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4주] 따끈따끈한 새 책 배달왔어요!

Egg Break 32호

아침저녁으로 뚝 떨어진 기온 탓인지,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코로나 소식 때문인지,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허덕였는지 유난히 길었던 한 주였어요. (에그브레이커들의 11월 끝자락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네요😶) 이럴 때일수록 일상을 잘 챙기는 게 중요한 데 말이죠. 여러모로 우리의 12월은 조금 더 '안녕'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11월 마지막 주 에그브렉을 띄웁니다.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주말 보내세요!💌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 탄소 사회의 종말

📚 뭐든 다 배달합니다

📚 BTS 길 위에서

📚 그래서 라디오

우리가 발견한 책

📚 세계의 호수

* 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표지 사진을 눌러주세요. 네이버 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11월 4주, 이 책 어때?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 탄소 사회의 종말(조효제 지음, 21세기북스)

🧲 #기후위기 #인권 #사회 #탄소중립

"앞으로는 전쟁뿐 아니라 기후위기 때문에 생겨난 난민이 엄청나게 많아질 거예요." 얼마 전,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분에게서 들었던 말입니다. '기후위기가 단지 환경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책의 메시지를 보자마자 이 말이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인권학자인 저자는 기후위기라는 현상 자체보다 '기후위기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합니다. 특히 각자의 삶 속에서 기후위기는 저마다 다른 얼굴로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회학적 상상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이상기온에 따른 폭염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그나마 에어컨으로 버틸 수 있는 현상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연결되니까요.

책에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국내외 주요 연구와 활동가들의 기록, 기후소송 사례까지 풍성한 레퍼런스가 담겨 있는데요. 기후위기는 누구의 책임이며 누가 그 피해를 받고 있는지, 왜 기후위기를 인권문제로 봐야 하는지, 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한 논의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지 하나씩 꼬집어 보여줍니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가이드가 될 것 같아요.

🔎 "이런 사례들로부터 기후변화라는 '자연적' 현상조차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 즉 기후변화가 젠더, 인종, 계급, 지역 등의 차별 구조를 개별적으로 그리고/또는 교차적으로 악화, 재생산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자연과학적으로 정의된 하나의 기후변화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수많은 '기후변화들'이 있다. 보편적으로 설명되는 기후위기가 아니라 사회적 배태성에 따른 다양한 '기후위기들'이 있다. 그러므로 공통된 기후대책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특유한 '기후대책들'이 있어야 한다." (46~47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영상] TED <아노테 통: 우리나라는 곧 물 속에 잠길 겁니다. 함께 나아가지 않는다면요>(2015.11)
기후난민의 대표적인 예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인데요. 그중 '키리바시'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키리바시의 전 대통령이자 지금은 활동가가 된 아노테 통(Anote Tong)이 물에 잠기고 있는 키리바시의 상황부터 존엄한 이주 문제, 석탄 발전을 둘러싼 오스트리아/뉴질랜드와의 입장 차이까지 두루 이야기를 들려주는 테드 영상(20분)입니다. 관련 기사도 함께 공유할게요.

📚 뭐든 다 배달합니다(김하영 지음, 메디치미디어)

🧲 #플랫폼노동 #체험 #사회

6월 3주차 에그브렉에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플랫폼 노동이 가속화 페달을 밟았기 때문일까요? 최근에는 직접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나오는 추세인 것 같아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쿠팡맨, 배민 라이더, 카카오 대리운전에 직접 뛰어든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기록이에요. 12년간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의 편집장으로 일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플랫폼 노동의 '현장'으로 갑니다. 생생한 체험과 면밀한 관찰(그리고 직접 그린 삽화)로 탄생한 이야기는 독자를 현장 속으로 데려다 놓죠.

기업은 고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시장논리 속에서 몸을 부딪혀가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플랫폼 노동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종사자를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지능의 향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인 날을 세우기보다는 관찰하고, 생각하고, 질문하려는 태도를 잃지 않아요.

🔎 "대다수의 대리기사와 라이더와 택배기사들은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5,200만 명의 사람들 중에 음식 배달과 택배 한 번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비율은 배달이나 택배보다야 덜하겠지만 음주운전을 줄이고 자영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회적, 산업적 순기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업종 종사자들은 이 질문에 숨이 턱 막히고 만다. "직업이 뭡니까?"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직업적 숙련도가 쌓이고 실력이 좋아져도 대중은 그저 이들을 '알바' 취급하고 말 뿐이다." (271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영상] KBS <다큐 인사이트: 별점인생>(2020.04)
여러 플랫폼 노동자의 일상을 비춘 <다큐 인사이트: 별점인생> 중 택배배송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하루를 조명한 영상(7분)입니다. 플랫폼 노동과 생업 전선, 그리고 일할 자유. 묘하게 이어지면서도 어딘가 맞물리지 않는 단어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면서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에요.

📚 BTS 길 위에서(홍석경 지음, 어크로스)

🧲 #케이팝 #문화산업 #대중문화 #미디어

지금까지 없던 서사를 새롭게 써 나가고 있는 BTS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BTS의 음악을 평론하는 책, BTS 팬덤 아미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 BTS의 성공을 비즈니스/마케팅 관점에서 바라본 책 등 최근 1~2년간 관련 도서도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제는 하나의 현상이 되어버린 BTS를 해석하고 정리하려는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에서는 한류를 꾸준히 연구해 온 홍석경 교수가 '케이팝, 트랜스미디어, 세대, 팬덤 아미, 인종, 젠더적 관점'이라는 6개의 렌즈로 BTS 현상을 분석했어요. 여기에 더해 빅히트의 지원으로 2018년부터 BTS의 월드투어에 동행하며 생동감 넘치는 현장의 목소리까지 담았죠.

