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녹조와 流速은 무관… 4대강 洑 수문 열면 온도 올라가 더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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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14.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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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질환경 분야 최고 전문가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문화일보와 심층인터뷰를 한 후 잠깐 산책하고 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과 대운하, 수로운송의 장점, 환경정책과 환경운동 현안을 장시간에 걸쳐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洑 건설 뒤 수질 더 좋아지니

환경단체에서 녹조 문제 제기

만약 고인물이 모두 썩는다면

전국 저수지는 다 썩는다는 것

4대강 사업, 대운하로 연계땐

치수·관광·물류수송 큰 효과

도로운송은 대기오염 뒤따라

환경보호 차원 수로운송 이득


[인터뷰 = 이민종 부장 (사회부)]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22조 원을 들여 추진한 한국형 녹색 뉴딜 사업인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사업과 보(洑) 때문에 녹조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녹조라떼’라는 강렬하면서도 귀에 쏙 들어오는 신조어는 이를 함축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4대강 보의 개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4대강 사업은 오히려 녹조를 줄이는 수질개선 효과가 있고, 이 사업 때문에 녹조가 나왔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란 분석 역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례 없는 폭염 속에 가뭄까지 닥친 올여름에도 보 개방은 집중 조명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4대강 사업과 보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이처럼 쉽게 해소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향후 정부의 보 개방 결정을 앞두고 논쟁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석순(61)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921년 세계 최초로 환경과학과를 설립한 미국 럿거스대의 ‘한국인 1호 환경과학 석·박사’로, 국내 수질환경 분야 최고 권위자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낸 그는 줄곧 4대강 사업의 ‘후생성’과 가치, 대운하와의 연계 논리를 설파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4대강 사업을 ‘권력의 광기·사기극’이라고 지적해온 환경단체로부터 ‘찬동·부역 인사’로 규정되기도 했다.

박석순 교수는 특히 ‘가난이 환경의 최대 적이며 부강한 나라가 환경을 지킨다’, 즉 나라의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지속적인 환경 투자가 가능하다는 독특한, ‘부국환경주의’를 국내 최초로 주창해 주목을 받아 왔다. 박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호르몬 등에서 알 수 있듯 국내 환경 현안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며 전환기에 선 시점에서 그가 규명한 ‘녹조의 진실’은 무엇이며 향후 환경정책의 방향과 접근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함의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연구실에서의 대면 인터뷰와 이후 몇 차례의 서면, 전화 취재를 통해 보완했다.

―4대강 사업과 보 개방, 녹조의 발생 원인을 놓고 논쟁이 여전하다.

“선진국에서 큰 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부터 보자. 우리나라가 4대강 사업을 처음 추진할 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 프랑스 센강, 영국 템스강은 보를 만들어 관리한다. 미국도 강에 보를 만들어 수질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보는 외국에서 수질을 좋게 하려고 만든다. 쓰레기를 걸러주고, 부유물질을 가라앉히기 때문이다. 치수, 이수, 수질 및 생태계, 관광, 친수공간 활용 등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단체는 보가 마치 자연을 파괴하는 거로 간주해 반대한다. 실제로 4대강 보가 생기고 수질이 더 좋아졌다. 환경단체에서는 수질이 좋아지니 녹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녹조는 보가 있으니까 보에 걸리는 것이고 물 위에 부유하는 게 특징이다. 외국에도 녹조는 다 생긴다. 보를 열었는데도 녹조가 더 많이 생기지 않았나. 과학적인 지식은 다 덮어 버린 채 완전히 잘못된 접근, 지식으로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에는 침묵하고 노무현 정부의 수도 분할(세종시 개발)은 지지했던 환경단체가 편향되게 움직이고 있다. ‘내로남불’이나 다름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단편적 생각에 고착돼 있는데 만약 고인 물이 모두 썩는다면 전국 호수와 저수지에 고여 있는 물은 다 썩었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4대 강 사업=녹조라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광우병 사태도 그렇고 (대중을 현혹하고 끌어들이기 위한) ‘작명’에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녹조는 수온 상승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인 우점종이 변하는 것이다. 남조류의 세포 수가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온도, 영양물질, 빛의 조건만 맞으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물의 탁도에 반비례해 수심이 깊고 수량이 많으면 성장이 더디게 된다.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지고 저수량이 증가해 여름철 수온이 내려가는 효과와 함께 수질 개선으로 영양물질 감소도 같이 나타났다. 오히려 녹조 발생을 억제한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의 영향으로 유속이 감소한 것은 녹조가 발생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류 농도의 위치에만 변화가 생긴 것으로, 녹조 발생 위치가 하류에서 상류로 이동했을 뿐이다. 유속은 녹조 발생을 계산할 때 고려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속은 녹조의 위치만 바꿔 놓은 것에 불과하다. 보가 수질을 나쁘게 하고 있다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논문(금강 자료)이 국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에 지난 7월 게재 승인이 끝나고 곧 나온다. 4대강 녹조 발생 원인(방아쇠 역할)은 온도라는 것을 입증하는 논문(한강 자료)과 유량이 증가하면 식물성 플랑크톤(녹조 포함)이 감소한다는 논문(낙동강 자료)이 각각 2014년과 2015년 국제 SCI 학술지에 게재됐다. 주목해 달라. 수문을 열면 온도가 더 올라가고 그러면 녹조가 더 생긴다.”

