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으로 바이러스를 끝낼 수 있을까? #나의 채식 입문 이야기 #봄이 왔습니다, 나물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Z세대가 Z세대에게 쓰는 편지,
Z에게 📬
안녕 Z! 👋 드디어 첫 번째 편지를 보내게 되었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한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되어 설레는 마음이야.
Z에게 보낼 편지를 준비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많이 고민했어. 의미 있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Z세대는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Z세대 이야기'라는 게 따로 있을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지?  여러 질문을 던져봤지. 많은 주제를 생각해봤지만 답이 안나와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해보기로 했어. 우리가 관심 있는 주제라면 너도 그렇지 않을까? 하면서.
앞으로 올해 9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딱 여섯 번 편지를 쓸 거야. 그동안 이 편지를 받는 너와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참, 구독하면서 남겨준 메세지 잘 받았어. 아직 보여준 것도 없는데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내줘서 고마운 마음이야.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 들려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럼, 시작할게!
이번 편지는 이렇게 써봤어
# 채식으로 바이러스를 끝낼 수 있을까? 👀
# 나의 채식 입문 이야기 🥦
# 봄이 왔습니다, 나물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

# 같이 보면 좋을 컨텐츠도 모아봤지
# 5월의 편지도 기대해줄래?
# "Z에게" 캐릭터 이름을 지어줘! 
🌟

그만 모든 것 내던지고 싶은 이 만신창이 별에서
숲은 무슨 배짱인지 또 거뜬히 봄을 시작한다
참, 환장하겠다
- 조향미, <상림의 봄>

봄이 왔어. 창문 너머 보이는 푸릇푸릇한 것들에 눈이 즐거워지는 계절이야 🌳 다만 이번 봄의 풍경은 여느 때와 사뭇 달라. 돗자리를 들고 꽃놀이에 가기보다 집 근처에 만발한 나무들을 살펴보고, 변함 없던 3월의 새 학기는 꽃이 핀 다음에야 노트북에서 시작되었지.

너에게 쓸 편지를 고민하던 우리도-나무, 미운, 짱소(나미짱)- 온라인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되었어.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보았는데 그 중 하나는 채식이었어. 나는 비건, 짱소는 페스코, 미운은 비건 지향, 우리는 모두 채식을 하고 있었지. 시작한 시기도, 계기도 각자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동물들이 처한 현실과 기후위기, 우리의 암담한 미래를 의식하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모두 같았어.

제인 구달은 이렇게 말했대.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인류의 무지와 학대에서 비롯되었다”고. 도대체 바이러스가 동물학대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갑자기 채식은 왜 튀어나왔고? 그게, 지금도 많은 동물들이 괴롭게 죽기 때문에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라고 해야할까? 이 얘기를 너에게 하고 싶어. 너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의 주제는 ‘채식’이야. 비건, 비건 지향 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이 편지에선 먹거리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 채식이라고 이야기 할게.

혹시 비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Z,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한 Z가 있다면 편지 아래에 관련 컨텐츠 추천을 해놓았으니 천천히 읽어 내려가 줘. 답장으로 남겨주는 것도 환영이야.
만신창이 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 순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해. 이 살벌한 겨울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거든. 봄을 맞이하기 위한 채식, 같이 할래?

