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프론트맨이며,

살면서 무언가에 재능이 있다고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재능이란 정확히 뭘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하는 재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하여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혹시, 이 정의를 보고 조금 김이 새시지는 않았나요? 능력과 훈련이라고 부르는 순간, 특별하게 타고난 어떤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김 새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훈련을 통해 무언가를 꾸준히 갈고 닦는다라는 입력값을 넣으면, 능력 향상이라는 출력값이 도출된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수식은 아니니까요.

혹시 판소리 공연을 보신 적 있나요? 제가 판소리라는 것을 처음으로 '맛'본 것은 이자람이 '송화'역으로 나오는 뮤지컬 <서편제>였습니다. 이런저런 소리들이 맛보기로 나오던 극 말미에 <심청가>의 한 대목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과 소리를 동시에 그토록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이건 정말 유튜브에서라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방인의 노래>라는 공연을 보고 저는 빼도박도 못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2022년 발간한 이자람의 산문집 <오늘도 자람>에는 그녀가 얼마나 꾸준하고 성실하게 스스로를 갈고 닦아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자신의 비하인드를 본체가 직접 정리 한 책이라니, 이렇게 떠먹여주는 덕질은 오랜만이라 한동안 가는 곳마다 이 책을 들고 다니며, 그녀가 쌓아온 꾸준함과 그 곡절의 역사를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무대위에서 소리를 하는 이자람이라는 사람은 정말 좋은 의미로 혼자보기 아깝습니다.(물론 정말 혼자는 아닙니다) 보는 내내 속으로 '아, 이 멋진 걸 더 많은 사람이 봐야 하는데!' 싶어서 안달이 나죠. 그런데 이 마음을 정확하게 콕 짚은 문장을 그 책에서 발견했습니다. 

오만한 마음이지만 진심으로,

이 해내기 만만찮은 공연들에

빈 좌석을 볼 때면 아까운 마음이 든다.

…(중략)…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한 나의 이름은

한국 판소리 역사에

아주 중요하게 남을 것이니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내 작품을

직접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  이자람 산문집, <오늘도 자람> 64p

너무 멋있지 않나요? 그야말로 자신의 재능에 성실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신감에 또 한 번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아닌게 아니라 정말입니다. 한 번은 꼭 보셔야 해요. 저 역시 이것저것 가리는 것 없는 사람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취향의 저변을 넓힌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자람이라는 예술가는 그걸 가능하게 합니다. 취향을 뛰어넘는 재능이란 그런것이더군요. <오늘도 자람>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한 뼘씩 자라나고, 자라난 이자람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앞으로 그녀는 또 어떻게 자라날까요. 얼마나 멋있어질까요. 그렇게 자라난 그녀가 만들어 낼 해내기 만만찮은 공연이, 작품이, 음악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