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송년 모임들로 바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올해 연말은 확연히 다르죠.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과 얼굴 마주 보고 왁자지껄 묵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집에서 조용히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어색하긴 하지만, 나 자신에게 말을 걸며 지난 한 해를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올해의 나는 어떠했는지, 어느 부분이 성장했는지, 무얼 배웠는지 돌이켜보는 거죠. 메이트님의 2020년은 어떠했나요?
내년의 성장을 위한 올해 돌아보기
어느덧 2020년이 저물고 있네요. 메이트님, 연말 잘 보내고 계시나요? 올해는 유독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고, 여름엔 장마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무진장 길었고, 사회적인 사건사고도,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일도 정말 많았죠.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와중에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바빠도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올 한 해를 회고하는 거예요. 지난 12개월 동안 내가 어떤 일에 도전했고, 무엇을 새롭게 배웠고, 누구를 미워했고, 어디에서 좌절했는지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 보는 겁니다. 옛일에 후회나 연민이 남아서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회고는 우리가 또 다른 한 해를 살면서 마주하게 될 문제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 과정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에요.

성장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인간의 지능을 8가지 지능으로 구분하는 ‘다중지능이론’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지능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념인데요, 그 중 자신을 성찰하는 능력인 ‘자기성찰지능’이 있습니다. 자기를 성찰하는 것도 노력해서 개발해야하는 능력인 셈인데요. 자기성찰지능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심리적 지능으로, 이 지능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자신의 마음에 대한 지식이나 통제력이 높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거죠.

자기성찰지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질문을 던지다 보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자라납니다. 자기성찰지능이 높아지는 것이죠. 과거를 들여다보고, 정리정돈을 하는 것도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고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진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나름의 용기가 필요하죠.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좋았고 잘했던 일만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저질렀던 실수와 잘못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2020년의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2021년의 나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연말, 올해의 시간들을 정리하며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 어떨까요. 연말에 날 잡고 옛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도 좋지만, 그저께 내가 무얼 먹었는지도 바로 안 떠오르는데 어찌 지난 12개월의 나를 다 파악할 수 있을까요. 제일 좋은 방법은 연말정산을 위해 영수증을 모아놓듯, 연말에 나를 돌아보기 위해 매일의 글쓰기로 나를 기록하는 거예요. 그렇게 기록이 쌓이고 쌓여 스스로 회고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다보면, 내가 어디에 강점이 있고,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은지 알 수 있고,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해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나의 2020년은 어떠했나요?
한 해를 떠올려보면 내가 뭐 했지.. 한 게 없는 것 같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하나씩 자문자답하다 보면, 좀 더 의미 있었던 나만의 한 해가 뚜렷해질 거예요. 더 나아가서는 내가 더 성장하고 싶은 분야가 보이고, 새해를 알차게 계획해볼 수 있을 거예요. 밑미 팀의 '올해의 키워드'를 소개합니다. 메이트님의 답변도 궁금하네요!
[은지] 올해의 발견 #내안의내향성
지금까지 나 자신이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불편하지 않았고, 다른 이들과의 협업을 곧잘 해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올해 코로나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명상으로 내 마음을 바라보다 보니, 제가 생각보다 내향적인 면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불특정 사람들이 모인 네트워킹 파티나 큰 규모의 모임은 생각보다 불편해하고,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오붓한 모임이나 혼자서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이걸 알게 되니까 나에게 필요한 휴식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되고, 또 필요한 때 줄 수 있게 되었어요. 2021년에는 나에 대한 어떤 모습들을 또 발견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봉봉] 올해의 배움 #테니스
올해는 제게 있어 배움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밑미를 창업하고 나서부턴 온몸으로 배움을 체득하고 있어요. 그리고 식물에 대해 더 애정을 쏟고 배우면서 연쇄식물살인마라는 오명을 벗었고요..!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제게 있어 올해의 배움은 바로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테니스입니다. 올해 3월에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온 열정 다해 배우고 있는데요, 제 몸과 마음도 건강해진 기분이고, 땀 흘리며 운동하는 즐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함께 하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욱 단단해졌고요. 내년엔 테린이 탈출과 체중감량(언제나 늘 그렇듯이)을 목표로 삼고 열심히 운동할 계획이에요. 새로운 배움은 나의 일상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내년엔 어떤 배움이 새롭게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돼요!
[롤리] 올해의 소비 #내돈내산리추얼
저는 밑미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밑미 리추얼의 고객이기도 한데요. 특히 리추얼메이커 최고요 님이 진행하시는 <집 가꾸기 x 집에 대한 기록> 리추얼을 통해 제 삶이 정말 많이 바뀌는 경험을 했어요. 두 개의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올해 유난히 정신없고 바쁜 한 해를 보냈는데,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면 제일 먼저 망가지는 게 집이에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엉망이 되어있는 집에 짜증이 나곤 했어요.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 어느 순간 짐이 된 거죠. 그래서 고요님의 집 가꾸기 리추얼을 직접 구매해서 시작했는데, 한 달 동안 집이 깨끗해진 건 물론이고, 매일 집에 대한 기록을 하니 집의 모퉁이에 오랫동안 방치했던 물건들과 케케묵었던 감정까지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세 달째 우리 집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답니다. 1년 중 제일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는데도요! 
[하빈] 올해의 책 #모든것이되는법
에밀리 와프닉의 저서 <모든 것이 되는 법>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 제 삶에 등장해 통쾌하게 인사이트를 준 책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고, ‘진짜 나를 찾는 사람들’과 연결된 일을 하고 싶단 결론을 낼 수 있었어요. 다른 시기에 읽었더라면 이 정도의 인사이트와 감동을 얻지 못했을 것 같아요. 마치 좋은 타이밍에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 가장 고민이 많던 시기에 큰 영감을 준 책이었기에 올해의 책으로 손색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도대체 왜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뾰족하게 하나로 집중하지 않을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고민이 많다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고민을 솔직하게 터놓아 보세요. 사람들이 내 고민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 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무언가를 ‘한 번 볼래?’하고 넌지시 건네줄 수도 있으니까요.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연말병 님의 고민