―4대강 곳곳에서 대량 발견된 큰빗이끼벌레가 수질정화 기능이 있다고 분석했는데.

“큰빗이끼벌레는 일종의 외래종이다.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외래종에 대해서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이 많다. 소양호에서 개최하는 빙어축제의 빙어도 외래종이다. 아카시아, 코스모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생태계를 교란하는 뉴트리아와 같은 외래종이 문제다. 미국이 원산지인 큰빗이끼벌레는 수질이 나쁜 데서 사는 것이 아니다. 좋은 데도 살고 나쁜 데도 산다. 산소가 없는, 수질이 나쁜 데만 산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다. 큰빗이끼벌레는 수질정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미국 문헌에도 기록돼 있다. 녹조를 먹어 치우는 역할을 한다.”

―4대강 사업과 대운하와의 연계 필요성을 강력하게 밝혀 왔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로 진행됐어야 한다. 수로운송은 치수, 이수, 환경에 저비용 물류 수송, 관광, 내륙 개발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비유하자면, 운하로 4대강을 했더라면 도랑 치고 가재 10마리 잡을 것을 4대강 사업에 그치는 바람에 5마리밖에 못 잡았다.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대운하를 선택했다면 물류 분야에서 큰 혜택을 봤을 것이다. 미국은 내륙 수로를 이용해 물류량의 18%를 운반한다. 에너지 절약, 관광, 내륙 개발, 이·치수 문제 등도 해결됐을 것이다. 수로운송은 도로운송과 견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분의 1에 불과하고 타이어 마모, 날림먼지가 없다. 매연, 기타 석유 연소로 인한 대기오염 배출이 적어 환경오염 부하가 7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교통체증에 의한 연료 낭비, 대기오염, 소음 등을 고려하면 수로운송이 갖는 환경 장점은 이보다 훨씬 크다.”

―대운하 문제는 언제든 다시 거론될 것으로 판단하나.