현장과 학계의 목소리를 두루 엮어 가는 과정을 읽으며, 독자 역시 흩어져 있던 퍼즐을 맞춰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이런 의미였군!'이라는 반응과 함께 말이죠. 오늘날의 미디어/대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 "BTS 현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먼저 SNS와 유튜브를 활용한 대중문화의 형성과 전파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문화 매개자들의 권력이 어떻게 재배치되고, 새로운 문화 생산과 향유의 체계가 어떻게 형성되며, 세대·문화·인종·젠더의 새로운 규범과 경험이 어떻게 공유되는지에 대한 지식을 생산하는 일이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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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경향신문 <거리두기의 시대,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아이돌'>(2020.06)
아이돌뿐만 아니라 한동안 이슈였던 나훈아 추석특집 언택트 콘서트 또한 거리두기의 시대에 잘 기획된 콘텐츠였죠. 기사는 아이돌과 팬덤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서 언택트 시대의 면면을 정리했는데요. 코로나가 방아쇠를 당긴 이 현상들이 앞으로는 어떤 갈래로 펼쳐질지 궁금해집니다.

📚 그래서 라디오(남효민 지음, 글담)

🧲 #라디오 #작가 #에세이

가끔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들으면 '라디오 듣기'를 꼽습니다. 유일하게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취미이기도 해요. 라디오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특별한 유대관계를 갖게 해주는 매체는 라디오만한 게 없지 않을까 싶어요. 듣고만 있을 뿐인데, 듣는 것 이상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주죠.

<그래서 라디오>는 이런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골라본 책인데요. 제가 유난히 좋아한 몇 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이기도 했던 저자의 글이라 궁금증이 더 컸어요. 책에는 실제 라디오에 실렸던 원고부터 라디오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과정, 라디오 작가로 매일 쓰는 삶에 관한 이야기까지 저자의 담백한 글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요.

"저는 그간 만났던 수많은 청취자들의 이름을 알지 못해요. 청취자들 역시 제 이름을 모르는 건 당연하고요. 서로의 이름을 물은 적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관계는 누구보다 끈끈해요. 서로의 이름은 몰라도, 우리가 좋아하는 그 이름 때문이겠죠. 라디오." 저자가 남긴 이 말을 이해하고 끄덕인 사람이라면, 이 책과 만나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라디오에 도착하는 수많은 사연들은 '나는 오늘'로 시작한다. 타인과의 대화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내 얘기,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얘기, 누군가는 들어줬으면 하는 얘기들이 넘쳐난다. "언니, 저 오늘 시험 망쳤어요." "오늘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했는데 한 번에 까였잖아요." "나 오늘 얇은 옷 입고 나왔는데 왜 갑자기 추워요?"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어린 시절의 일기 같은 솔직하고 따뜻한 얘기들. 그 수많은 얘기들을 떠올려보다가 지금, 다시 또 생각났다. 나는 그래서, 라디오가 좋았다. 라디오가, 참 좋았다."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얘기 中)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책] 장수연 지음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은행나무)
MBC 라디오PD로 일하는 저자가 겪은 일과 생각들을 솔직한 글로 풀어간 사적인 기록입니다. 라디오PD의 일을 속속 알게 된다기보단 라디오PD로서의 애정과 애환이 더 많이 느껴지는 글이랄까요.
"집으로 비유한다면 초대석 코너는 거실이고 매일코너는 그보다 안쪽에 있는 안방이나 주방이다. 손님이 다녀가는 공간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오래 머무는 곳을 아늑하고 단정하게 가꾸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매일 코너가 중요하다. 삶에서 일상이 중요한 것처럼. 매일매일 하고 있는 일이 삶을 구성하는 진짜 요소다. (65쪽)

우리가 발견한 책(feat. 신간이 아니어도 괜찮아)

📚 세계의 호수(정용준 지음, 아르테)

🔎 넌 날 사랑하지 않았거든. 그때 우리가 어떤 사이였냐면 넌 이 관계를 지겨워했고 그래서 늘 곤란해했고 난 그런 너를 계속 사랑해서 수치스럽고 비참했어. 내가 널 떠난다고? 윤기야, 네가 날 떠났어. 그러곤 끝까지 모른 척했지.

화가 나고 답답했다. 억울하고 짜증이 났다.

너는 떠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났어. 거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부했고 내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원하지는 않았지. 너와 있으면 항상 척력이 느껴졌어. 멀리 있을 땐 인력이 느껴졌는데 가까워지면 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밀어내는 힘이 느껴졌어.

'540'님의 발견의 기록

처음엔 표지가 심플하고 예뻐서 읽었는데 가볍게 읽히지만 절대 가벼운 감정으로 끝나는 책은 결코 아니다. 권태기로 헤어졌던 내 심정과 여자주인공 무주의 심정이 잘 맞아떨어져서일까 계속 울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조심스레 추천한다.

🐣 Egg Break's comment

"7년 만에 낯선 이국에서 마주한 헤어진 연인. 다시 만나 이별을 되짚는 과정에서 이들은 과연 '소통'할 수 있을까." 책 소개로 여기까지만 읽으면 그리 특이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법한데, 작가(정용준)의 이름을 보고 나니 '오!'라는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용준의 소설은 늘 소통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뤄왔기 때문인데요. 540님이 써주신 발견의 기록 덕분에 모르고 지나갈 뻔한 소설을 알게 됐어요. 아마 읽어보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

[우리가 발견한 책]은 오픈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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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미술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작품을 만든 작가들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지금도 볼 수 있게 해준 복원가들에 대해서 그리고 복원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