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다꾸족을 아시나요?

사실 전 다꾸족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오늘은 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제 학창시절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학창시절에 제가 만들고 꾸몄던 ‘다이어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네. 저는 다이어리를 꾸미던 평범한 남고생, 일명 ‘다꾸족'이었습니다. 

제가 쓰던 다이어리 중에 지금도 부모님 집에 남아 있는 다이어리가 있습니다. 아마도 3공 다이어리 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6공일지도 모르겠네요.) 투명한 푸른 빛의 플라스틱 커버로 된, 한 손에 잡히는 다이어리입니다. 그 안에는 고등학교 시절 제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을 꽤 많이 찍었습니다. 다이어리에는 스티커 사진 사진첩을 별도로 끼워 놓을 정도였죠. 여사친과 찍은 사진은 물론이고 남자친구들끼리 감성 넘치는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 붙여두기도 했습니다. 그냥 붙여두진 않았습니다. 사진의 테두리를 칼로 살짝 자국을 내서 뜯어내면 흰 부분이 남아 마치 액자에 넣어 놓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에는 그 당시 유행하던 ‘사쿠라’ 볼펜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친구 머리에 염색을 한 것처럼 색칠하기도 했죠. 

사쿠라 볼펜으로 이야기하자면 다이어리를 꾸미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준비물이었습니다. 대체 몇 가지 색이 있는지 가늠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종류의 색을 가지고 있던 사쿠라펜. 경기도 시골에 있던 저희 학교 앞에서 살 수 있는 사쿠라 펜의 색은 한정적이었습니다. 가끔 못 보던 색이 문방구에 들어오는 날이면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방학 때 단과학원에 다니기 위해 찾았던 노량진에는 길거리 노점상에서 노트며 볼펜을 싸게 팔았습니다. 거기에 우리 학교 앞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형색색의 사쿠라 펜들이 놓여있는 걸 보고 쾌재를 부르며 샀던 기억도 있습니다. 

특히나 검정 종이 위에 펄이 들어간 은색과 금색의 사쿠라펜으로 글씨를 쓰고 그 종이에 3공(혹은 6공) 구멍을 내어 다이어리에 끼워 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습작처럼 썼던 유치한 시를 적어두기도 하고, 친구에게 받은 메모를 붙여두기도 했습니다. 

지인들은 저에게 이런 감수성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감수성들이 지금 저에게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물론 지금도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건 바로 ‘디테일'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운영하는 월간서른은 모임 신청을 하신 분들께 적어도 3번의 사전 연락 문자를 보냅니다. 모임 시작 1주일 전, 3일 전 그리고 당일. 월간서른 일정을 미리 기억해두고 그날만을 고대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바쁜 회사 업무로 일정을 기억하지 못했다가 다른 일정을 잡는 분도 계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는 기억한다 해도 다른 일정과 겹칠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분들에게도 세 번이나 문자를 보내며 당신을 기다린다는 신호를 준다면 월간서른에 오실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간서른에는 혼자 오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관심이 있어서 오긴 했지만 혼자 낯선 공간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일부러 혼자 오신 분들께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월간서른 강의에 더 집중하시곤 합니다. (실제로 혼자 오신 분들 중에 저와 이야기를 나누신 분들이 후기 설문에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ㅎㅎ)

이 밖에도 다른 강연이나 마켓과 차별화될 수 있는 월간서른과 서른마켓 만의 디테일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들어 내고 있는 디테일들의 시작은 다이어리를 꾸미던 고등학생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더 감수성 넘치고 디테일한 마케터로 살아가려 합니다. 더 이상 다이어리는 꾸미지 않겠지만, 마치 다이어리를 한장 한장 꾸며가듯 그렇게 월간서른과 서른마켓도 꾸며 가려 합니다.  

오늘 저녁엔 님도 지금의 님을 만든 학창시절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 며칠 전 제 책이 나왔습니다. 다이어리 이야기는 담겨 있지 않지만 마케터로 살아온 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마케터가 되고 싶은 분들과 좋은 마케터로 성장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이 영양제가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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