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산불ㆍ호우 더 잦아질 것” 보험료 조정 나선 보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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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3. 오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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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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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보험사들 기후변화 연구
2017년 미국 남부 해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텍사스주 휴스턴이 물에 잠긴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5월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인근 마을 거의 전체를 태웠다. 주민 10만명이 긴급 대피하고 30억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를 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은 것은 주민만이 아니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보험회사 아비바는 산불이 주택가로 번질 위험을 극도로 낮게 평가했다가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 이 사건에서 아비바가 얻은 결론은 앞으로 비슷한 대형 산불이 더욱 더 잦아질 것이며, 그 원인 중 하나는 지구온난화 즉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아비바는 2016년 이래 위험 판단 모델을 재조정, 캐나다의 주택 보험료를 약 6% 인상했다.

아비바뿐이 아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각종 재난에 위기감을 느낀 보험사들이 기후변화 연구에 팔을 걷어붙이며 가격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한 해는 대형 열대성 저기압과 산불 등으로 세계 보험업계에는 최악의 한 해였다. 고객에게 전세계적으로 대략 1,440억달러(약 160조원)를 지불해야 했다. 개별 자연재해를 기후변화와 연결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기후변화와 재난의 연관성을 보여준다고 과학자들은 진단한다. 대형 재난이 일상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보험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강수량의 증가다. 세계적 재보험사 스위스리(스위스재보험)의 대기 재난 전문가 마를라 슈바르츠는 “온도가 오르면서 허리케인이 점점 더 많은 강우를 유발하고 있다”며 2017년 미국 텍사스에 최대 1,539㎜ 비를 뿌리고 휴스턴을 물에 잠기게 만든 허리케인 ‘하비’를 예로 들었다. 뮤닉리(뮌헨재보험) 역시 21세기 들어 중ㆍ남부 유럽에 대형 우박이 자주 쏟아지며 역사상 전례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리 등은 강수량이 급증한 최근 25년간의 기록을 토대로 재난 위험 진단 모델을 재편성했다.

물론 당장 보험료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보험업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재산보험이나 재보험은 대부분 1년 계약이기 때문에 장기추세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뮤닉리의 토르스텐 예보레크 최고경영자는 WSJ에 “이제 보험사들 가운데 ‘기후변화’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기업은 없다. 질문은 ‘우리 정책을 어떻게 바꾸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재보험사를 계열사로 운영 중인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역시 “지금 30년 계약을 한다 치면 기후변화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2016년 캐나다 앨버타주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긴급 대피하던 포트맥머리 주민들의 차량이 긴 줄을 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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