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라는 새로운 회사의 등장
2021.10.29 | 377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특파원 입니다
여러분이 잠든 사이,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바꿨어요. '메타'라는 이름이네요.

(메타콘이 아니에요 😅)

왜? 바꿨을까요? 마크 저커버그 CEO의 설명을 들어볼게요.

"(페이스북이라는) 지금의 브랜드는 (페이스북이라는) 제품에 너무 강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라는) 브랜드를 쓰면 우리의 미래를 설명할 수가 없어요. 저는 사람들이 앞으로는 우리를 메타버스 기업으로 봐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브랜드 정체성도 그러한 우리의 미래와 연결시키고 싶어요."


(한 마디로 미래지향적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는 건데요)

특히 최근 미국 언론들이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의 포화를 쏟아붓고 있었죠. 이런 와중에 나온 회사 이름 변경이라는 카드는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페이스북이 이름을 바꾼 이유?

  1. 이유#1. 무시하지 마라 메타버스 
  2. 이유#2. 비판 피하기?
  3. 이유#3. 페이스북 현지 분위기 쇄신
  4. (의견) 페이스북의 미래
    무시해서는 안되는 페이스북의 발표    
    가상현실 생태계가 급성장 중이다

    오지미디어의 CEO 카를로스 왓슨(우)

    페이스북은 한국시간 10월 29일 새벽 2시 경에 페이스북 커넥트라는 이벤트를 열고 다양한 발표들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대단하다 싶은 발표들도 많았는데요. 요약해 볼게요. (참고 : 저커버그의 발표영상)

    •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당장 바꾼다
    • 2022년부터 '오큘러스'라는 가상현실 제품 브랜드 이름도 '메타'로 바꾼다
    • 전설적 게임 'GTA 산안드레아스'를 메타버스 버전으로 내놓는다 (!!!)
    •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2를 쓰고 작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확장한다
      (현재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파이크 등이 가능 추가 : 드롭박스, 먼데이닷컴, 슬랙, 플루토TV 등)
    • 개발자들이 가상현실 인터액션 컨텐츠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SDK를 공개한다
    • 개발자들이 가상현실 음성 컨텐츠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SDK를 공개한다
    • 메타버스 교육을 위한 1800억 원 가량의 펀드를 조성한다
    • 증강현실 교육을 위한 무료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 사진 같은 화질의 3차원 아바타를 개발 중이다
    • 손과 몸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증강현실 기술을 만들었다
    • 완전히 신 개념의 가상현실 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아래 사진)


    특히 이 중에서도 저는 GTA 산 안드레아스 (GTA San Andreas)라는 게임이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온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이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해 보았던 저로서는 페이스북이 만드는 새로운 헤드셋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기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네요. 아. 이 게임이 어떤 거냐고요? 폭력성이 있는 게임이긴 한데요. 미국 서부에서 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 수 있는 게임이에요. 이 게임 타이틀이 가상현실  세계 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가상현실의 미래가 확 바뀔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저처럼 흥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은 아닐 거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흥분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컨텐츠들이 GTA 산안드레아스가 끝은 아닐 거거든요.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GTA 산안드레아스 게임

    저는 발표를 보면서 또 한 가지 무서웠던 대목이 있었어요. 바로 현재 전 세계에서 오큘러스 가상현실 제품에서 플레이 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드는 개발자가 60만명이라는 발표내용이었는데요. 아이폰이 발표되고 난 이후 모바일 앱 개발자들이 증가하는 것과 유사하게 빨리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특히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사용자들이 얼마나 급격하게 늘어나는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성장을 지켜 본 저커버그 CEO는 회사의 미래를 여기에 걸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않았을까 짐작해 봐요. 그만큼 가상현실 컨텐츠 제작자와 가상현실 컨텐츠 소비자 사이의 생태계가 엄청나게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봐요. 
     페이스북에 가해지는 비판 피하기?  
    (글쎄, 과연 그럴까요?)
    페이스북은 최근 미국 언론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어요. 그 언론들이 전 세계적으로 신뢰 받는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CNN, AP통신, 블룸버그 같은 곳들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이 받는 압박은 매우 큰 상태이죠. 특히 17개 언론사가 페이스북을 비판하기 위한 동맹을 맺은 상태에요.   


