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봄학기, PaTI 연찬 멋지음 프로젝트: 파티 마친이들의 이야기

이번 봄학기에는 새로운 수업이 개설되었습니다. 바로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배우미가 창작자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일을 멋짓는 힘’을 기르는 이 수업은 ‘기획‒실천‒결실‒아카이빙’을 반복하며 자신의 일을 멋짓고 일과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배곳의 프로젝트 수업을 이수하는 것과 동일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배우미들의 관심을 더욱 끌었는데요. 한배곳 3학년 동하와 2학년 나잼과 라유, 4학년 보경이 함께 팀을 이루어 ‘연찬 멋지음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총 4번에 걸쳐 파티 마친이들을 초대해 소중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기회를 마련한 그들에게 PaTI의 첫 번째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업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현장에는 최소한의 신청자만 참여했고 대신 온라인 중계를 동시에 진행했다.
‘PaTI 연찬 멋지음 프로젝트’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요. 먼저 시작하게 된 배경을 물어봐도 될까요? 
평소 동하가 바깥 사람들을 연사로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연찬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PaTI를 찾아오면 좋다는 생각에 작년에는 배곳 측에 연사를 추천하기도 했죠. 그러다 이번 봄 학기에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업이 개설되면서 졸업 필수 과목도 채우고 연찬도 운영하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aTI 이름을 걸고 공식적으로 연찬을 진행하면 연사를 섭외하는 일도 수월해지니까요. 혼자 하는 것보단 여러 사람들, 특히 학년이 서로 섞여 함께 하면 좋겠다는 결심이 섰고 지인 예닐곱 명에게 의사를 물어봤는데 고맙게도 2학년 나잼, 라유, 4학년 보경이 확답을 준 거죠. 그래서 이 네 사람이 팀을 결성해 연찬 멋지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다른 분들은 동하의 제안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다들 동하가 먼저 나서서 좋은 프로젝트를 제안하니까 고마웠어요. 다른 학년과 함께 작업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상황에서 같이 무언가 도모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각자 늘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연찬에는 늘 참석해왔지만 저희가 특정 연사를 모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어요. 평소 동하 작업을 보면서 생긴 믿음직스러운 면도 한몫했고요. 하하.
각자 관심 있는 연사를 초청해도 다양성 면에서 충분히 도움 됐을 것 같은데요. 왜 파티 마친이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나요?
팀이 꾸려지고 다 같이 모여 회의를 해보니 연찬이란 게 저희 4명만 좋자고 진행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게 수업으로 인정되어 PaTI 이름을 걸고 연사를 모시고, PaTI의 공식 연찬으로 열리는 거라 저희들의 욕망만 투영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희 말고 다른 배우미들이 참여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잖아요. 그래서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아졌어요. 기존 연찬의 장단점을 분석해보니 연사들의 배경이 제각각이라 좋은 점도 있었지만 각각의 연찬이 큰 주제로 묶여 있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 학기 동안 전체적으로 연결성 있는 연찬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주제로 묶으면 배우미들의 관심사에도 맞고 도움도 될까 고민해보니 PaTI 마친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저희들 모두 PaTI를 다니면서 졸업 이후에 펼쳐질 상황에 대해 고민이 많으니까요.

PaTI 이후의 삶에 대해 배우미들은 어떤 고민을 하나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예를 들어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배우미는 자기가 스튜디오를 차렸을 때 그걸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혹은 회사에 들어가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으면 어떤 게 필요한 걸까 등에 궁금한 점이 많아요. 더불어 PaTI가 독립디자인학교라서 실제 취업 시 어떤 영향을 받는지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고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가구, 공간 등 그래픽 디자인이 아닌 방향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시작점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면도 존재하죠. 그래서 연찬을 통해 이런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파티 졸업생 중에서 어떤 사람을 연사로 초빙할지 정하는 것도 굉장히 큰일이었겠어요. 
맞아요. 저희는 먼저 하얀과 성서의 도움을 받아 졸업생 리스트를 정리했어요. 대략 70명 정도. 그리고 몇 가지 주제어로 분류했어요. 그래픽 디자인, 공간 디자인, 프리랜스 디자이너, 인하우스 디자이너, 디자인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 학위 연계 과정을 다녀온 사람들, PaTI에서 일하는 사람들 등 느슨하지만 다양한 시점으로 그룹화를 시도했죠.
그다음은요?
결과적으로 5가지 카테고리가 나왔어요. 그래픽 디자이너 중 프리랜스 디자이너, 인하우스 디자이너, 비 그래픽 디자이너 중 음식을 하는 사람들, 공간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졸업한 지 1년이 지난 배우미요. 2019년 2월에 졸업한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어 보였거든요.  
이번 학기에 총 4번의 연찬이 있었는데 원래 정해놓은 건 5번이었네요. 
공간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 원래 초청하려고 했던 분들이 시간이 안 났어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5번을 하기엔 너무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4번으로 정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어요. 하하. 정해놓은 카테고리 안에서 작업이 궁금하거나, 살아온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연찬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해줄 분이 누굴까 고민하며 고른 분들이 이번 봄 학기 연찬의 첫 주인공이 되었죠. 특히 2019년 마친 배우미 팀은 연락을 취한 5명 중 4명이 참여했는데 현재 꾸려가는 삶의 양상이 제각기 달라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게 연찬의 기본 취지와도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19 이슈와 연사의 스케줄을 고려해 짜다 보니 여러 변동 사항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연사 네 팀이 5, 6월 간 연찬을 진행했습니다. 

