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조각글🧩, 새롭게 정의 내린 '동화' 장르의 아트 토크를 가져왔어요! 얼른 확인해보세요👀🌈
2023년 09월 15일
두번째 파도, 에디터 S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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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가득 찼다. 갈라진 바닥의 틈새로 빗물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잠에서 깬 정혜는 발목 넘게 차오른 물에 놀라길 한번,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는 가족들에 두번 놀랐다. 자고 있는 남편의 몸이 물에 두둥실 떠올랐다.
 정혜는 아끼던 도자기를 들고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도자기에 금이 가고, 조각들이 깨어져 나왔지만, 차오르는 물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에 빠진 가족들은 편안히 떠올랐다. 재난 상황은 정혜밖에 없는 듯 했다.
 집이 갈라졌다. 온갖 가구들이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정혜는 떠내려가는 것들을 보며, 가족들 역시 평안히 떠내려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잠수했다.

 헤엄쳐 나온 도시는 황폐하고 기이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도시가 가득 잠겼다. 저 멀리 보이는 우체국은 잠긴지 오래 된 듯, 물때 낀 이끼가 지저분히 자리잡았다.
 아직 비는 멈추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던 정혜는 자신과 같이 떠내려온 나무판자를 발견했다. 익숙한 모양새였다. 집에 있던 장식장이 부숴진 채 정혜를 따라 떠내려왔다. 장식장 위로 올라탄 정혜가 한숨을 돌렸다. 조금은 약해진 빗방울이 정혜 위로 떨어졌다. 이미 흠뻑 젖었지만 잠시라도 마를 새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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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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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정혜의 배는 이 모든 사람들을 감당하지 못하니, 각자 갈 곳에 맞춰 나누어지자고 말했다. 곧바로 떠내려오는 모든 것에 집중하여 새로운 배를 만들어내었다. 누군가는 크고 튼튼한 배를, 누군가는 작지만 깊은 배를 만들었다.
 모두가 새로운 배에 올라탔다. 목적지가 중요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저 위태로운 정혜의 배를 벗어나는 행위였다. 정혜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모두가 자신을 구한 정혜에 감사하며, 자신의 배에 오르라고 손을 내밀었다.
 정혜는 자신의 배를 선택했다. 이대로 있으면 가라앉는다며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정혜는 혼자 남았다. 목적지는 아무것도 없는 수평선 너머였다. 비가 그쳤다. 정혜는 배에 누워 숨을 골랐다.

 두둥실 흔들리는 물살에 몸을 맡겼다. 눈을 감았다.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서서히 가라앉았고, 서서히 떠올랐다.


<정혜의 이야기> 中
안녕하세요, 님!
저는 에디터, SEA.U(씨유) 입니다.

저번 편지는 어떠셨나요?
정말 형태도 알아보기 힘든 조각글이라 당황스럽진 않으셨나요? 😂😂
SEA.U의 조각바다에 담기는 조각글은 문득 떠오르는 장면, 기획 아이디어, 제가 쓴 글의 일부분 등 다양하고 완성되지 않은 글들이 담길거에요. 발전시킬 글들도 있고, 그대로 사라질 글들도 있죠. 정말 SEA.U의 아트기록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형식 없이 추가적으로 담기는 글은, 제가 창작활동을 하며 고민하는 여러가지와 취향이 잔뜩 묻은 글들이 될거에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제 스스로 머리속을 정리하고자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어떤날은 무겁게, 어떤날은 가볍게, 어떤날은 자랑글로! 돌아올거에요✨

사담이 길었네요. 그러면 두번째 아트레터, 시작할게요!

