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나 봅니다. 마당에 연보라색 수국화와 분홍색 백합이 활짝 피었어요. 꽃잔치 같던 5월의 장미들은 아쉽게도 우수수 떨어져버렸네요. 장마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구르메 레브쿠헨의 마당입니다. 3년 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지요. 청춘의 우리 아이들을 보면 그 시간 의미가 더욱더 크게 느껴집니다. 물론 저는 든든한 수강생분들 덕분에 꾸준히, 조심히 요리교실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책 작업도 했지요. 3년간의 시간이 결실이 되어 5월부터 차례로 책이 출간이 되고 있어요. 책이 나오면 컬래버 행사도 진행하기로 해서 그 준비로 요즘 정신이 없습니다. 더 바쁘게, 3년 동안 못한 만큼 채워나가려고요!


매일의 시간이 소중한 히데코 드림

  히데코 요리교실의 심화 과정인 <식재료 연구반>. 이번 학기엔 3회에 걸쳐 허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6월에 수확이 가능한 허브 중 바질, 고수, 파슬리, 마조람, 셀피유, 그리고 3가지 민트 등의 허브로 메뉴 7개를 만들었습니다. '익숙한 듯 안 익숙한' 각종 허브 고유의 향과 맛으로 빚어지는 요리에 대해 함께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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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풍경이 숨어 있는 나의 공간

"하나씩 바꿔나가면서 상상하던 집의 모습으로 완성해가는 것도 집 꾸미기의 묘미가 아닐까요. 보시면 알겠지만 소품이나 가구는 손때 묻은 앤티크에 애착이 많아요."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거나 책을 출간할 때마다 집을 소개하곤 한다. 최근 여성조선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클릭)"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다시 내 물건과 소품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사는 동안 모은 애착 가는 물건에 눈길이 갈 때마다 추억이 떠오른다. 생각나는 사람과 공간을 떠올릴 때면 멀리 떠나왔지만 문득 생생해지곤 한다. '이러니 내가 가져올 수밖에'라고 생각하며 물건을 쌓다보면 늘 자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오래된 골동품 식기장을 마련하였으나 그마저도 가득 찬 지 오래이다. 남편에게 “우리 앞으로 열심히 돈 모아서 집을 넓게 리모델링 해요!”라고 했더니 돌아온 말, “그동안 히데코가 조선시대 골동품이니 도자기니 하는 이것저것을 안 샀으면 벌써 했을 거예요.”

지난 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여성조선과 인터뷰할 때 찍은 2층 거실의 모습.

  1970년대 지어진 이 집에서 아끼는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지금이 참 좋다. 일본 고향을 떠올리게 하거나 유럽을 다니며 산 물건, 그리고 아이들이 그렸던 그림이나 스케치 하나까지도 근사한 소품이다. 계절이 바뀌거나 어떤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요리조리 놓아보고 걸어보면서 집 구석구석에 추억을 더 하는 일은 내가 이 집을 더 사랑하는 방법이다.

“요즘 들어 생각한다.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고.” 최근에 펴낸 책 <음식과 문장>에 나오는 글귀이다. 오래되고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사 모으는 이유인 것 같다. 


조선시대 강원도 지방의 식기장. 몇 년 동안 용돈 모아 샀던 애장품. 나중에 일본풍이나 유럽풍 식기를 넣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한국 골동품 전시장입니다.
미대오빠 어린이집 시절의 작품<아빠와 나>, 스페인에 사는 일본인 친구가 선물해준 베네치아 유리 화병, 부모님께 물려받은, 붉은 흙으로빚은 찻잔, 찻주전자, 사케 병 등이 놓여있네요.
인생 선배인 예바라기 선생님이 선물해주신 다기와 서촌에서 전시할 때 구입한 일본인 작가의 술병.
유치원에 다닐 무렵 독일에 살 때 가족여행으로 간 프랑스 파리와 독일 로텐부르크에서 아버지가 사주신 수채화. 침실 한쪽에 마련한 제 서재에 있어요. 그림을 볼 때마다 구석진 공간이 환해지고 마음도 편해집니다.
예바라기 선생님이 옛 도구를 모아 이태원에서 작은 앤티크숍을 운영중이세요. 거기서 구입한 대나무 바구니. 나의 샤넬 백.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안나리사의 초기 작품으로 안나리사만의 소박한 느낌이 담겨 있어 정말 좋아합니다.
미대오빠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예전 직장 사무실을 방문한 뒤 그린 작품. 색연필 채색화. 아버지의 보물.
옛날 초등학교 교실 의자. 너무 귀여워서 충동구매. 현관 잎구에 놓고 보관하고 있던 아들의 첫 구두를 놓아두었어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레시피의 힘" !

