를 연구할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점은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미술사학 역시 그러하죠. 시간순으로 물 흐르듯 흘러왔던 작품의 전개나 작가의 업적을 그냥 연대순으로만 보면 그 특징을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어떤 기준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구분 및 분류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작가가 누군가에게 배웠던 시절, 유배갔던 시절 등 작품 형성에 영향을 끼쳤던 특정 사건이 될 수도 있고, 작품의 양식에 따를 수도 있죠. 이 기준은 연구자가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학설에 따라 굉장히 다양합니다.

회화사에서는 수묵화, 채색화, 불화, 고분벽화 등으로 구분되고 더 깊이 들어가면 사대부의 그림, 전문화원의 그림, 무명화가의 그림으로도 구분되죠. 혹은 그 시대에 유행했던 화법이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자사 역시 토기, 도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흑자 등 재질 구분에서 우선 출발하죠.

공예의 경우는 늘 의아스러운 지점이긴 한데 이런 간단한 구분조차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예’라고 하면 선입견처럼 왠지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물건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반면 회화사 관련 전시를 보면 그 주제가 시대별, 작가별, 작가의 특정 시기, 종류별 등 다양하며 어떤 주제를 택해도 무슨 전시인지 알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해온 연구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공예도 우선은 기본 구분법, 종류부터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종류를 보면 당연한 얘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하죠. 이게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트렌디한 주제와 제목만을 좇는 것은 오히려 공예만의 특징을 지우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유홍준 선생님은 아래 글처럼 공예를 사용자를 기준으로 구분했습니다. 회화가 수묵화와 채색화, 문인화가와 전문화원으로 구분한 것에 출발했듯이 공예도 기본 관점이 정착한 상태에서 다양한 관점을 선보이는 게 순서에 맞을 겁니다.

"유홍준 교수는 우리 공예를 사용자의 미감에 따라 왕실공예와 규방공예․선비공예․민속공예․불교공예 등으로 나누어 보았다, 이들 분야에 속하는 대표적인 공예품으로는, ▴왕실공예의 어보와 어책 ▴규방공예의 보자기나 노리개, 원앙장 ▴선비공예로 표현할 수 있는 사방탁자나 문갑 ▴민속공예의 반닫이와 소반, 등잔 ▴불교공예의 범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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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역사 유적을 방문할 때면 늘 ‘묘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다닐 때도 그랬고, 수학여행을 갔을 때도 그랬죠. 신기한 것은 하나의 관광단지로 잘 정비된 경주에 갔을 때보다 관람객이 뜸했던 부여, 공주에 갔을 때 이 기분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묘한 기분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18세기 프랑스 화가 위베르 로베르의 폐허 그림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드니 디드로는 로베르의 폐허 그림을 두고 ‘숭고한 폐허’라 규정하며 "다가올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폐허를 보면 숭고의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이는 망가진 것을 볼 때 느껴지는 단순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인간의 무력함, 허망함이었고 회복해야 할 옛 영광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