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과 축구선수 중 무얼 택하실 건가요?

축구장에 들어섰다면 부디 축구선수가 됩시길.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최근 만났던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자기 회사는 CEO가 대주주인 모 회사에서 내려와서 은퇴하기 전에 쉬었다 가는 회사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업을 하는 위험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CEO 밑의 임원들은 자신의 임기를 연장해야 하니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하며 일명 ‘광'을 내려는 욕심에 차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사업구조가 안정적이고 노조가 강한 입김을 작용하고 있어서 조직구성원들은 결국 일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회사의 구성원들은 마치 축구장의 축구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구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축구공은 여기저기 튀어다닙니다. 감독과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이 선수, 저 선수의 발과 머리로 옮겨 다닙니다. 축구공에게 의지는 없습니다. 그저 축구공을 이용해 골을 넣으려는 선수와 감독의 의지만 있을 뿐이죠. 

그렇다고 축구공이 의미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축구공이 축구장 밖으로 나가면 금세 다시 들고 들어와서 스로인(throw-in)을 합니다. 90분 내내 감독과 선수 그리고 관중의 눈은 축구공을 향해 있습니다. 아무도 축구공을 축구장 밖으로 떠나게 할 수 없습니다. 축구공 없는 축구장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축구공은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축구장 안에 안전하게 머물러 있게 됩니다.

하지만 9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어떤가요? 

아무도 축구공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축구 선수를 기억합니다. 그 공을 차고, 몰고, 쫓아다녔던 열정적인 공격수와 수비수를 기억합니다. 그 공을 온몸으로 막아낸 골키퍼를 기억합니다. 그 공을 향해 어떻게 선수들을 움직이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감독을 기억합니다. 

축구공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크기가 작아지지도 않지만 커지지도 않습니다. 공의 탄성과 내구성이 좋아지긴 합니다. 하지만 축구공 자신을 위한 일은 아닙니다. 축구공을 차는 선수들을 위해서 변화할 뿐입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는 성장합니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정확하게 공을 차기 위해 노력하고 빨라지고 달라집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장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커집니다. 한국의 축구선수가 성장하면 일본이나 유럽과 같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님도 그러시겠지만 저도 회사에 다닐 때 힘든 시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힘든 시기는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에 내가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축구선수가 아닌 ‘축구공'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치이고 있었기 때문이죠. 

일이 아무리 많고 복잡해도 나의 의도와 계획이 담긴 일은 힘들지 않습니다. 내 머릿속에 계획이 다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쉽고 간단한 일도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면 힘들어집니다.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의 의도와 생각이 담기지 않은 일은 흥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혀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축구공이 아닌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일에 제 의도를 담는 것이었습니다. 

상사가 시킨 일이라고 해도 모든 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일의 목적을 파악하고 거기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담습니다. 목적에 맞는다면 선배들에게 지시받은 것과 다른 일의 방식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디어만 나와 있는 일에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일에 내 이름표를 붙이듯이 그렇게 일에 내 생각을 담았습니다. 

그러자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고 일을 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할 수 있으니 재미있고, 내가 잘 아는 일이니 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일에 내 생각을 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축구장에서 축구선수가 되는 길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주는 일만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남들이 함께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내가 내 일에 생각을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축구장 밖에는 조명도 관중도 없기 때문이죠. 

축구공은 누가 발로 차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발길질에 움직이는 축구공이 될 것인지, 힘껏 발을 내딛는 축구선수가 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뭐, 아시다시피 저는 축구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님은 축구장에서 축구공이 될 건가요? 축구선수가 되실 건가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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