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어떻게 메모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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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어쩌다보니 요즘은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 강혁진도 쓰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5분스쿨에 쓰일 5분 마케팅 방송 대본도 쓰고, 밀리의서재 오디오북 대본도 쓰고 읽습니다. 지금은 다음 책을 위해 원고를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갈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글감을 저장해두는 일이 조금씩 생활화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문득 글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머릿속에 글에 쓸만한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또 떠오르겠지'라며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한번 지나간 생각이 다시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메모를 합니다. 종이에 쓸 수 있으면 평소 휴대하는 노트에 옮겨 적습니다. 컴퓨터나 아이패드가 앞에 있을 때는 에버노트나 구글 닥스를 실행해 글을 남깁니다. 그마저도 어려우면 휴대폰을 열어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메모를 남겨둡니다. 타자를 치기 어려울 때는 음성인식으로 타자를 대신합니다. (지금 이 글도 며칠 전 강변북로를 따라 운전을 하며 이촌동 근처를 지날 때 즈음, 음성인식을 통해 제 카톡에 남긴 장문의 메모를 토대로 쓰고 있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글감을 잡아두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메모했던가?’ 하고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대단한 작가는 아니지만, 열심히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난잡하게 메모를 정리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자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진짜 정돈된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맞는 메모 법을 찾아서 그에 맞게 메모를 할 텐데 말이죠. 그야말로 상황 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우왕좌왕 정해진 법칙도 없이 메모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정돈되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메모한 뒤 실제로 나중에 글을 쓰려고 하면, ‘아, 어디에 메모를 해뒀더라?’ 하면서 노트부터 에버노트, 구글 닥스, 카카오톡을 뒤지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메모를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문득 예전에 TV에서 보던 축구 중계가 떠올랐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른 나라 국가대표와 시합을 하는 이른바 A매치였던 것 같습니다. 외국 선수였는지 우리나라 선수였는지 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수가 골을 만들어 낸 건 발이나 머리를 이용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허리였던가, 등이었던가 아무튼 일반적이지 않은 부위를 이용해 골대 안으로 공을 들이밀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중계진 중 한 명이 조금 특이한 자세로 골을 넣었다고 시청자에게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해설가가 말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스트라이커입니다. 발이나 머리로만 넣어야 스트라이커가 아닙니다. 스트라이커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골을 넣어야 합니다.”

몇년 동안 잊고 있었던 말이었는데, 메모하는 요령이 없는 것 같다는 고민을 하던 차에 번뜩 생각이 났습니다. 마치 메모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저에게 해주는 말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그러니까 결국 메모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모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방법으로 메모하는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일은 머릿 속에 떠올랐던 글감을 어떻게든 메모로 남겨 기록해두었다가 필요한 때에 글로써 옮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설가의 멘트를 생각하고 보니 비단 메모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내는 방식이 정돈되어 보이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방식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효율적이라서, 예뻐 보이지 않아서, 정돈되어 보이지 않아서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어라고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설프고, 부족해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든 시도해봤어라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 좌우명은 ‘후회 없는 삶을 살자'입니다. 요즘의 저를 떠올려보니 정말 후회 없이 살고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고민이 무색해지도록, 앞으로 언제, 어디에든 메모해야겠습니다. 

님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 방법이 조금 어설프고 부족하더라도 어떻게든 시도해보시면 어떨까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님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할게요.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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