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씨로켓 인사이트
씨로켓 인사이트 (2020.8.18)

안녕하세요. 씨로켓 인사이트의 에디터 마루치입니다. 요즘 넷플릭스와 OTT 전쟁 얘기가 많습니다. 국내 사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미국 블룸버그와 디애슬래틱의 디지털 구독 결합판매 소식을 통해 국내 미디어들에게 주는 시사점 힌트를 살펴봅니다.

뉴스 콘텐츠 유료화 전략: 번들링(bundling)

최근 Axios는 블룸버그와 디애슬래틱(The Athletic)이 8월4일부터 디지털구독 결합(Bundling)상품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전했다.(굳이 한국 상황과 맞물려 비유를 하자면, 경제전문 매체 이데일리가 스포츠전문 매체인 엑스포츠뉴스와 손잡고 디지털 구독상품을 판매하는 셈이다.) 
미디어업계에서 요즘 구독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눈길 가는 뉴스이자 시사점이 많아 보인다. 마침 미디어전문 매체인 미디어고토사(이성규편집장)에서 분석 글을 정리했기에 공유받았고, 미디어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에 대해 씨로켓리서치랩에서 추가 토론을 정리했다.

블룸버그가 디애슬래틱의 손을 잡은 이유는?
블룸버그는 2018년, 디애슬래틱은 2016년 창간 때부터 구독모델을 운영해왔다. 블룸버그는 비즈니스 미디어로, 디애슬래틱은 스포츠 전문 미디어로 서로 겹치지 않는 미디어 콘텐츠를 만든다.

블룸버그의 디지털구독상품은 월 34.99달러(4만 1천원)이고, 연 구독을 할 경우 415달러(49만원)다. 미국 내에서도 비싼 편에 속한다. 블룸버그와 디애슬래틱이 결합된 디지털구독상품의 경우 할인율도 높을 뿐더러 수준 높은 스포츠저널리즘 소식까지 챙겨볼 수 있으니 구독자에게는 일석이조가 된다.

국내에서는 디애슬래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포츠기자들에겐 익숙한 미디어다. 올해 초, 디애슬래틱은 5,000만 달러의 시리즈 D투자를 받으면서 약 5억 달러(약 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유니콘급은 아니지만 디애슬래틱은 중견급 스포츠 전문 언론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블룸버그 월 1.99달러 구독 시 3개월 간 디애슬래틱 무료 이용
블룸버그 연 290달러 구독 시 6개월 간 디애슬래틱 무료 이용
블룸버그의 전략은 디지털구독 할인 상품의 가치와 매력을 더하기 위해 디애슬래틱을 끌어와 구독자를 모으고, 어떤 방식으로든 성공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블룸버그 월 상품은 3개월 이후부터 다시 원래 가격인 34,9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말 그대로 프로모션용 할인 상품이다.

위와 같은 구독모델 구성을 봤을 때 블룸버그와 함께 하는 디애슬래틱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디애슬래틱의 디지털구독 상품 가격은 월 9.99달러(11,828원), 연 59.88달러(7만원)다. 결합상품 전략의 일반적인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 디애슬래틱 입장에선 인지도 제고 등 이용자 기반 확대가 목표이지 않았을까. 마케팅 측면으로 바꿔 말하자면, Top Of Funnel(최상단)의 도달(Reach) 확보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잠재 고객 육성 전략 마케팅퍼널 (webdam)
예를 들어,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고소득 전문직들이 스포츠뉴스를 즐긴다고 했을 경우, 디애슬래틱은 블룸버그 독자를 잠재적 구독자로 끌어당기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디애슬래틱의 잠재적 독자들은 블룸버그 독자와 겹친다는 판단일 것이다.

블룸버그는 영상전문버티컬인 ‘QuickTake’에 스포츠기술과 스포츠비즈니스, 스포츠문화 콘텐츠 노출을 디애슬래틱에 약속했다. 블룸버그가 디애슬래틱으로 유입될 잠재적 독자의 퍼널 입구를 넓혀준 것이다. 한마디로 “기회를 줄테니 마음대로 우리(블룸버그)독자를 데려가 봐, 전환시켜 봐”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블룸버그 입장에서는 디애슬래틱의 전략과 자사의 그것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서로 다른 두 미디어의 독자를 배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종합일간지에 스포츠신문을 끼워준다고, 종합일간지 독자가 일간지를 끊고 스포츠지로 넘어가는 경우는 극소수에 그친다는 가설인 셈이다. 그래서 블룸버그와 디애슬래틱의 파트너쉽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디지털 구독시장이 던지는 의미 
미국 디지털구독시장은 경쟁적인 구도로 바뀌고 있다. 상당수의 상위언론사들이 유료 독자를 독과점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이 한정된 독자들의 예산을 빼앗아 자사 구독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디지털구독시장은 승자독식까진 아니어도 선두주자의 기득권이 인정되는 영역이 되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디지털구독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한 사업자가 초반부터 특정 독자층을 선점해 나갈 경우 후발주자가 그 독자층을 빼앗기 쉽지 않다. 신문의 시대일 때, 종합일간지들은 자매지를 끼워 결합상품을 만든 적이 있다. 이후 여러 제재 탓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외국 구독결합상품의 사례가 앞으로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블룸버그와 디애슬래틱의 사례를 통해 국내에서도‘디지털 구독 번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단, 염두할 점은 협업하는 두 매체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을 것, 확보하려는 잠재적인 독자층이 만족할만한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 등의 조건이 붙을 것이다.