#두번째 상상조각 KEY WORD : 물결, 고요함, 부력

 여러분 좀비가 나오는 꿈을 꾼적 있으신가요? 다들 악몽, 혹은 스릴넘치는 모험물(?)로 한번쯤은 경험이 있으실거에요. 주위에 몇몇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면 정말 다른 꿈들이라 재미있습니다. 누군가는 정신없이 도망치기만 하고, 누군가는 생존자들의 대표가 되어 총을 난사하고, 누군가는 X를 통해 백신 검색을 해 생존하기도 하고.. 정말 그 사람의 성향이 그래도 보이는 꿈들이더라구요. 
 저는 매일 밤 꿈을 꾼답니다. 심지어 버스에서 잠깐 조는 짧은 10분동안도 꿈을 꿔요. 그래서 이제는 대다수의 꿈들이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저는 '꿈을 꾼것'이 그렇게 독특한 일로 다가오지 않다보니, 그냥 무슨 꿈을 꾸었네- 하고 잊어버리거든요. 그러던 제가 <정혜의 이야기> 조각글을 쓰기 직전, 좀비가 나오는 꿈을 꾸었습니다. 좀비가 나오는 꿈이 처음은 아닌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생생하더라구요. 
 좀비들의 습격에 정신없이 도망치던 와중, 한강처럼 보이는 거대한 강을 건너 도망치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강은 넓고, 우리가 밟고 서있는 땅에는 좀비들이 드글거리고, 저 건너편 땅은 어딘가 조용하고 안전해보였죠. 생존자들 사이에서 '건너편에도 좀비가 가득할 것이다', '모르지 않나, 한번 가보자' 하는 의견이 분분했고, 결국 모두가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모아 배를 만들어 올라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건너가는 동안이 정말 길고 평안한거에요. 꿈이 시작되고 모든 순간이 숨가쁘고 정신없었는데,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이동하는 그 순간이 너무 고요하고, 편안하고, 모든게 해결된 것 같은 그런 안정감이 있었어요. 행복에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그순간이 정말 쉼이 가득한 평안한 행복이었어요. 결국 강을 다 건너 건너편 도시에 도착했지만, 저는 그대로 배에 남아있겠다는 선택을 했어요. 또 배를 띄우고, 좀비가 있던 건너편 도시로 이동했죠. 도착하면 또 배를 띄우고.. 강을 수십번 왕복하며 평안한 순간을 계속 즐기는 꿈을 꿨습니다. 이때의 분위기와 기억으로 쓴 글이에요.
 
 '정혜' 라는 인물은 제가 연출한 애니메이션필름 <안락한 난파선 밖>에서 엄마 역할로 나오는 캐릭터에요. 주인공 '다의'가 부모님의 싸움으로 금이간 집을 벗어나, 자신만의 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죠. 이 작품을 만들면서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도 써달라는 요청을 몇번 받았는데, 위의 꿈을 꾸고 나서 딱 '정혜'가 떠오르지 뭐에요! 30분도 안걸려서 후다닥 쓴 트리트먼트입니다. 언젠가 이 이야기도 영화만큼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슬쩍 공개하는.. 정혜 초기 컨셉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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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아트로그 : 어른의 어린시절을 위한 동화