01  나무의 편지
채식으로 바이러스를 끝낼 수 있을까? 👀

Photo by Art of Hoping on Unsplash
요즘,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 😳 얼마 전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 멸종위기 거북 97마리가 부화했대. 그 해변은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폐쇄된 곳이었어. 선박이 끊긴 콜롬비아의 바다에는 돌고래가 나타났어. 멸종위기였던 아프리카의 장미목은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인이 오지 않자 거래가 뚝 끊겼고, 숲은 잘려나가지 않게 되었어. 이 소식을 들으면서 내가 ‘적당히’ 알아서 되겠거니 했던 것들을 생각했어. 이 정도는 그냥 버려도 되겠지, 이 정도는 다들 사는데, 예전에는 이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 했던 것들. 내가 생각한 ‘정도’는 사실 별다른 기준이 없었어. 그리고 그 정도의 무신경함이 쌓이고 쌓이면 이 세상은 곧 망할 거라는 걸, 이젠 알아.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자 인간들은 집안으로 들어갔어 🏠 사회는 꽁꽁 얼어붙었지. 동물들의 사정은 어떨까.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서식지에서 내쫒긴 동물들이 돌아오기도 해. 인간이 사라진 바다와 산에서 거의 끊어질 번한 종족을 잇기도 하고. 그렇지만 마냥 좋은 상황도 아니야 😔 동물들을 팔아서 돈을 벌던 곳에선 이 기회에 동물들을 더 이용하거나, 방치하거나, 바이러스를 해결한답시고 죽이거나 동물실험을 강행해. 일본의 사슴공원에선 사람이 다칠까 뿔이 잘려진 사슴들이 굶주린 채 거리로 나왔고, 태국의 코끼리들은 이미 1,000여 마리가 굶어 죽기 일보직전이래. 우리나라 펫샵 시장은 매출이 3배가 늘었고. 동물을 갖고 놀기 좋은 인형쯤으로 보는 사람들이 새끼 강아지와 고양이를 많이 사갔거든. 그에 반해 유기동물 보호소에선 입양을 가지 못하는 동물이 많아졌고, 버려진 동물들도 늘어났어. 결국 안락사를 더 자주 하게 되었지. 펫샵이 법으로 금지된 미국 캘리포니아와 시카고에선 유기동물 보호소의 동물들이 전부 입양되었다던데... 아직 우리에겐 먼 이야기지 😢

사람들은 코로나19의 원인을 박쥐라고 말해 🤔 어떤 사람들이 박쥐를 먹었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라고 말이야. 그럼 박쥐만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박쥐를 먹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꽃놀이를 즐기고 있을까? 아니, 그랬어도 우린 집 밖으로 못나오는 상황을 겪게 되었을 거야. 왜냐고? 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이지만, 박쥐에게는 책임이 없어.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한 사실이지. 바이러스는 인간들에 의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사냥을 당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박쥐들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생겨. 잡힌 박쥐들은 좁다란 케이지에 몇 십 마리씩 갇혀 시장에 팔리고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하는 거지. 그러니까 책임은 오히려 인간들에게 있는 거야. 근데 이게 박쥐를 먹는 일부 ‘미개한’ 사람들 탓이라고 할 순 없어. 앞에 말했듯 박쥐가 문제가 아니거든. 지금까지 인류를 위협해왔던 바이러스는 닭, 돼지, 원숭이, 침팬지 등의 동물들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생겨났어. 다시 말해 어떤 동물, 어떤 나라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동물을 상품 취급하는 육식주의 자체가 문제인거야. 우리가 동물과 자연을 소비하고 파괴할수록 그 피해는 더 끔찍한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오겠지.

Z야, 바이러스는 또 다시 올 거야. 여태껏 그래왔거든. 수십억 마리의 소와 돼지와 닭과 그 밖의 여러 동물들이 몸을 틀 수도 없는 케이지에 갇혀있는 한, 육식 위주의 사회가 계속되는 한 말이야. 그 때마다 동물들은 거리를 헤맬 거고, 우리는 더 강력하고 지독한 바이러스를 맞이하게 되겠지.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채식은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야 🥬 그들을 먹지 않는 것, 소비하지 않는 것, 물건 취급하지 않는 것, 존엄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 대하는 것. 그들과 잘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지. 채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나 하나 고기 안 먹는다고 뭐가 바뀌겠냐고? 한 작은 새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숲이 타고 있었습니다. 
숲속의 동물들은 앞을 다투며 도망을 갔습니다. 
하지만 크리킨디란 이름의 작은 벌새는 
왔다갔다 하며 
작은 주둥이로 물고 온 
단 한 방울의 물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라며 비웃었습니다.
크리킨디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남아메리카 케추아족의 전래 이야기

02  미운의 편지
나의 채식 입문 이야기 🥦

내가 채식을 해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건 재작년 여름이었어. 나는 대안학교에 다녔었는데, 축제를 하면 보통 테마를 잡아 1주 정도 하거든. 2018년 여름 축제의 주제는 ‘환경’ 이었고 축제 준비팀은 에코 캠페인, 환경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어. 친구들 손에 이끌려 영화제에 참석한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만 같은 얼얼함을 느꼈어. 열댓 명이 모여앉아 처음 본 영화는 ‘잡식 가족의 딜레마’였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축산업의 실체와 비윤리적 동물 사육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어. 끔찍함과 동시에 회의감이나 죄책감이 몰려왔지, 그날부터 나는 친구들에게 고기를 먹지 않겠다 선언했어 🌿