저에겐 연말마다 찾아오는 고질병이 하나 있어요. 바로 한때 가까웠지만 지금은 제 곁에 없는 사람들을 되새겨보며 우울해지는 병이에요.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며 살지도 않았고, 나름 노력하며 살았는데 왜 제 곁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다들 저처럼 친구가 한두 명만 두고 살아가는 걸까요? 연말에 왁자지껄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노은정 님의 답변

1년 전만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우리 모두 혼자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대면으로 만나던 모임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기존과 다른 양상으로 관계들이 변화하면서 나 홀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더욱 고민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인간이라면 한 번쯤 처절하게 외롭고, 혼자 뚝 떨어진 외톨이 같은 느낌을 갖게 될 때가 있죠.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캇은 타인과 잘 관계 맺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capacity to be alone)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나 자신과 관계를 잘 맺어야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타인과도 잘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거예요. 혼자인 상태는 내 안에 담긴 여러 모습들, 상처 입고 외롭고 고독을 견디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다양한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합니다. 그 혼자 있는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많은 철학가들과 작가들이 ‘혼자’에 대해 많이 다룬 이유는 나를 오롯이 대면하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겪는 결핍과 상처를 발견하고,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를 주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음(aloneness)은 외로움(loneliness)과 다를 수 있어요. 그리고 건강한 혼자만의 시간은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해요.

연말병님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는 혼자인 나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것과 혼자여서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혼자인 순간에도 나는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나요? 혼자인 순간에도 계속해서 타인을 의식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 혼자인 나를 비난하고 있지는 않나요? 친구가 없다고 하면서 타인의 손을 먼저 놓아버린 적은 없나요? 나의 두려움 때문에 다가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면 먼저 손을 건네보세요. 분명 반가워하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연말을 함께하지 못한다고 해도 연말병님의 마음은 친구가 내 마음에 들어온 공간만큼 따뜻해질 수 있을 거예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1년 이상 손에 닿지 않는 물건은 앞으로도 손이 안 갈 가능성이 높아요. 새해가 오기 전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해보세요. 정리정돈의 시작은 비우는 것입니다. 비우다 보면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굿바이2020 나이스투밑2021

새로운 집으로 이사할 때 청소를 하는 것처럼, 해가 마무리되는 12월에 마음의 청소를 하게 되면 좀 더 정돈된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나에게 던지는 30개의 질문을 통해 2020년의 나를 슬기롭게 보내고, 내가 한층 성장할 수 있는 2021년을 준비해보세요. 혼자 조용히 기록하는 시간을 갖거나, 친구, 가족,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며 함께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밑미 커뮤니티와 함께 질문카드를 써보는 방법도 있어요. 12월 17일부터 1월 15일까지 30일 동안, 하루 한 개씩 질문카드를 쓰고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매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기억과 결심이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주 밑미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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