여기서 금쪽이 아닌 사람, 누가 있나요?!
 '금쪽 같은 내새끼' 라는 프로그램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들의 육아 솔루션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 부모들을 타깃으로 방송되었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을 모두 '금쪽이'라 칭하며 잘못된 부모의 태도, 올바른 훈육 등을 알려주고 있죠. 이미 유명하게 밝혀진 사실이라 모두들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자녀를 둔 부모보다 미혼의 2030대에게 더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조금 큰 미성숙한 어른의 시점으로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부모와 어른의 시점으로 과거를 다시 대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내 경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조금 비슷한 이야기를 아트컨텐츠로 가져와볼까 합니다. 영화, 소설, 드라마 등 여러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대게 장르가 정해져 있기 마련이죠.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장르는 어떤 것이 있나요? 로맨스, 스릴러, SF, 판타지, 공포.. 좋아요. 그러면 장르는 무엇일까요? 안전가옥의 김홍익 대표님은 장르를 '메인 맛'으로 설명하셨어요. '마라맛'이라고 하면 매콤한 특유의 마라맛을 떠올리죠? 마라파스타, 마라치킨, 마라떡볶이 등의 음식을 보며 어느정도의 '마라맛'을 예상할 수 있는, 그리고 '마라맛'을 원하는 소비자가 선택을 하게끔 만드는 것. 이것이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여기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선택'이에요. 장르라는 것은 대중이 아트컨텐츠를 선택할 때 기대하는 욕구와도 같습니다. '금쪽같은 내새끼'를 선택한 2030대의 욕구는 무엇이었을까요? 방송에 나오는 가족과 일화를 보며, 누구나 겪었던 자신의 어린시절을 위로받는 것일거에요. 그것은 의문을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받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도 몰랐던 어느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와 비슷한 욕구를 충족하는 장르가 있어요. 바로, '동화' 입니다.
 동화의 사전적 정의는 '아동을 위한 문학' 이에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은 사실 성립되지 않는 말이죠. 하지만요, 모든 동화는 어른이 쓰잖아요? 모든 판타지에 현실의 이면이 있는 것처럼, 모든 동화에는 어른들의 의도가 들어갈 수 밖에 없을거에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어른동화'라는 서브 장르가 생겨나면서 꽤 두툼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장르로 동화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알음알음 퍼지고 있죠.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영화, <판의미로> 보셨나요? 아이가 공주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루는 동화같은 내용이지만, 현실적 배경은 전쟁 한복판, 그리고 질척이고 음습한 이미지들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실제로 공식 장르는 공포가 포함이 되어 있어요. 이 작품은 어른동화로 유명합니다. 주인공의 순수한 믿음과 암울한 현실배경, 그것들이 뒤바뀌며 이루어지는 씁쓸한 찬란함은 보는 관객에게 두가지 결말을 전달하죠. 이것은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 그러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요. 새드엔딩인데, 해피엔딩으로 믿고 싶어.
 우리는 아동으로 분류되는 성장시기를 한참 지났지만, 안정적이고 성숙한 어른은 아니에요. 늘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부분이 있죠. 결핍은 욕구를 야기합니다. 없는 것을 갖고 싶어하고, 믿지 않는 것을 믿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에요. 저는 사람들이 동화를 선택하는데 불안정한 결핍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의 결핍은 어린 시절에 있기 마련이거든요.
 어린 시절 봤던 이야기들을 다시 봤을 때 새롭게 보이던게 있지 않던가요? <아기공룡 둘리>를 보면 고길동 아저씨가 얼마나 참된 어른이지 보일거에요. <해리포터>를 보면 말포이가 그렇게 밉지 않을걸요? 이것은 앞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구분했던, 어린 시각과 어른 시각이 분리되었기 때문이죠. 또 다른 경우도 있어요. 이거 되게 슬픈 이야기구나,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나'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상처받은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순간들 말이에요.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이렇게 나도 모르는 결핍된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곤 합니다. 또, 급진적인 성장을 하기도 하고요. 처음 동화라는 문학이 나온 계기가 아이들의 훈육을 위한 것이었다죠? 물론 당시에는 아동 인권이 크게 자리잡고 있지 않았어서 거의 트라우마를 유발시키는 과격한 문학이었지만, 현대에는 '성장'이라는 본질적인 의도는 갖춘 채 철학적이고 세련되게 발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화를 하나의 장르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기에, 새롭게 동화라는 장르를 정의해볼까 해요. 동화는 아동을 위한 문학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정교하게는, 어른의 어린시절을 위한 장르라고 해보겠습니다. 모든 금쪽이의 오은영 박사님처럼요! 
이번 편지는 어떠셨나요?
저의 생각이 가득 담긴 편지인만큼, 여러분의 공감과 반대 의견을 받고 싶어요.
아니면 저의 생각이 궁금한 색다른 주제도 좋아요!
언제나 여러분들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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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끔 여러분들의 편지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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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U는 창작자와 연결, 협업, 시너지를 지향하며 'S.O.I'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O.I - Sea Of the Imagin'은 서로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커뮤니티입니다.
관련이 있는, 없는 분야지만 모두 모여 같이 작업을 하기도 하고, 스터디를 가지기도 하고, 여러 소통을 하면서 더 다양하고 도전적인 예술을 창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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