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31일 오픈했습니다.
💌 오픈 68일차 💌

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묘점원입니다.


지난 1월 24일 마지막 설 연휴, 기록적 한파를 기록한 날 빈 소년합창단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만났던 빈 소년들을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요. 


빈 소년들에 대한 저의 애정은 구독자님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클래식 음악에 입문한 것도 이 소년들 덕분이었구요. 다시 만난 빈 소년들의 ‘들장미’는 여전히 변함없이 아름다웠어요, 아베마리아를 들을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구요.


천사들의 음악은 그대로지만, 소년들은 훌쩍 자랐습니다. 3년 전 장난꾸러기 막내였던 한 소년은 키가 저만큼 자라 점잖게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했고요. 이제 변성기가 오고 졸업을 앞둔 친구도 있지만, 이 소년들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습니다. 구독자님 아시나요? 이 소년들의 음악이 더욱 귀한 건, 다시 오지 않을 ‘찰나의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가장 순수한 시절을 공연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담당자로서도 특별한 시간인데요. 


천사들의 노래는 이번 주 내내 전국에서 울려 퍼질 예정이니, 순수함을 되찾고 싶은 분이라면 꼭 만나러 오세요. 빈 소년과 함께한 후기는 다시 전하도록 할게요!

쇼팽과 상드의 잘린 이중초상화를 현대 기법으로 복원한 그림. (들라크루아)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에 얽힌 소심했던 쇼팽의 첫사랑 스토리에 이어 오늘은 작곡가 쇼팽의 작품과 사랑 이야기 2탄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바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2 & 3번, 그리고 쇼팽의 끝사랑 조르주 상드와의 러브 스토리를 오늘의 소식으로 들려 드릴게요.


우선 쇼팽의 영혼의 동반자 혹은 일생일대의 연인이라고도 불리는 조르주 상드에 대해 알아볼까요? 조르주 상드는 당시 낭만주의 시대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소설가입니다. 본명은 아망틴 오로르 루실 뒤팽, 하지만 필명으로는 조르주(=조지)라는 남자 이름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에 종종 있던 일이라고 하네요. 여성 작가를 우습게 알던 당시 조르주 상드는 바지를 입고 남장을 하며, 담배를 물고 문학 살롱에 드나들었다고도 하고요.


이처럼 상드는 시대를 앞서간 자유분방한 여인이었고, 남자관계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18세에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지만 이혼했고, 시인 뮈세, 카르멘의 원작자 메리메, 이외에도 여러 남자와 연인 관계였다고 해요. 상드 그녀는 마성의 여인? 


하지만 조르주 상드를 거쳐간 수많은 남자 중에, 가장 유명한 건 쇼팽과의 이야기일 텐데요. 쇼팽은 1836년, 리스트의 연인인 마리 다구 백작 부인의 살롱에서 상드를 처음으로 만나 사랑에 빠졌고 무려 9년간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상드는 본인보다 6살이 어린 쇼팽과의 관계에서 헌신적이고 모성애적인 면모를 보여줬고, 쇼팽은 상드와의 관계에서 행복과 영감을 얻었습니다. 


쇼팽 피아노 음악의 정점에 올라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피아노 소나타 2번과 3번도 바로 이 상드와 사랑에 빠져 있던 시기에 작곡되었죠. 상드와 마요르카에 머물던 시기에는 24개의 전주곡을, 노앙으로 거쳐를 옮겨온 시절에는 소나타 2 & 3번을 완성했으니, 상드와 함께 한 시기를 쇼팽의 창작적 전성기라고 봐도 되겠죠? 


1939년에 완성된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지독하리만치 비극적인 작품입니다. 아마도 쇼팽이 상드를 만나기 전 연인이었던 마리아 보진스카와 이별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의 감정과 상처가 남아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감정적,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도 매우 혁신적인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를 비롯해 현대의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많이 연주하는 인기곡입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844년에 완성된 소나타 3번은 쇼팽 특유의 피아니즘과 비르투오소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곡으로, 엄청난 힘과 테크닉을 요구하는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특히 대위법이나 고전 양식을 충실하게 구사함과 동시에, 낭만주의적인 표현과 새로운 구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죠. 