페스코 생활을 하다가 포기한 게 지금까지 서너 번은 되는 것 같아. 가리는 음식이 많은데 채식을 하다 보니 먹는 게 많이 부실했어. 원체 몸이 약했던 터라 학교생활과 채식 생활을 동시에 하면서 빈혈이 심하게 오고 말았지. 방학을 하자 마자 최소한의 육식을 다시 하게 되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과정을 반복했어.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알고 있는 맛의 무서움이었어. 치즈 돈가스나 닭강정의 맛, 미역국에 들어가는 소, 짜장 소스에 들어간 분쇄 돼지 같은 것들은 전부 아주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먹어왔어. 그런데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궁금하지도 않은 그것들이 왜 그렇게...

03  짱소의 편지
봄이 왔습니다, 나물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

Z, 요새 뭐하고 지내? 나는 어제 약속이 있어서 잠시 외출을 했는데, 날이 따뜻해서 그런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더라고. 너도 알다시피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하잖아. 나도 하루 한 번은 꼭 강아지랑 집 앞 산책을 해 🐶💕 느릿하게 걷는 산책 시간은 내가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나른한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야. 가만히 쭈그려 앉아서 피어난 생김새들을 눈으로 쓰다듬으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

내가 이름을 아는 풀은 몇 없어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건 역시 ‘쑥’이야. 곳곳에 자라난 작고 부드러운 녹색을 보면 내 머릿속은 벌써 쑥떡, 쑥국을 한 입 가득 먹기 시작해. 고소하다고 해야 할까, 쓰다고 해야 할까, 설명하기 어려운 쑥의 향이 향긋하게 퍼지지. 단군신화를 읽으면서 ‘100일 동안 마늘은 좀…’이라고 생각했지만 쑥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아. 쑥은 정말 무궁무진해. 떡과 국뿐만 아니라 쑥 튀김, 쑥 머핀, 쑥버무리, 쑥으로 만든 죽도 있지 🥗 산책길 주변에 떡집이 있는데, 봄이 되면 항상 따끈따끈한 쑥버무리가 나를 잡아끌지. 어떻게 그냥 지나치겠어. 쑥버무리를 먹는 순간에야 비로소...

👀 같이 보면 도움이 될 컨텐츠도 모아봤지. (무)(운)(소) 추천!
  • 📺 폭력을 먹지 않는 맘 편하고 침 고이는 먹방. 비건음식 이렇게 맛있는 거 왜 다들 몰라! 단지앙 채식 먹방
  • 📺 단짠 좋아하는 사람 여기 주목! 초코 도넛, 스파게티, 떡볶이까지. 비건 레시피 없는 게 없다고요! 바다향 Veganrecipe
  • 🎬 우리가 끊어내지 못한 딜레마의 실상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잡식가족의 딜레마
  • 🎬내가 먹는 음식이 기후 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카우스피라시
  • 📗 예비 비건들의 어깨를 젖게 할 가랑비 같은 입문서 나의 비거니즘 만화
  • 📗 예비/ 초보 비건을 위한 비건 지침서 아무튼, 비건
  • 📗 도덕과 밥,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과연 비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비건 세상 만들기
  • 🌟 참, 우리가 하자에서 활동하는 '하자 디지털 에디터즈' 멤버라는 것 이야기 했었지? '하디에'에는  인스타 컨텐츠를 만드는 에디터 민우, 쑤, 오리도 있어. Z세대 에디터들이 만든 요즘 컨텐츠가 궁금하다면 아워하자를 팔로우 해줘! 👉@ourhaja
😚 5월의 편지도 기대해줄래?
다음 달엔 ‘청소년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편지를 쓰려고 해.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여성 청소년이 겪는 여성혐오와 여성 청소년의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적어볼거야.
그럼, 5월에 또 만나자. 기대해줘 ! 😇
💬 4월의 편지를 마무리하며, 나미짱 편집후기
  • 🐛나무 #비대학 #99년생 #해피비건
    들리니, 지구가 환장하는 소리...? 🌏
  • 🐚미운 #음악가 #02년생 #촌사람
    :  완연한 봄을 맞이해요 !
  • 🌝짱소 #예술가 #산책러 #97년생
    비건 이야기로 첫 번째 편지를 쓸 수 있어 기뻐.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거든! 너는 어때?

2020년 4월 29일
너의 친구
나무, 미운, 짱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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