고민이 있을 때 처방해드리는 레시피,
네 번째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고민

  직장을 다니고, 미뤄왔던 일들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평일에 음식을 만들 시간이 조금 줄었어요. 그래서 6세 아이에게 주말만큼은 엄마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만큼 보고 듣는 게 많아져서, 원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요구 사항도 더 깐깐해졌습니다. 🤣 요즘 꽂혀 있는 것은, '예쁜(보기 좋은)' 음식이에요. 계란찜도 파프리카 그릇에 해달라고 하고요, 오무라이스도 꽃 모양으로 해달라고 해요. 손재주가 없는데, 아이의 시각에서 '보기 좋은' 음식 레시피 상담드립니다. *다행히 식성은 어른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매운 것만 빼고는 모두 잘 먹습니다.


📝세 번째 레시피 처방!

  “선생님! 어떻게 담아야 해요?? 담는 것 좀 알려주세요~~” 음식을 만든 후 식기장에서 그릇을 찾아 음식을 담는 시간에 꼭 수강생들이 하는 말입니다. 수업 때마다 “예쁘게 담아보세요~”라고 입버릇처럼 하지요. 음식은 재료, 조리법, 맛, 영양소도 중요하지만 담음새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제가 아들 둘을 키웠을 때보다 요즘엔 보이는 것이 넘치다 보니 사연을 보내신 분의 아이도 얼마나 예쁜 것을 먹고 싶어 할까요. 직장 복귀 후 바쁘신 중에도 아이에게 맛있고 몸에 좋은 것을 먹이려고 고민하시는 모습이 편지에서 느껴집니다.

  먹는다는 일은 아이에게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바쁜 엄마가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30분 동안(잠깐 오븐에 구워) 완성할 수 있는 한 끼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들을 키울 때 신경 썼던 것은 아이의 눈에 예쁠 것 같은 도자기나 사기그릇 등 좋은 그릇에 담는 것이었습니다. 포크, 나이프, 젓가락도요. 간단한 한 끼라도 꼭 테이블 매트를 깔았어요. 음식 자체가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담음새가 이쁘면 아이도 대접받는 기분이 들 거 같아요! 바쁜 엄마에게 좋은 팁이 될 겁니다!

  에그 그라탕은 셰프였던 아버지가 남동생과 제게 만들어주시던 한 끼입니다. 흰색 프랑스제 그라탕 그릇에 담아 주시곤 하셨지요. 저는 아들한테는 색이 선명한 그라탕 그릇에 담아서 구워요. 레시피 처방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만들어봤는데요, 마침 집에 있던 아들이 노란색 그릇의 그라탕을 금방 먹어치웠답니다.

<에그 그라탕>

🥢재료 (4인분)

양파 1개 닭 정육 300g 버터 50g 올리브오일 1큰술 화이트와인 1/2컵 밀가루 50g 우유 500~700ml 4장 느타리 버섯 100g 소금 후추 파스타(펜네) 250g 완숙 달걀 4개 모짜렐라 치즈 적당히

🔪방법


  1. 양파는 얇게 채썰고 햄과 닭고기는 먹기 좋게 자른다. 버섯도 먹기 좋게 찢거나 자른다. 완숙 달걀은 세로로 얇게 썬다.
  2. 냄비에 버터와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양파를 볶는다. 양파가 부드러워지면 닭고기를 넣고 볶다가 와인을 붓고 밀가루를 더하고 볶는다. 우유도 넣고 크림 상태가 되면 양송이와 햄을 더하고 섞는다.
  3. 펜네는 알덴테보다 부드럽게 삶는다.
  4. 2번에 펜네를 섞어서 달걀을 얹는다. 치즈를 뿌리고 오븐의 그릴기능(180도정도)으로 10분간(치즈가 탈 정도) 굽는다.
근사한 식사의 모습을 보내주셨어요!
  여행할 때 먹어보기만 했던 부예바스, 선생님 처방대로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사는 곳이 섬이다보니 해산물은 아주 신선한 것들이 많았지만 허브와 향신료가 문제였어요. 다행히 사프란은 집에 늘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팔각이 빠져서 살짝 아쉬웠네요. 
  생선 손질부터 정성껏, 뽀얀 생선 육수가 우러나오는 것을 보고 있으니 입안 가득 군침이 돌았습니다. 넉넉히 준비해서 친구에게 가져다주고 다른 주변 지인들과는 화이트 와인과 수다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도 너무 든든히 잘 먹었다고 인사를 전해주었네요. 선생님 덕분에 아주 고급 요리도 척척 해내는 멋진 여자가 되었어요. 한국에서 먹어본 것 중 최고라는 극찬도 받았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히데코에게 물어보세요!
요즘의 고민이나 어제의 불편한 마음에 맞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마음을 전하는 일, 히데코가 도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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