1차 음식 디자이너: 구구모 (변산노을), 5월 6일 (수)
2차 인하우스 디자이너: 오선정, 5월 27일 (수)
3차 프리랜스 디자이너: 양민영, 5월 28일 (목)
4차 졸업 1년 후 사람들: 김진아, 이정은, 이태연, 조영, 6월 3일 (수)

연찬은 연사 섭외부터 진정한 시작이잖아요. 섭외는 어떻게 진행했어요?
꼭 들어가야 하는 글을 정리해서 연사들에게 이메일을 드렸어요. 전화번호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PaTI의 공식적인 연찬이다 보니 형식을 갖추고 싶었어요. 봄 학기 연찬에 대한 소개부터, 장소, 시간, 강연비, 강연 내용에 대해 문서 상으로 주고받으면서 서로 연락하고 스케줄을 조율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저희는 본 연찬 전에 사전 미팅도 했답니다. (웃음)
연찬의 첫 연사가 ‘구구모’였던 이유가 궁금해요.
연찬은 참여 연사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맞는 순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2019년 마친배우미는 맨 마지막에 배치했어요. 전체 연찬을 마무리하기에 어울리고 기획 의도와도 잘 맞으니까요. 인하우스 디자이너와 프리랜스 디자이너는 서로 얽히고설키는 관계이기 때문에 연속으로 진행되어야 배우미들이 얻어 갈 게 많다고 느꼈죠. 구구모의 경우는 배곳 행사에 자주 참여하니까 배우미들에게 이미 익숙했던 팀이기도 하고 당시 구구모가 어버이날 시즌에 맞춰 수제 양갱 예약 판매를 진행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자주 글을 올리던 때였어요. 그래서 구구모를 첫 연사로 모시면 연찬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흐름 상으로도 최선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첫 연찬을 시작할 때 분명 사건, 사고가 있었을 텐데요. 생각보다 해야 할 게 너무 많잖아요. (웃음)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과, 대본, 진행, 세팅, 라이브 스트리밍 등 해결해야 하는 게 산적해 있고, 사전 미팅은 대체 어떻게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질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구구모는 음식을 만드는 분들이라 재료의 신선도 때문에 매일 스케줄이 계속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연찬 당일에도 음식을 급히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서 결국 연사로는 변산노을 한 분만 참여하게 됐어요. 다들 마이크 소리는 문제없이 들리나, 화면은 잘 송출되고 있나 등등 진행에 대한 압박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해서 당일 연찬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결과적으로 한 번의 연찬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하던가요. 
굉장히 많은 것들이요! 일단 연찬 전에는 먼저 연사에게 연찬 당일 진행과정에 대한 메일을 보내야 해요. 그리고 연찬을 알리는 포스터가 필요하죠. 포스터는 한 팀 당 한 명씩 맡았어요. 구구모는 동하, 오선정은 라유, 양민영은 보경, 2019 마친 배우미는 나잼, 이렇게요. 그리고 연사 소개 글을 작성해서 페이스북에 업로드했죠.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참가 인원이 제한적이라 사전 신청도 받아야 했고, 사전 질문을 취합하려고 질문지 링크도 올렸죠. 모든 연찬은 안집에서 진행됐는데 매번 공간 대여를 하면서 필요한 물품들도 대여해야 했고요. 스피커, 마이크, 빔 프로젝터, 연결선, 랩톱, 그리고 발열 체크 기구! 연사가 오기 전에 세팅도 하고, 진행 대본도 썼죠. 연찬이 시작되고 나서는 행사 진행이 제대로 되나 계속 긴장하면서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기 위해 슬라이도(Slido)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취합도 하면서 연찬을 마무리 졌어요. 물론 끝난 후에 물품 반납하고 공간도 청소하고…
이제 연찬은 모두 끝났죠. 뿌듯한가요?
물론이죠. 포스터도 하나씩 나왔고 사진, 동영상 등 기록물도 남았고. 무사히 큰일 없어 끝나서 무척 다행이에요. 다른 배우미들의 반응에 대해서 계속 신경 쓰다 보니 좋은 피드백이 오면 기분이 너무 좋고, 피드백이 별로면 계속 걱정되어서 끝날 때까지 긴장 상태가 계속됐어요. 원하는 연사를 한 명 모셔서 이야기를 듣는 건 힘들지 않은데 주제가 있는 연찬 시리즈를 진행해보니 이건 결코 혼자서 할 일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실 아직 모든 게 완벽히 마무리된 건 아니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네요. 아카이빙까지 끝내야 비로소 이번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업이 끝납니다.
연사를 직접 정한 후 연찬에 초대해보니 기존과 많이 다르던가요?
연사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차이가 엄청나요. 연사에 대해 리서치도 하고, 연락을 취하고, 질문지를 만드는 과정을 겪고 나니 연찬에서의 이야기가 훨씬 더 깊이 있고 수월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마친배우미 연찬을 기획한 한배곳 배우미들과 연사 빛박이
