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7시에 도착하는 Achim 영감 🍊

모든 아름다움의 뒤에는 사람이 있어요

가끔 일하다 창밖을 내려다봅니다. 새로운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에요. 무거운 철근이 옮겨지고, 두꺼운 벽이 세워지고, 바닥에 파이프가 촘촘히 깔리면 시멘트를 붓습니다. 날마다 높아지는 건물을 보고 있으면 ‘내가 사는 집이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싶어 참 신기한데요.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이 뒤에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움직이고 있어요. 보이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가끔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모든 것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누군가의 시간, 노동,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데 말이죠. 

현장을 좋아합니다. 촬영 현장, 생산 현장, 인쇄 현장, 작업 현장 등. 각자 역할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숭고한 마음이 들고, 애틋함이 피어납니다. 누군가의 고민이 담긴 작업 일지, 메이킹 스토리와 비하인드 신이 궁금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요즘은 SNS를 통해 뒤에 있던 사람들이 직접 앞으로 나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콘텐츠의 완성도를 떠나 순수한 마음이 담긴 메시지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요. 숨길 것 없어요. 사람의 이야기는 솔직할수록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뒷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Morning Behind
Arcade Fire and Owen Pallett
Making of “Share Your Gifts” 2018

영화 'Her(2013)'을 정말 좋아합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다시 봐요. 사랑이 해진 마음을 깁고, 외로움을 달래며 상처를 치료하는 영화. 보고 나면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장면을 따라 흐르는 음악도 너무 아름다워요. 그중 영화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Dimension’이라는 곡을 참 좋아합니다. ‘설렘’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딱 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캐나다 출신 인디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와, 작곡가 오웬 팔렛(Owen Pallett)이 작업했습니다. 종종 유튜브로 음악을 찾아 듣는데, 알고리즘의 안내로 이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Dimension’의 녹음 장면입니다. 조용한 가운데 연주자들이 숨죽이고 있다가, 하나씩 소리를 내며 음률을 완성하는 과정이 담겨있어요. 볼 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영화의 감동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 주인공과 함께 마음이 멎었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비슷한 전율을 느꼈던 다른 사례를 하나 더 공유할게요. 2018년 겨울, Apple이 소개한 연말 광고입니다. 빌리 아이리시(Billie Eilish)가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되었죠. ‘Come Out and Play’의 뮤직비디오 메이킹 영상은 정말 볼만합니다. 주인공의 표정, 한 올 한 올 움직이는 머리카락, 가게에 걸려있는 네온사인 디테일까지. 오밀조밀한 세트를 보는 재미가 꽤 큰데요. 이 세트를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메이킹 영상을 보기 전 까진 당연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부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 이 아름다운 세트가 촬영 후 철거되지 않았기를, 어딘가에 전시되어 있기를 영상을 보는 내내 간절히 바랐습니다.

Morning Recipe
Summer Salad

오랜만에 소개하는 레시피입니다. 제철 채소와 과일로 만든 여름 맛 샐러드! 얼마나 맛이 좋은지 이번 주에만 두 번을 만들었어요.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맛이에요. 제철 재료를 써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여름 샐러드지만 불은 사용합니다. 뜨꺼운 열기가 식은, 여름밤 메뉴로 추천해요. 내추럴 와인과도 잘 어울릴 메뉴거든요. 조금 넉넉히 만들었다가 냉장고에 넣어 둔 뒤 다음 날 아침으로 먹어도 좋겠습니다.

재료
감자 한 알, 찐 옥수수 한 개, 양파 ¼ 쪽, 아스파라거스 두 개, 딱딱한 복숭아 한 개, 삶은 달걀 한 개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한 꼬집씩, 레몬즙 조금, 허브 믹스 (오레가노나 파슬리 등 가지고 있는 허브 사용) 

방법
1. 옥수수를 미리 쪄 둡니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감자와 양파를 볶아줍니다.
3. 양파가 투명해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아스파라거스와 복숭아를 넣습니다.
4. 이어서 옥수수 알을 떼어 팬에 넣고 소금과 후추 그리고 허브로 간합니다.
5. 감자가 투명해질 때까지 잘 볶다가 마지막으로 레몬즙을 뿌립니다. 
6. 그릇에 옮겨 담고 삶은 달걀을 올립니다. 
7. 깜빠뉴, 치아바타 등 담백한 식사 빵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Morning Story
Achim Vol.17 Yoga
Vol.17 Yoga을 만들며 감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꼭 공유하고 싶었어요. 매거진부터 콜라보 그리고 밑업까지 이어지는 메이킹 스토리입니다. 글이 다소 진지하고 깁니다. 저의 상상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일영모'는 일요일 아침 식사를 하며, 혹은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읽으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딱 그 마음으로 가볍게 봐주세요. 그럼 시작해볼게요!

/ Magazine
주제부터 너무나 아침스러웠다. 언젠가 꼭 다루고 싶어 아껴왔는데 16호 제작을 마치고 다음 주제를 생각하다 그냥 지금 해야겠다 싶었다. 사실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런 건 있었다. 아침 독자들과 삼삼오오 모여 요가를 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브랜드와 굿즈도 만들고. 주제와 엮어 펼쳐낼 수 있는 풍성한 재밋거리.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비기닝 레터'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제자리걸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요가에 대한 마음을 어디서부터 풀면 좋을지 고민이 길어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속도가 잘 나지 않아 잠시 덮어두고, 인터뷰이와 에세이스트 섭외를 시작했다. 두 콘텐츠를 많이 아낀다. 타인의 시선으로 주제를 풀어 글의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 화자가 한 명이면 같은 메시지가 반복되거나 치우칠 수 있다. 다행이 유튜브 <요가소년> 채널을 운영하는 지훈 님과, 책 <요르가즘> 저자 혜원 님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

/ Interview
<요가소년> 채널은 혼자 하는 수련을 즐기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나는 오랫동안 NTC(Nike Training Club) 앱으로 수련하고 있지만, 종종 다른 시퀀스가 궁금할 때 즐겨 보는 채널이다. 컨디션에 맞춰 무리하지 않게 지도해 주신다. 시간과 상황에 맞게 영상을 골라 보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지훈 님의 차분한 목소리는 아사나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외국에 거주하신다고 알고 있어 서면 인터뷰를 준비했는데, 잠시 한국에 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와, 운명인가! (아침을 만들 때 상황이 잘 들어맞으면 과하게 기뻐하고 흥분한다). 선뜻 제안을 수락해 주셔서 너무 기뻤다.