솔랑주 뒤드방. 조르주 상드의 딸. 폴란드 국립 쇼팽 협회 소장. [사진 Wikimedia Commons]

하지만 쇼팽이 그의 기념비적인 걸작인 소나타 2, 3번을 남기게 해 준 상드와의 관계 또한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이유가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쇼팽이 상드의 딸인 솔랑주를 대하는 태도가 계기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쇼팽과 솔랑주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쇼팽이 솔랑주를 사랑했다는 이야기, 혹은 솔랑주 부부와 상드가 금전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던 중 솔랑주가 쇼팽에게 마차를 빌려달라고 했고, 이러한 정황을 몰랐던 쇼팽이 솔랑주에게 마차를 빌려주라고 하자 쇼팽이 솔랑주 편에 섰다고 생각해 배신감을 느낀 상드가 쇼팽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죠.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휴 그랜트가 쇼팽으로 출연한 <쇼팽의 연인(원제: Impromptu-즉흥곡)>(1991. 영국)과 소피 마르소가 솔랑주로 나온 <쇼팽의 푸른 노트(원제: Blue Note-푸른 노트)>(1991. 프랑스)가 있습니다. 쇼팽의 연인은 ‘조르주 상드’에, 쇼팽의 푸른 노트는 ‘솔랑주’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쇼팽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 


그리고 오늘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셨다면, 2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이 두 곡을 모두 만나보실 수 있다는 소식까지 살포시 놓고 갑니다. (속닥속닥) 

지난주, 민족 대명절인 설날을 맞이했는데요. 설 연휴를 보내고서야 ‘2023’이라는 숫자가 겨우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흘 동안 이어진 소듕한 설날 연휴! 잡화점 점원들은 이렇게 다양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겹치는 것 하나 없는 4인 4색의 연휴를 보냈는데요 😆 구독자님은 무얼 하며 설날 연휴를 만끽하셨나요?

묘점원 : 요즘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가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했습니다. 더현대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만화책의 재주문이 계속되고 있다죠?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본 [슬램덩크]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저로선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은 과거 인기 시리즈의 재소환이 아니라,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지난 26년간 세월을 통해 성숙해지며 깨달은 인생의 이면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특히,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일본 록밴드 The BirthdayLOVE ROCKETS이 나오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탑건의 오프닝처럼 두근거리더군요. 참고로 그룹 The Birthday의 치바 유스케는 영화의 배경처럼 가마쿠라에서 자랐다고 해요. 또한 일본 록밴드 10-FEET가 부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제가 ‘Dai Zero Kan (제ZERO감)’의 뜻은 오감을 제외한 0번째 감각을 말한다고 하네요. ‘왼손은 거둘 뿐’이라는 명대사와 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나요? 감동에 못이어 덕질을 하다 보니 저는 치바 유스케의 명곡도 하나 발견했답니다.


혬점원 : 저는 설 연휴 얼마 전 생일을 맞이해, 잡화점을 통해 소개해드렸던 서점 리스본&포르투에서 생일책을 구매했는데요. 제 생일책의 정체는 스페인 작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소설 「구르브 연락 없다」였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구르브와 함께 지구에 착륙한 외계인으로, 먼저 탐사에 나섰다가 연락이 두절된 구르브를 찾아 나섭니다. 외계인의 눈에 비친 지구의 낯선 대도시, 바르셀로나를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이 소설은 분 단위로 기록된 ‘나’의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형식과 외계인의 좌충우돌 우당탕탕 지구 적응기라는 재미있는 소재가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랜덤박스의 재미란 이런걸까요?! 덕분에 새로운 작가와 책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을 구독자님과 함께 나눠봅니다.


둥점원 : 연뮤덕 둥점원은 연휴 내내 아주 착실하게 대학로를 누볐습니다. 특히 지금 대학로에서는 둥점원을 연뮤덕의 길로 이끈 극이 성황리에 공연 중이거든요. 저의 뮤지컬 입덕극이자 첫 번째 회전극!!  바로 <여신님이 보고 계셔> (별칭 : 여보셔)라는 작품입니다. ‘여보셔’는 2013년에 초연된 한국 창작 뮤지컬로, 한국 전쟁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에요.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랫말과 멜로디, 한국인이라면 눈물 없인 절대 볼 수 없는 따뜻하고 뭉클한 소재로 수많은 관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올해로 무려 10주년을 맞이한 창작극이랍니다. 제목이 쪼오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말이죠~ 극을 본 순간!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흥얼거리는 구독자님을 발견할 수도 있다구요 😂 여신님~ 나 보여요~? 


