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 LETTER

러빙 커뮤니티Loving Community는 인도 바스트랄 지역Vastral에 위치한 한센병 leprosy disease[1] 환자촌이다. 이 곳 주민들은 사회적 차별과 멸시를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화장실과 부엌도 없는 단칸방에 살고 있었으나 장마철에는 그마저 물에 잠겼다. 매년 다시 짐을 꾸려 마을회관으로 옮겨가거나, 물이 고인 방 안에 벽돌을 쌓아올려 그 위에서 지내기도 했다. 2018NGO 마나브 사드하나Manav Sadhana 와 영국 드 모퐁트De Montfort 대학의 후원으로 주택 재건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리드 건축가로 임명된 아난드 소네차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을 통해 저예산으로 효율적인 건축을 진행했다. 이번 뉴스레터에 그와 인터뷰 일부분을 싣는다. 

[1] 한센병균이 점막을 침투해 조직이 변형되는 질병이며, 과거에는 나병이라 부르기도 했다. 1981년까지 불치병으로 분류됐다.

러빙 커뮤니티 집집마다 새로 지은 코트야드(지붕이 없는 마당이라고 보면 된다). 열대 기후가 나타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코트야드가 하나의 자산이다. 뜨거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코트야드는 야외 부엌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SEAlab
러빙 커뮤니티 재건축을 진행한 인도의 건축가 아난드 소네차 ©SEAlab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러빙 커뮤니티

재건축 이후 러빙 커뮤니티 집의 내부. 면적을 넓히는 대신 2층으로 구성해 공간활용도를 높였다. 곳곳에 낸 창문으로 채광과 환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SEAlab

러빙 커뮤니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침수가 잦은 지역이었는데요.

러빙 커뮤니티는 인도 아마다바드 Ahmedabad도시의 외곽 지역인 바스트랄이라는 곳에 있어요.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침수피해가 자주 발생했죠. 그 뒤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러빙 커뮤니티는 인도의 한센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지내는 곳이에요. 한센병은 오랫동안 사회적 낙인이 따라다녔던 질병이죠. 한센병 환자들을 도시 밖으로 쫓겨났고요. 러빙 커뮤니티도 인도 곳곳에서 이주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1968년에 인도 정부가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지낼 수 있도록 땅을 제공했어요. 주변 농장에 물을 공급하는 운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죠.

 

침수 피해가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잘못된 공사의 결과였군요.

맞습니다. 침수 피해는 아마다바드 도시가 점점 확장되면서 시작됐어요. 외곽에 위치했던 바스트랄 지역도 어느새 도시의 일부가 되었는데 제대로 된 배수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전에 도시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졌죠. 정부가 바스트랄에도 건물을 산발적으로 짓기 시작했고 커뮤니티는 점점 분열되기 시작했어요. 도면을 보시면 현재 이 지역의 두 면은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세 번째 면은 콘크리트로 지대를 높이는 바람에 운하는 더 높아졌습니다. 러빙 커뮤니티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지대가 된 거죠. 그 후로 장마철마다 이 지역만 범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에 의한,
커뮤니티를 위한
참여형 프로젝트 
러빙 커뮤니티 주민들과 토론회를 진행중인 아난드 소네차. 주민들이 디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면 대신 3D 모형을 제작하고 주민들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았다.©SEAlab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지 난감하셨을 텐데요. 배수 문제는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먼저 더 높은 지대에 집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건물을 60, 70센티미터만 올려서 지어도 물에 잠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장마철이면 4, 5일 간 집에 물이 차 있었고 공용화장실도 막히곤 했어요. 너무나 비위생적인 상황이었죠. 물을 퍼올리기 위해 정부가 바스트랄 지역 두 곳에 펌핑 스테이션을 설치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습니다.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운하도 걱정이었죠. 운하가 범람하면 산업 폐기물이 커뮤니티까지 쓸려 들어오는 상황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었군요. 제한된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려운 상황이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먼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이 모두 커뮤니티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뮤니티 안에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래서 커뮤니티 소속 주민을 프로젝트 개발자로 고용했습니다. 동시에 자재 값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이 예산으로는 비싼 자재를 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때 당시 저의 건축가 지인들은 대리석 찌꺼기를 재활용해서 바닥 타일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이들을 초대해서 기술 개발 워크샵을 진행하고 주민들과 함께 바닥 타일을 직접 제작했어요. 한센병 환자들은 고용의 기회가 거의 없거나 고용이 된다고 해도 낮은 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받습니다. 하루 임금이 150 루피, 1.5달러 밖에 안 되죠. 집주인이 직접 타일을 제작하는 방법으로 자재 구입 비용도 절감하고 주민들에게 인건비도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주거공간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접근하게 된 거죠.

소네차는 제한된 예산이 오히려 창의적인 발상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대리석 찌꺼기로 바닥 타일을 직접 제작해 소재값을 줄이고 투입 예산을 인건비로 지급할 수 있었다 ©SEAlab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러빙 커뮤니티 주민들의 참여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공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열어서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어느 부분을 바꿨으면 하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했죠. 덕분에 집을 한 채씩 지을 때마다 디자인을 계속 보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로서 동의하는 부분은 바로 수정했죠. 하지만 채광과 환기시설 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집집마다 작은 코트야드를 지어서 빛이 들고 공기가 순환되게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간 낭비라며 맘에 안 든다고 했거든요 (웃음). 그래도 계속 소통하면서 타협점을 찾았어요. 굉장히 민주적인 절차였죠. 우리 디자인에 동의하는 주민도 있었고, 동의하지 않는 주민도 있었는데 그런 다양한 반응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표준 유닛만 하나 만들어서 복사 붙여넣기 하듯 반복하지 않았어요. 각 가족의 구체적인 필요에 맞춰서 한 채씩 다르게 디자인한 거죠.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바닥 타일로 거실을 시공한 모습. 대리석 찌꺼기, 시멘트, 색료를 배합해 만들었다 ©SEAlab
본 인터뷰의 전문은 MSV 소셜 임팩트 시리즈 4호 
<안전을 위한 디자인 : 생활 안전부터 재난까지> 에서 볼 수 있습니다.
11월초 출간 예정
에디터 강성혜 미션잇 리서처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에서 사회정책을 공부하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던 강성혜는 논문으로는 알 수 없었던 사회 곳곳의 목소리를 듣고자 미션잇에서 리서처 겸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알게되는 순간들을 꽤나 자주 마주하고 있다.

에디터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뉴스레터 발행 안내

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매거진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전달 드립니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 Design for Social Value’와 ‘포용적인 디자인 Inclusive Design’ 그리고 ‘접근성 Accessibility’ 입니다.

다음 발송일은 11/1 화요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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