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지 난감하셨을 텐데요. 배수 문제는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먼저 더 높은 지대에 집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건물을 60, 70센티미터만 올려서 지어도 물에 잠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장마철이면 4, 5일 간 집에 물이 차 있었고 공용화장실도 막히곤 했어요. 너무나 비위생적인 상황이었죠. 물을 퍼올리기 위해 정부가 바스트랄 지역 두 곳에 펌핑 스테이션을 설치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습니다.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운하도 걱정이었죠. 운하가 범람하면 산업 폐기물이 커뮤니티까지 쓸려 들어오는 상황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군요. 제한된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이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먼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이 모두 커뮤니티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뮤니티 안에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래서 커뮤니티 소속 주민을 프로젝트 개발자로 고용했습니다. 동시에 자재 값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이 예산으로는 비싼 자재를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때 당시 저의 건축가 지인들은 대리석 찌꺼기를 재활용해서 바닥 타일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이들을 초대해서 기술 개발 워크샵을 진행하고 주민들과 함께 바닥 타일을 직접 제작했어요. 한센병 환자들은 고용의 기회가 거의 없거나 고용이 된다고 해도 낮은 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받습니다. 하루 임금이 150 루피, 1.5달러 밖에 안 되죠. 집주인이 직접 타일을 제작하는 방법으로 자재 구입 비용도 절감하고 주민들에게 인건비도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주거공간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게 된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