왼쪽부터 동하, 보경, 양민영 디자이너, 나잼, 라유
처음으로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업을 해봤는데 장단점이 궁금해요.
우선 정해진 시간에 모여 수업을 듣고 나면 끝나는 성격의 일이 아닌지라 시간이 될 때마다, 혹은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점은 힘들었어요. 특히 매주 수업을 들으면 결과물이 나오고 발전하는 점이 눈에 보이니까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업은 이런 걸 설정하거나, 설정을 지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의 힘, 시간, 신경을 많이 요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역설적으로 수업이라는 측면 때문에 이수해야 하는 여러 요소들이 존재해서 이만큼 끌고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이번 학기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기도 했어요. 스승이 짠 얼개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한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하는 경험이 학생에게는 정말 필요한데 이번 수업에서는 보통의 수업에서 겪을 수 없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해서요. 하하. 수업을 기획한 배곳의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다음 가을학기에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배우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무리한 계획과 일정은 절대 금물이라는 점! 하고 싶은 만큼 짠 기획안에서 최소한 2~30%는 덜어낸 상태에서 진행하며 나중에 필요에 따라 더 추가해 퀄리티를 높이는 게 좋은 선택 같아요. 욕심을 부리면 일단 물리적인 시간에 쫓기게 되거든요. 그리고 정확한 목표치가 필요해요. 저희처럼 ‘연찬 4번 진행’이라는 명확한 수치로 목표를 상정해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을 벌이면 크기도 커지고, 배곳의 지원도 받으면서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으니 큰 프로젝트를 만들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유용한 팁이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해요.
무엇보다 연찬에 기꺼이 참여해 준 연사 분들께 무척 감사합니다. 졸업생으로서 재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한 점, 섭외부터 소통까지 중간 과정이 미흡했을 텐데 양해해 준 것, 연찬 준비를 하려면 시간도 많이 쏟아야 하는데 선뜻 와준 것, 이 모든 부분에 대해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알찬 연찬이 되어서 무척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이건 저희들에게 하는 말인데, 아직 아카이빙 단계가 남았으니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친배우미 연찬에서 나눈 이야기들

구구모 (변산노을 / 한배곳 1기, 2018 마침)
구구모는 음식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지속하는 그룹으로 2018년 변산노을이 결성했다.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주최한 <홈볼트 탄생 250주년 학술간담회>(2019), <권민호 개인전>(2020), <PaTI 마친보람>(2020)'을 위한 창조적인 케이터링을 선보였고,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호텔사회>(2020) 전시에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현재 변산노을, 박민수, 최수지 세 명이 함께 각종 팝업 스토어와 온라인을 통해 창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www.instagram.com/gugumoworks/

직관적으로 떠오른 이미지로 작업을 시작해요. ‘출장 음식’, ‘밥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구구모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면 그것을 위해 해야 하는 일, 목표 지점에 대한 합의, 그리고 개인의 호불호를 파악해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요. 회사의 방향성과 개인의 성취 중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 그 균형에 대해서 늘 고민하죠. PaTI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구구모도 없었을 거예요. PaTI에서 일거리를 얻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댈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 어떤 것을 요청할 수 있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 고민이 있을 때 들어주는 사람들이 PaTI 커뮤니티에 있어요. 