"네, 일정 잘 맞춰서 인터뷰 진행하시죠.
'매일 아침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여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인터뷰는 너무 좋았다. 분량이 넘쳐 싣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데, 가끔 녹음 파일을 들으며 그때를 떠올린다. 콘텐츠 만드는 자의 기쁨이다. 날 것의 생각이 마구 오가는 현장을 관통하고, 생생한 언어를 수집해 독자분들께 전달하는 것. 이건 정말 특권이다.

/ Cereal - Seereal + Collaboration
매거진 아침의 시그니처 콘텐츠인 'Cereal - Seereal' 코너를 '애드버토리얼'로 판매했다. 1호부터 지금까지 시리얼 콘텐츠를 만들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소개하는 시리얼이 대부분 해외 직구로 구매한 것이라 독자분들이 쉽게 맛보기 어렵다는 점이었는데 드디어 같이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연락 주신 브랜드는 북유럽 식품 전문 유통 회사 스칸딕 프라자다. 대구 알 소스 칼레스(Kalles)부터, 귀리 음료 오틀리(Oatly), 그리고 뮤즐리 브랜드 악사(AXA)등 다양한 생활 건강식을 유통하고 있다. 악사는 뮤즐리를 ‘아침 식사’로 포지셔닝하려는 니즈가 있었고, 매거진 아침과의 협업으로 잠재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했다. 

5월 12일. 뚝섬역 블루보틀에서 첫 미팅을 가졌다. 상품이 나오기까지 약 2개월 동안 촘촘히 소통하며 콘텐츠와 굿즈를 만들었다. 매거진 아침이 콜라보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브랜드 경험 확장'. 2D 지면에 담긴 사진과 글을 넘어 오감으로 브랜드를 느끼는 것. 독자분들의 아침 식탁에 놓일 보울과 뮤즐리를 상상하며 작업했다. 협업에 있어 조심하고, 계속해서 점검했던 점은 '우리의 만남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였다. 독자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신다. 아침스러운지 억지스러운지.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준비한 수량은 일주일 만에 완판 되었다. 

솔직히 적지 않은 수량이라 마음 졸였던 게 사실. 마진은 한 자릿수에 그치더라도 완판이 목표였기 때문에 '매거진 + 뮤즐리 볼 + 뮤즐리' 세트를 2만 9천 원으로 정한 가격 정책이 잘 기능했다. 굿즈 기획, 디자인, 제작, 포장, 물류, 배송, CS 관리 등 일련의 과정을 한 판에 경험한 것도 의미가 있다. 부모님과 하루 종일 그릇을 쌌다. 뽁뽁이를 자르고 박스를 만들고 완충재를 넣고. 쉽진 않았지만 '다음에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몇 가지 있다. 몸으로 익힌 노하우.다시 써먹을 기회를 꼭 다시 만들어봐야지. 한 가지 속 시원한 게 있다면 꽤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던 인쇄 불량 포스터와 매거진을 완충재로 쓰면서 꽤 많이 소진했다는 점이다. 눈앞의 재고는 너무나 괴롭다. 어떻게든 쓰임을 찾아 줄여가는 재미가 있다.

협업은 힘들다. 사람간의 일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만 잘 돼도 좋은 성과를 예견해 볼 수 있는데, 매거진 아침을 회사일과 병행하는 것이 일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실수를 만들지 않도록 주의했다. 담당자가 출근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아침 7시 전에 회신을 남겨 놓았다. 몇 주간 메일을 주고받으니 프로젝트의 끝이 보였다. 정산까지 마무리되고 마지막 메일을 쓰는데 담당자님과 꽤 정이 들었더라. 그리고 고마운 답장을 받았다.

"막상 정산 때가 되니 아쉽네요. 제가 회사에 들어와 처음 주도적으로 한 프로젝트이기도 해서 더욱 애착이 가는 듯합니다. 매거진 아침과 함께였기에 완판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논의부터 제작, 정산까지 많은 신경 써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Meet Up and Goods
처음부터 요가 모임을 고려하며 17호를 준비했다. 덕분에 기획은 매거진이 나오기 전부터 부지런히 시작했다. 공간을 물색하다 밑미가 떠올랐다. 장소 제공이 가능한지 메일을 드렸는데 일사천리로 오프라인 프로그램까지 만들게 됐다. 성수동 밑미 홈에서 7-8월에 네 분의 선생님과 함께 하는 요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금은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7월 11일 모임 후 나머지 클래스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외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 AOY와 만든 요가 티셔츠와 가방이다. 여름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32수 면 반팔티와 소지품을 가볍게 넣을 수 있는 스트링 백 유형의 백팩을 만들었다. 티셔츠와 가방에 각각 귀여운 오렌지색 해님을 넣었다. 남은 밑업과 굿즈 판매까지 끝나면 17호 관련 활동은 모두 마무리된다. 5월부터 달려온 여정의 끝이 보인다. 잠시 쉬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다음을 잘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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