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용병의 개념에 대해 어떤 군사전문가는 "애매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애매함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ㄱ) 용병의 개념이 왜 애매한지 문의 드립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용병은 금전적 보수를 주요동기로서 특정의 분쟁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에 의해 고용된 병사를 말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비식민지화의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의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용병↗
ㅈ) 네. 위키에는 이렇게 씌어 있네요.
"용병(傭兵)은 분쟁과 관련 없는 외부인이지만,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군사 분쟁에 참여하는 사람을 말하며, 공식적인 군대의 일원이 아니다. 용병들은 정치적 이익보다는 금전 및 다른 형태의 보수를, 목적을 위해 싸운다."
ㅂ) 용병이 금전적 보수를 주요 동기로 한다면, 국민군의 주요 동기는 무엇일까? 가 정의되어야 할 것 같아요.
ㅈ) 나무위키는 용병을 고용군인이라고 정의하면서 "정규 혹은 계약직 공무원의 일종으로 직접 채용하는 모병제 혹은 징병제하에서 자원입대한 정규 군인은 용병이 아니다."라고 덧붙입니다. 개념상으로는 "국가주권의 수호"일 텐데 그 주권이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대의제에서 국가주권이 국민주권과 괴리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민군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국가주권 수호가 자신의 입대 목적이라고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ㅂ) 위키백과에서 '군인'을 찾아보았습니다.
“군인(軍人, 영어: military personnel)은 군대의 구성원으로서, 전투에 필요한 장비와 기본 기술을 갖추어 전쟁 또는 유사시에 대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부사관 및 병을 말한다.
현대에 군인은 3가지의 군인으로 육군, 해군, 공군과 같이 속한 군대의 역할에 따른 군종과 그 속에서 자신이 부여받은 역할인 병과를 갖는다. 또한 지휘 체계에 따른 계급을 부여 받는다. 계급은 크게 보아 장교, 부사관, 병사로 구분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법령으로 병과와 계급을 규정하고 있다.
제법에 의하여 이들은 군대의 지휘와 인도주의적 제약 하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적에 의해 신병이 확보되어 무장해제된 경우 포로로서 대우받을 권리를 가진다.”
용병은 군인일까요?
ㅈ) 맑스는 사회 내부에 계급 분화가 있고 분화된 계급 사이에 적대가 있어 그 적대를 중재한다는 명분으로 사회 위에 옹립된 가상 공동체가 국가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부르주아지 계급의 집행위원회로 기능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가상적으로는 공동체지만 실제로는 부르주아지의 집행위원회로 기능한다는 의미겠지요.
ㅂ) 제 생각에는 용병은 군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ㅈ) 국민주권이 가상적으로는 국민이라는 공동체의 주권이지만 실제로는 자본권력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국민국=인민군의 경우도 그 가상과 실제 사이에 심각한 균열이 놓여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ㄱ) 용병을 다룬 KBS 다큐에서는 민간업체 소속 용병들이 위법한 행위(고문 등)를 하더라도 군사재판에 회부될 수 없고 파견지 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 것이 (그래서 결국 불처벌 특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용병의 특수성 중 하나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KBS 다큐] ‘무장반란’ 러시아 바그너그룹은 누구? 베일에 싸인 ‘정쟁 용병’ 밀착다큐↗
ㅈ) 모병제 군대의 경우 군대라는 집단의 목적은 국가주권 수호이지만 군인 개개인의 목표는 금전적 보수의 획득이라는 용병의 목표와 접근해 가지 않나요?
ㄱ) [NEWS1] 2025년 병장 월급 200만원 목표...기재차관 軍 생활여건 개선 적극지원"↗
ㅂ) 성격을 규정하기 애매한 군사 조직으로 미국 독립전쟁 시기의 민병대도 있는 것 같습니다. 민간군사업체, 그러니까 용병 회사인 '블랙워터' 수장 프린스는 본인 회사의 기원을 미국의 민병대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ㅈ) ㄱ)님이 이도훈 님과 함께 번역한 <대테러전쟁주식회사>(솔로몬 휴즈, 갈무리,2016) 5장 용병 장 136쪽에서 마키아벨리는 용병의 문제점을 나열하고 그 대안으로 민병대를 제안하고 직접 민병대를 조직하려 한 적도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저자 솔로몬 휴즈가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인용해 썼다는 의미입니다. (주술이 좀 애매한 문장이 되어서) 마키아벨리의 민병대와는 달리 미국의 민병대는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에서 반란을 진압하는 반혁명군대로 등장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ㅂ) "프린스는 '용병'이라는 딱지와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부정적인 인식들과 싸우기 위해 설득용 이야기들을 준비해 두었다. 먼저 그는 내게 미국 독립혁명은 부유한 지주들이 양성한 민병대가 없었다면 실패했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프린스는 블랙워터가 국제 문제에서 하는 역할이 독립전쟁 때 프로이센의 폰 슈토이벤 남작과 폴란드의 코시치우슈코 장군, 프랑스의 로샹보 백작, 라파예트 후작이 했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들은 모두 아메리카 식민지의 비정규군이 훈련과 무장이 잘된 영국군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운 모험 군인 즉, 용병들이었다.”
『용병_전쟁 산업을 실행하는 그림자 전사들』 로버트 영 펠튼, 윤길순 옮김, 교양인, 2009↗
위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ㅈ) 하여튼 용병은 국가의 공식적 군사조직 외부에서 국가의 전쟁업무에 참여하도록 고용된 개인이나 집단을 지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계급적 관점에서 보면 국가 자체가 근대에 자본의 용병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국가는 공식적 자본조직이 아님에도 오늘날 스스로 집합자본가로 행동할 뿐만 아니라 (국가자본) 개별자본의 이익을 도모하는 집행위원회로서의 총자본(의 용병) 기능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용병 개념 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지점인데 용병 개념의 애매성은 이 근본적 지점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용병을 고용하는 국가 그 자체의 용병성이랄까요?
ㅂ) 네, 국가가 자본가들의 집행위원회로 기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국민군과 용병의 차이는 사실상 표면적인 차이일 뿐, 둘의 경계는 애매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자와 용병의 관계'는 어떨까요?
ㅈ) 흔히 다뤄지는 프레임은 '민간군사기업=용병'이라는 틀이지만 국가군사기업도 용병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전쟁 범주, 전쟁 개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전쟁을 군사적 측면에서만 이해하면 노동자는 직접적으로 전쟁이나 용병과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계급 전쟁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노동자를 '산업 역군'으로 칭했던 적이 있던 게 떠오르네요. 경제적 의미에서의 자본의 축적과 확대재생산은 정치적 의미에서는 자본 지배의 확대재생산이지요.
ㅂ) 군인과 노동자가 AI 기술 속에서 그야말로 한 몸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사 같아요.
[경북매일] 군 장병들, 산업 역군 전환 ‘한 뜻’↗
ㄱ) 아까 말한 다큐를 또 참조하면 노동자들이 낸 세금이 용병기업들에게 지급됩니다.
ㅈ) 그것이 지배-피지배인 한 전쟁 개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산업전쟁은 자본이 수행하는 내전의 핵심적 전선일 것입니다. 축적의 승리=자본의 지배는 노동자의 복종, 생산투쟁 즉 산업역군화 없이는 불가능하잖아요? 군복을 입었느냐 작업복을 입었느냐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에 차이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본 지배의 용병으로 동원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파업은 (자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배신행동이겠지요.
ㅂ) 네, '우리 시대의 전쟁'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