    비판이 시작된 것은 '하우겐'이라는 내부고발자의 페이스북 내부보고서 유출사건이었는데요. (지난 미라클레터 참고) 아래는 그가 유출한 페이스북 내부보고서와 페이스북의 이후 조치 내용들의 일부에요.

    • (직원) "인스타그램은 10대 여성에게 특히 해로운 걸로 나타났어요.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영진) ..... (묵묵)
    • (직원) "저기 폭력성 높은 페이스북 그룹 사용자들이 있는데, 저 사람들 미국 대선 직후에 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경영진) ..... (묵묵)
    • (직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가짜 정보들이 엄청나게 돌아다녀요. 그리고 특정 집단들이 이걸 퍼나르고 있어요. 이거 그냥 놔두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경영진) ...(묵묵)
    • (직원) "에티오피아의 악랄한 군사 세력이 페이스북으로 자금을 모으고 무력 충돌을 조장하고 있어요. 이거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경영진) ....(묵묵)
    • (직원) "베트남 공산당이 '반정부 인사들을 검열하라'는 요구를 해 오는데 어떡할까요? 이런 요청은 받아들이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경영진) .....그냥 수용하시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페이스북의 경영진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거에요.

    1. 결심했어. 사회를 바로 잡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서자. 사람들에게 해로운 가짜뉴스와 폭력조장 글들과 싸워 나가자.

    2. 결심했어. 가짜뉴스와 폭력조장 글들 삭제하면 자꾸 정치권에 있는 힘 쎈 사람들이 우리를 압박할거야. 우리는 그냥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기업의 원래 목적인 '돈'을 벌었으면 좋겠어. 그런 건 나중에 신경쓰자.

    위의 판단 중에서 마크 저커버그 CEO는 2번을 고른 거라 할 수 있겠죠. 회사를 메타버스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도 그런 결심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거고요. 이런 비판을 비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꾼 것 아니냐? 회피 수단 아니냐? 이런 추측도 있는 것이 사실이죠. 이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페이스북 내부 직원들의 현지 분위기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이유?
    저는 최근 전직 현직 페이스북 직원 분들을 몇 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모두 실명을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하셨고, 그 분들과 나눈 대화 내용은 모두 비보도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화 내용을 말씀드리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달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분위기는 한마디로,

    '상당히 우울하다😞'

    에요. 전체적으로 굉장히 조직이 침울한 분위기이고요. 앞으로 다가 올 미국 언론들의 추가적인 공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경영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해요. (기사)

    그리고 한편에서는 '미국 언론들 정말 너무 한 것 아니냐' 라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저커버그와 비교적 가깝게 일한 전직 페이스북 직원 한 분은 딱 한 마디 아래 코멘트를 보도해도 된다고 하셨는데요. 그 분은 이렇게 말했어요.

    (마크 저커버그는 악하지 않아요.)

    미국 언론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저커버그는 악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데요. (여기서부터 저의 생각이에요) 저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돈을 바라는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저는 그가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혁신하는 사람' 인거죠. 그는 자신의 직업을 사회에 올바르고 건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인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나 그가 만든 제품이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죠. 여기에서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스북 회사 차원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큰 문제는 페이스북의 내부 직원들 사이의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거에요. (이탈하거나 퇴사하는 사람들의 발생) 그리고 더 문제는 우수한 외부 인재들이 페이스북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인재가 끊임없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는데, 사람이 나가기만 하고, 우수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한다면 회사는 어느새 썩어버리기 시작할 거에요. 그래서 회사를 쇄신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래서 회사 이름을 바꾼 것이고요, 그래서 이름을 바꾼 이유도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한 거라고 저는 봐요. 기업은 미래를 먹고 사는데, 미래가 없는 기업이라면 사람들이 동참하려 하지 않을 테니까요.   