오선정 (더배곳 5기, 2019 마침)
오선정은 더배곳을 마친후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을 중심으로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B마트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다. 

PaTI에서 크게 3가지를 배운 것 같아요. 브랜딩, 자생, 그리고 나. 수업 듣고, 날개집에서 일하고, 다석방에서 일하고, 동료 배우미들과 무언가 도모하면서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는 넓은 범위의 브랜딩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회사에 들어가고, 조직을 위해 희생해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PaTI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접하게 되면서 비로소 꿈을 꿀 수 있었죠. 더불어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어요. 감정 소비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을 열어 두니 이제는 어떤 일이 생길 때 흔들리기 보다 자가 진단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회사에서 일하면서 메시지를 명확하고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내 것을 빼는 연습을 했죠. 그렇다고 제 기본이 바뀌지는 않아요. 핵심을 알면 어느 회사를 가든 적응할 수 있어요. 스타일보다 PaTI에서 중시하는 핵심을 익히는 게 중요해요. 더불어 배곳에서 우정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스승과 동료를 만나 수많은 작업물이 나오는 경험은 굉장히 희귀해요. 밖에서 기회를 찾기 전에 PaTI에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그러면서 우정을 키우세요. 인생 혼자 살면 감정 소모는 없겠지만 우정을 쌓으면 다른 길을 가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겨요. 서로 일하는 공간에 가보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는 건 살면서 정말 중요해요. 특히 다양한 사람과 시각을 배척하지 마세요. 주변에 나와 똑같은 사람만 있으면 외로워지니까요.

양민영 (더배곳 1기, 2015 마침)
양민영은 더배곳을 마친 후 1인 디자인 스튜디오 ‘불도저 프레스’를 운영 중이다. 졸업 작업으로 진행했던 옷에 대한 잡지 <COOL>을 2015년부터 발행하며 ‘스와치’, ‘옷정리’ 등 옷을 중심으로 한 전시 및 행사를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2018년 디자인 매거진 <CA>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다.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회원이다. meanyounglamb.com

2017년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세우면서 자연스레 대표가 됐어요. 홀로서기를 위해 들어오는 일은 마다하지 않고 했었죠. 각종 포스터는 물론이고 기업 달력도 만들고. 대신 돈이 안 되는 작업도 병행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면서 기회를 살리려고 노력했죠. 1인 스튜디오를 유지하려면 사회성이 좋아야 해요. 혼자 홍보도 해야 하고, 주위 사람들도 잘 챙겨야 하고 부지런히 일을 따야 하죠. 보호막, 안전망이 없으니까 사회적으로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해요. 그래서 막막하면 오히려 회사에 취직하는 걸 추천해요. 지금 PaTI에 다니고 있는 배우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크리틱에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저와 맞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해요. 내게 굉장히 영향을 많이 끼치는 사람의 말이라도 내 생각과 다르면 굳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얻어 가는 게 현명해요.

이태연, 조영, 이정은, 김진아 (한배곳 3기, 2019 마침)
이태연은 WRM(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지금은 PaTI에서 인연을 맺은 임고운 스승과 일하고 있다. 
조영은 핫트랙스에서 일하다 건축, 산업, 시각 분야를 공부한 동료 3명과 함께 창작 그룹 ‘티슈오피스’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이정은은 현재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더배곳 마친배우미 강아름과 함께 잡지 <사물함>을 기획, 발행하고 있다.
김진아는 현재 녹색연합에서 일하며 디자인, 홍보, 기획 등 다방면으로 능력을 발휘 중이다.

PaTI에서 다양한 수업을 접한 것, 디자인을 배운 것 모두 좋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동료가 생겼다는 점 같아요, 함께 작업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활동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서로 신경 써주고 잡아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졸업 전에는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PaTI를 떠나고 나니 부족한 것 투성이라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나는 무엇을 잘 할까, 앞으로 더 공부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고 작업 외에 홍보와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전에 ‘내 주제는 무엇일까’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사회와의 접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고 이걸 함께 발견하고 나누는 친구도 있어야 하고요, 졸업 작업에 대해 고민이 많을 텐데 이게 결코 종착지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마침표가 아니라 하이픈이라고 생각하고 졸작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말아요. 배곳에 있을 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망설임 없이 도전하세요. 배우미, 졸업생, 다른 단체의 사람까지 연결을 두려워하지 말고 직접 찾아가 보길 추천합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점수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교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20.6.30.불날
글: 전종현.해리  |  빛박이: 장예진, 정혜민  |  멋지음: 박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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