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딱 2022년의 반을 지나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올 초에 계획한 일들도 한번 돌아보고, 반이나 남았네! 남은 6개월을 야심차게 준비해볼래요. 연일 야외 행사, 페스티벌 소식, 축구 소식 다이나믹한 이슈들이 넘쳐납니다. 이 동적인 바이브 그대로 남은 half를 위해 우리 let’s go fly~

매체에 몸담고 있던 시절 나를 가장 설레게 했던 건 해외 아티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였다. 첫 단추를 혼네로 시작해 이후 프렙, 시가렛 애프터 섹스와의 인터뷰까지. 공교롭게도 세 아티스트 모두 국내에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을 때 컨택했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인터뷰를 따낸 영광까지 함께 맛보았으니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인터뷰 기사 발행 이후 점점 입지를 키워나가는 그들을 보며 나는 좋은 선구안을 가진 것처럼 그 희락에 젖기도 했다.

2017년쯤이었을까,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처음 접했던 프렙의 음악은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인트로부터 보이스 샘플이 패닝으로 터지면서 귀를 사로잡았고 이후 신디 사운드와 보컬의 음색에 홀려 당시 몇 번이고 다시 듣기를 눌렀는지 모른다.

이번 음악 리뷰에서 'Cheapest Flight'를 소개하게 된 이유는 곡명이 뉴스레터 주제인 'FLIGHT(비행)'에 걸맞아서기도 하지만 가사 내용이 딱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현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고르게 된 이유도 있다. 마음을 동하게 한 가사 내용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지친 이들에게 더욱 권해주고 싶은 프렙의 'Cheapest Flight'. -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려 가장 싼 비행기를 예매할 거야. 땅에 있는 일들은 무시하고 하늘에 떠 아무 생각 않고파.'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구름을 비행운 contrail이라 부른다. 이 영화는 처음과 끝에 상승과 하강의 명징한 두 번의 비행운이 그어지고 두 개의 직선으로 점철되는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해 들여다보게 한다.

슈퍼히어로 영화 <버드맨>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으나 이젠 퇴물이 되어버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자신의 커리어를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제작한다. 배우가 말썽을 부리고, 약물 재활치료 중인 딸(엠마 스톤)이 다시 약에 손을 대고 비평가에게 술보다 독한 비판을 들으며 리건이 밑바닥으로 가라앉을수록 그의 머릿속에 버드맨은 더욱더 날아오른다. 레이먼드 카버의 동명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극과 영화의 중첩은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 리건은 극중 인물과 자신의 대사를 자주 혼동한다. “나는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하지? 난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매일 다른 남자가 되려 애를 쓰며 산다고.” 아니, 아마 혼동하는 쪽은 오히려 관객인 우리들일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끝내 되지 못할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비로소 그는 게임의 룰을 깰 수 있게 된다. 리얼리티에 굴복함으로써 리건은 무지의 예기치 못한 미덕(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 <버드맨>의 부제이기도 하다)을 얻게 된다.

<버드맨>은 재즈의 드럼 비트만으로 이루어진 사운드트랙을 갖고 있다. 코미디 영화와 롱테이크의 리듬적 부조화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팻 메시니 그룹의 드럼 연주자이기도 한 안토니오 산체스의 드럼 비트다. 코미디 영화에서 리듬은 영혼과도 같은 존재다. 컷으로 주어지는 리듬이 아닌, 원초적인 드럼 비트가 끌고 나가는 극의 힘은 또 한 번의 엄청난 영화적 경험이다.

나는 이 영화를 떠올리면 자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상의 <날개>를 생각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영화 <버드맨> (2014)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사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나의 해방일지’가 최근 종영했다. 믿고 보는 박해영 작가님이지만, 유난히 추상적이고 기승전결 없는 전개에 어떻게 스토리가 진행되려나, 싶으면서도 왠지 제목과 배우들의 공허한 눈빛들과 분위기가 드라마에 빠져들게 했다. 우리는 무엇에 해방되고 싶은가?

비행이라는 Flight라는 단어도 사실 해방이다. 중력에 굴복해 땅으로 서 있는 우리들을 해방시켜 비행하게 만들어준 것이 비행기다. 코로나는 풀리고, 다들 밖으로 해외로 나가지만 나는 왠지 무엇이든 마음과 연관 짓게 된다. 그래서 Flight라는 이번 달 주제를 생각하자마자 정신의 해방(비행)을 먼저 떠올렸다.

나의 해방일지의 주인공들은 염세적이면서 유쾌하고, 냉소적이지만 뜨겁고 감상적이다. 일본의 국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불리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가 꼭 그렇다. 암으로 남은 시간이 2년에 불과하다는 의사의 말에 사노 요코의 일상은 다시 행복해졌다. 아마 암 선고가 그녀에게는 해방과도 같았던 것 같다. 오랫동안 괴롭히던 우울증도 없어졌고 매시간은 즐거워졌다. 시니컬하지만 위트가 있고, 해방된 그녀의 순간순간의 기록을 보면 나도 덩달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 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은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해방클럽의 원칙은 ‘응원하지 않는다, 위로하지 않는다’ 이다. 사회와 타인의 피드백에 자유로워지며, 어딘가 갇혀 있는 주인공들은 내가 무엇에 해방되고 싶은지 들여다보고 그런 나를 인정한다. 사노 요코도 시한부 선고로 비로소 본인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더 사랑하게 된다. 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사실 나와 지내는 것이 어렵다고 공언한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면 나를 위해 차도 사고 k-드라마도 보며 마음껏 즐거워한다. 사는 게 뭐라고!

Rapossa - Oriental Tales (Original Mix) - 어떤 믹스를 만들지 생각하며 이런 노래 저런 노래 듣다가 딱 이 노래에 꽂혀서 시작하게 된 트랙이에요. 이 노래를 중심으로 앞뒤로 뻗어나가 한 시간이 되어버린 뿌리 같은 음악이죠. 어떤 곡이 주는 하나의 특정한 느낌보다는 몇 개의 정서가 뒤섞여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듣자마자 스타워즈가 떠올랐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스타워즈에서 우주공간 하나의 느낌보다는 여러 행성들의 문화가 뒤섞이면서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우주공간이 때로는 전통적인 공간이 되기도 하는 미장센을 좋아해요.

Q4. EMU's PICK

📍 PLACE  "야외공간" - 요즘은 틈만 나면 차 타고 기차 타고 어디론가 가려고 해요. 단 한 가지 조건은 야외공간입니다.

🎵 MUSIC  "서태지와 아이들 - 환상 속의 그대 / 이문세 - 사랑이 지나가면" - 아마도 조만간 한국 노래로 믹스셋을 만들고 싶은가 봅니다.

🎬 MOVIE  "(디즈니애니메이션) 소울" - 이번 믹스셋에 OST 들어가 있어요.

📖 BOOK  "주로 심리 관련 책이나 실용적인 책 읽어요. 대화법이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