현점원 : 연휴 동안 새롭게 맞이한 변화가 있다면, 바로 초보 식집사(식물+집사)🌱 되었다는 건데요. 저는 반려 식물과 함께 모트 가슨의 [Mother Earth’s Plantasia] LP를 들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식물과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따뜻한 지구 음악이라는 부제를 지닌 음반에는 식물을 위해 작곡된 음악 10곡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1970년대, 어느 식물 부티크 주인의 위촉에 의해 만들어진 앨범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넘기며 주목 받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2019 재발매가 되었다고 해요. 실제로 수록된 음악이 식물 생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없지만..🤣 자연을 닮은 전자 사운드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네요!

구독자님, 지난 63호에서 소개해드린 <서점 리스본>의 생일책을 기억하시나요? 취향일지에서 혬점원이 이야기한 생일책에 이미 흥미를 가지고 링크를 클릭하셨을지도요. 생일책은 태어난 날짜가 같은 작가 혹은 인물의 책이나, 생일에 초판 발행된 책을 보내 드리는 서비스인데요. 저희 잡화점에서는 책이 아닌 음악! 바로 ‘과거의 오늘’ 태어난 음악가의 작품을 생일송으로 준비했습니다. 편지가 도착하는 1월 31일, 생일을 맞이하신 구독자님이 계시다면 특별한 날의 BGM으로 오늘 이 곡, 어떠신가요?

F. Schubert - Fantasy in C major, “Wanderer”

   

226년 전 오늘 탄생한 클래식 음악의 거장 슈베르트. 그의 ‘방랑자 환상곡’은 피아노 작품이지만 오케스트라 곡에서 느껴지는 다채로운 음색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그가 작곡한 리트 방랑자 D. 493의 주제가 직접적으로 차용되며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죠.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 본인 스스로도 ‘이따위 작품은 악마나 연주하라지’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난곡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곡의 혁신적인 특성에 매료된 리스트는 이 작품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S.366)로 편곡했으며, 이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S.653)으로 재차 편곡하기도 했습니다. 기교적인 표현이 인상적인 오늘의 BGM,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연주로 들어보겠습니다.

Philip Glass - Truman Sleeps
(영화 ‘트루먼 쇼’ OST)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라 불리는 필립 글래스 역시 1월 31일생 작곡가입니다. 미국의 현대음악가인 필립 글래스는 영화 음악계에서도 그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2013)를 비롯해, <쿤둔>(1997), <트루먼 쇼>(1998), <디 아워스>(2002) 등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도 40여 편에 이른다고 하죠. 그중 골든 글로브 최우수 작곡상을 받은 영화 <트루먼 쇼>는 기존에 발표된 여러 사운드트랙에서 차용된 삽입곡들이 특징적입니다. 영화감독 피터 위어는 극중 TV 쇼의 제작자인 크리스토프가 선곡했을 음악을 상상하며 직접 사운드트랙을 큐레이션 했다고 해요. 오늘 소개할 피아노 곡 ‘Truman Sleeps’는 트루먼이 잠들 때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방송 스튜디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카메오, 필립 글래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천사들이즈백 👼 창단 525주년 기념 <빈 소년합창단 신년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3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천사들의 합창은 관악아트홀(1/27), 함안(1/28), 부산(1/29)을 지나 성남(1/31), 속초(2/1), 구미(2/2) 그리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4, 2/5)까지 쉬지 않고 이어집니다 ✌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쇼팽으로 돌아옵니다. 쇼팽의 곡으로만 구성된 리사이틀(2/23)을 선보이는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인데요🎹 이번 공연은 워너 인터내셔널 클래식 레이블로 발매되는 임동혁의 첫 LP 음반 발매(2/3) 기념 공연이기도 합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의 ALL CHOPIN 무대를 기대해 주세요!

70분간의 행복한 음악여행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 2월의 여행지(2/15)는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성, 알함브라 궁전입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박규희, 박지형이 선사하는 스페인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취할 준비되셨나요? 🌞

 

피리 부는 사나이,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파리 국립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으로 입단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 루이 14세가 만들었으며 프랑스 문화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단체죠. 지휘자 정명훈이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고 현재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있답니다. 파리와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질 김한의 클라리넷 기대해주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