“도로가 아무리 발전하고 차가 좋아지더라도 근본적으로 환경 문제가 뒤따른다. 하이브리드, 수소, 전기차도 소음과 진동, 날림먼지가 뒤따른다. 철도 역시 소음, 진동에서 예외가 아니다. 교통 문제는 무엇이 환경에 좋다, 경제에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의미다. 저는 지금도 수로운송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생태계·수질 관리도 강화할 수 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만 해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영남지역 발전을 위해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고 대신에 대구, 구미까지 배를 끌어올 수 있도록 빅딜을 하면 영남지역 발전에 훨씬 좋지 않겠나.”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나라가 가난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환경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환기했다. 그는 ‘부국환경주의’ ‘환경평등주의’에 입각해 환경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4대강 사업 자체에 미흡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상수원, 물 대책이 없었다는 점이다. 뉴욕이나 런던은 큰 강의 물을 먹는 물로 쓰지 않는다. 우리가 사용한 물도 강에 버려야 하는데 다시 꺼내 써야 하는 ‘강의 딜레마’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수질정책은 하수처리, 먹는 물 만드는 이들이 주도해 왔다. 마치 처리만 잘하면 큰 강 말단의 물도 먹을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다. 배가 다니는 강물을 먹을 게 아니라 도수로(導水路·저수지 등 수원에서 취수한 상수 원수를 정수장 유입부까지 보내는 수로)를 이용해 호수에서 끌어다 썼어야 한다. 미국 뉴욕도 160㎞ 이상 떨어진 곳, 식수전용 댐에서 도수로로 끌어오지 허드슨강의 물을 먹지 않는다. 이스라엘도 경부고속도로 지나가듯이 국토 한복판에 수로를 냈다. 늘 주장해 왔지만, 서울도 팔당호 물을 먹을 게 아니다. 수도권 상수원은 팔당호에서 소양호로 이전해야 한다. 부산, 대구, 영남권도 낙동강에서 직접 취수하지 말고 안동댐, 임하댐, 영천댐, 밀양댐, 남강댐 등을 도수로로 연결하거나 간접 취수 방법으로 상수원을 공급해야 한다. 도로보다 수로가 토지, 건설,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데 우리는 도수로 내는 걸 매우 어려워한다.”

(박 교수는 한 가지 더 아쉽고 좋은 기회를 놓친 게 있다고 추가했다. 경춘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수로를 같이 연결했더라면 경제적 효과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팔당호의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면 500조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물관리 일원화는 애초 불가능… 가뭄·홍수 통합대비 못해”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함께 관리하는 물 관리 일원화에 대한 견해는.

“물 관리 일원화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일원화는 물 관리 일부 조정에 불과하다. 가뭄과 홍수의 나라에서 큰 가뭄이 오는 시기에 환경부가 어떻게 가뭄대책, 홍수대책을 다할 수 있겠나. 가뭄은 농업과 직결돼 있고, 홍수 피해는 지면 불투수화로 도시에 집중되는데 환경부가 이를 맡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오히려 재난을 초래하게 된다. 지금의 물 관리 일원화는 4대강 보 개방 여부를 환경부로 넘긴 것인데 그로 인해 4대강 세종보, 공주보, 승촌보, 죽산보 완전 개방과 일부 개방에서 나타났듯 물 관리 ‘참사’를 초래했다. 오히려 수질이 악화했고 물 낭비와 농업 피해만 야기했다.”

―가뭄과 홍수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한다고 보는지.

“가뭄과 물 부족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가뭄은 자연 생태계에서 생물이 살아가는 데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정도로 강우량이 적은 경우다. 물 부족은 인간이 필요한 물 수요량이 공급 가능량을 초과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대책을 구분해서 추진하고 물의 공간 이동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봐도 4대강 사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큰 가뭄, 폭우 등에 대비해 지천을 정비하고 도수로 공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가 도로망 인프라는 충분히 깔렸고 많이 구축됐다. 이제는 수로 공사를 추가로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박 교수는 2012년에 펴낸 ‘부국환경론: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를 통해 환경과 경제의 상생, 가난과 환경 문제, 저탄소 녹색성장, 진보적 환경주의, 물 관리 선진화 방안을 제시했다. ‘토목건설은 환경의 적이 아니다’ ‘에너지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선의 환경주의자를 경계하라’ 등은 그의 소신의 원천, 맥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의 연구 결실 중 하나인 부국환경주의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부국환경주의의 요점은 무엇인가.