당분간 국내 뉴스와 정보 시장은 광고 의존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디지털구독으로 넘어가는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Case Study – 뉴욕타임스
NYT(뉴욕타임스)는 디지털 미디어 중심의 언론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인터넷 기사의 유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 2005년 뉴욕타임스는 ‘타임스 셀렉트’라는 디지털 유료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디지털 신문의 칼럼과 특집기사, 과거 기사 검색 등이 ‘타임스 셀렉트’에 포함됐다.

몇 차례 유,무료를 넘나들며 인터넷 뉴스의 유료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던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유료 독자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뉴스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NYT의 성장은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선순환(rich-get-richer dynameics)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NYT는 이제 규모에도 불구하고 계속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 덕분에 더 성장할 것이다. 

뉴욕타임즈 구독자 증가&구독수익 추이 (businesswire)
CJR(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분석 보면 온라인 뉴스 유료구독 시장은 녹록치 않다. 이용자들의 유료 구독의사를 조사해보면 유료 구독 의사를 가진 가구(Household) 다수(54~56%) 하나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은하나의 선택지 압도적인 (One-Slot-World)이다.

옥스포드대가 38개국 조사한 연구 결과, 유료뉴스
구독에 있어 하나만 선택하는 경우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NYT와 지역 언론사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어느 지역 언론사가 1,700명의 기자와 700명의 제작지원팀을 가진 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까. 특히 뉴스가 가지는 ‘정보교환성’과 ‘유효기간’은 ‘차별화’를 어렵게 만든다. NYT 정도의 생산능력을 가질 경우, 차별화가 가능하다. 타 언론사 대비 NYT가 가진 강력한 경쟁력이다. 비용구조에서도 NYT가 앞서 나간다. 훌륭한 인재들을 강력하게 끌어들이고 있고, 이 정도 생산 규모에서는 비용의 효율적 배분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의 특징인 ‘디지털 비용구조’와 ‘지리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를 NYT가 갖추기 시작한다면 벤 톰슨이 말한 통합관리자(Aggregator)로서의 시장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은?
그렇다면 다른 경쟁자들이 NYT와 경쟁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은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다른 영상스트리밍 사업자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CJR에서는 ‘Hub-and-Spoke Network’라는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Hub and Spoke'는 자전거 바퀴의 중심축과 바큇살을 지칭하는 이름이며 이 전략은 물류기업이나 스타벅스의 사례로 유명하다. ‘Anchor-Bundling’ 전략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유명 종합매체인 워싱턴포스트(Anchor)가 시애틀 지역에 ‘특화된 지역언론사’와 함께 번들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이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위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중심축(Hub) 역할을 맡고, 다양한 전통 케이블 방송 채널들(Spoke)을 추가 구독하는게 가능하다(Fire TV 선택 제공). 전통 유료방송 사업자가 가입형 OTT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스키니번들’(skinny bundles) 또한 같은 맥락이며 애플TV+도 유사한 전략을 택하고 있다.

* 스키니 번들이란 Dish Network 운영하는 슬링TV 시도한 것으로, 보지 않는 100~200 채널 대신에 필요한 채널만을 저가로 이용하도록 하고 가정에서 TV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시청까지 가능한 상품을 말한다.

미국 스키니 번들 구독은 상승세이고
Pay TV 구독은 하락세이다. (Ovum)
미국의 경우, 지역언론과 AMC, Starz 등의 작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의 번들링도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넷플릭스의 공습에 맞서 위기감을 가진 한국의 OTT사업자의 경우 Anchor를 찾아 번들링 구독을 제공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한국 미디어들이 아직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기술적 역량이 미흡한 경우가 많고, 아울러 타켓팅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역량 또한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넷플릭스와 뉴욕타임스에 대항하는 다양한 전략 실험이 전개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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