    마크 저커버그는 오늘 열린 이벤트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이처럼 그런 미래의 비전을 만드는 방향으로 달려간다고 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죠. 왜냐하면 미국 주류 언론들은 계속 이런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페이스북은 신문과 방송을 대체하는 뉴스의 소비 유통 경로로 자리 잡았잖아. 기존의 언론사들 중에는 페이스북 때문에 망할 위기에 처한 곳들도 많아. 그런데, 그렇게 언론 산업을 뒤흔들어 놨으면, 언론 산업의 기본적 책임은 다해야 할 것 아냐. 왜 돈은 다 벌어가고, 책임은 다하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페이스북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 드려 볼까요?  

    페이스북의 미래? 
    미라클레터 주관적 예측

    예측 첫 번째: 마크 저커버그 CEO는 절대로 페이스북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을 거에요. 비록 미국 언론들이 그에게 "당신은 언론사를 경영할 자격이 없어! 내려와!" 라고 공격하더라도 말이죠. 

    이유는: 저커버그 CEO 스스로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메타버스 사업을 통해 저커버그 CEO는 애플(iOS) 구글(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윈도우) 등과 같은 플랫폼을 성공시키고 싶어해요. 

    기자 너 뇌피셜 아냐? 노노놉! 오늘 더인포메이션이라는 영문매체(유료)에서 저커버그 인터뷰를 했는데, 여기서도 저커버그가 말했어요. "CEO에서 내려가는 일을 심각하게 아직은 생각해 본 일이 없다"라고요.


    예측 두 번째: 페이스북은 구글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가상현실을 하는 회사 '메타'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비해 더 상위에 둘 것 같아요. 

    이유는: 저커버그 CEO는 가상현실이 제 2의 인터넷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은 하나의 앱 일 뿐이지만, 가상현실은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보는 거죠. 가상현실 사업부문이 지금은 페이스북 매출의 5%도 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이 사업이 더 커질 거라고 보고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거에요. 

    기자 너 뇌피셜 아냐? 노노놉! 오늘 더버지이라는 영문매체(무료)에서 저커버그 인터뷰를 했는데, 저커버그 CEO는 "당장은 조직 변화는 만들 생각이 없다"라고 했지만, 회사를 "페이스북 퍼스트에서 메타버스 퍼스트로 바꿀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예측 세 번째: 페이스북은 아주 오랫동안 페이스북-인스타그램-오큘러스 등의 서로 다른 제품들을 분사시키거나 쪼개어서 팔지 않을 거에요.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개인에 대한 데이터가 많은 곳이 페이스북인데요. 이걸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에요. 

    기자 너 뇌피셜 아냐? 노노놉! 오늘 더퍽이라는 영문매체(유료)에서 저커버그 인터뷰를 했는데, 저커버그 CEO는 "새로운 인터넷 시대에 기존의 페이스북이라는 회사가 참여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어요. 



    페이스북은 이제 오늘 부로 '메타'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바꾸었어요. 쇄신과 함께 미래지향적으로 나가겠다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지, 주가는 1.5% 가량 올랐네요.

    (실리콘밸리에 이미 바꿔버린 페이스북 간판 모습이에요. 위가 원래 모습이고, 아래는 오늘 아침에 바꾼 간판이네요.) 

    페이스북의 쇄신은 과연 진정한 쇄신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어요.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씹어먹는다." 
    (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아침이면 얼마나 배가 고픈가요. 그런데 기업의 문화가 기업의 전략을 아침 먹어치우듯이 씹어삼킨다는 거에요.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해 보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사명도 바꾸고 기묘한 전략을 써 보게 되지요. 하지만 문화가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무효하다는 이야기에요. 

    페이스북의 조직이 공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언론 기관과 같은 문화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해커와 같은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면, 메타버스는 비록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회적 비난은 계속 피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개인적 생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미라클레터에서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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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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