“이름은 내가 붙였다. 원조는 ‘환경과 빈부의 두 세계’를 쓴 잭 홀랜드 미 버클리대 교수다. 한마디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가 없는 부강한 환경 선진국’이 부국환경주의의 핵심이다. 내가 꿈꿔온 지향점이다. 1970년대만 해도 환경이념은 산업 문명이 인간 환경을 계속 파괴한다는 환경 비관주의(Eco-Pessimism), 또 하나는 환경 낙관주의(Eco-Optimism) 둘로 나뉘어 있었다. 1981년 미국 유학을 갔을 때만 해도 학계 입장은 비관론에 쏠려 있었다. 당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환경의 암적인 존재이며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환경 측면에서는 훨씬 나은 제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국민의 투표권을 담보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환경을 더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환경의 수혜자이면서 피해자인 국민이 투표권으로 친환경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환경법은 더 엄격해진 것이다. 가난할수록 환경이 더 파괴되고 심각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아프리카 등 제3세계나 북한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국환경주의는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산업역군이 어떻게 환경을 지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식량의 40%,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 목재의 99%를 수입하고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국강병만이 환경보호를 위한 최대 전략이며, 달러를 벌어오는 산업역군들이 진짜 환경 지킴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헌법 제35조에 보장된 것처럼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환경평등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환경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국내 환경운동의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환경운동은 많은 국민이 참여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환경운동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게 국민에게 올바른 환경교육을 하는 것인데 제11대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내 교육계의 교과 이기주의 때문에 학교 교육에서 환경 교육이 제대로 설자리가 없다는 점을 목격했다. 양호교사처럼 ‘1교 1환경교사’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주류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은 좌경화뿐만 아니라 1970년대 환경이념인 환경비관론 즉 반(反)개발, 반핵, 반산업화, 반문명이란 시각에 갇혀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도 산업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환경을 내세우는 위선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환경비관론에 파묻혀 새만금,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등 대규모 국책사업마다 환경을 지킨다고 하면서 엄청난 국가예산을 낭비하지 않았나. 환경전문가 그룹 역시 환경 측면에서는 환경운동가에게 동조하면서도 상당히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박 교수는 이 대목에서 “4대강, 원자력발전소에 접근하는 현재 정책은 잘못된 경제이론과 환경이론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원전을 없애고, 강물을 다 빼버리면 5000만 우리나라 인구가 어떻게 살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환경 당국이 해야 할 일이 이런 배경에서 본다면 더 많을 것 같다.

“환경은 크게 생활환경, 자연환경, 지구환경으로 구분되는데,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것만큼 중요한 국부(國富)가 어디 있겠는가. 국민 건강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환경이란 의미다. 앞으로 환경부는 국민의 보건 통계부터 잘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질병에 잘 걸리는지 말이다. 질병 원인 중 70%가 환경 문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생활환경국을 신설해 실내공기, 생활화학물질, 전자파, 소음·진동, 빛 공해, 악취 등 관련 사항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화학물질과 전자파는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는데 앞으로 더 크게 부각될 것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전파법 고시로 관리되는 전자파를 환경부가 맡고 법제화도 담당해야 한다. 생활환경은 제대로 돌보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해 왔는데, 그나마 국제기구 2개를 유치한 게 성과라고 해야 하나. 녹색성장도 원래 뜻이 잘못됐다. 풍력, 태양광 발전을 뜻하는 게 아니고 살아가는 환경 개선과 함께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뤄내는 게 녹색성장이다. 그게 오도되고 잘못 받아들여져 그릇된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미국처럼 환경평등국을 만들어 저소득 소외계층의 환경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에서 환경 문제가 불거진 게 흑인 빈민촌이었던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저소득 소외계층의 환경이 열악해 건강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수명도 짧다.”

박 교수는 환경부 외에도 환경 관련 부처, 기능, 외청에 대해서도 지적할 게 많아 보였다. 그는 해양수산부로 넘어간 해양환경보전국을 환경부로 다시 이관해 바다 환경 관리를 맡겨야 한다고 했다. 또 경제 기능보다 환경보전 기능이 더 크고 국토 환경 관리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청은 환경부 외청으로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무엇보다 환경부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를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환경과 노동이 같은 상임위에 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한국인 최초의 환경과학 박사가 제시한 환경 패러다임의 전환이 어떤 족적을 남기고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졌다.

그는 “이제 연배도 어느 정도 쌓였으니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 할 일은 잘못된 환경운동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본다”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이념이 크게 달라졌는데 우리 것만 맞는다고 우겨서는 곤란하다. 물과 에너지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를 정권, 대통령 가까이 있는 이들이 바르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리 =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이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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