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대화법은 안녕한가요?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님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대화를 하고 계신가요?
최근 제 페이스북에 이메일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정리해 올렸습니다. 제 기준에서 이메일 에티켓에 어긋난 메일을 받았고 타산지석 삼아 제가 생각하는 이메일 쓸 때의 주의사항을 정리해 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370회나 공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댓글을 발견했습니다. 제 글을 공유해간 다른 페친에 글에 달린 댓글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메일을 쓰면서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 대충 본론만 써서 정확히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도하게 포장된 표현으로 본론을 흐리기보다는 명확하게 본론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충’ 쓰는데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긴 했습니다만 저 역시 잠시 고민해봤습니다. 도대체 이메일이라는 것에 이렇게까지 예의를 차리고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에 대해서 말이죠.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넷플연가라는 커뮤니티에서 모임장 제안을 받았습니다. 넥플릭스나 왓챠플레이 같은 곳에서 동영상을 보고 함께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어떤 영상을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평소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추천을 받았던 ‘중쇄를 찍자'라는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았습니다. 

작년에 첫 책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을 내고 다음 달에는 새 책이자 혼자 쓰는 첫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지라 출판업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던 차에 보게 된 ‘중쇄를 찍자'는 마케터로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로서 보기에도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석이 많습니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인 주인공이 만화잡지사의 편집팀에 취업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옮겼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파는 것은 책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것은 사람이다.’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이 파는 책에 담겨야 할 내용, 책을 파는 방법 등 책이 만들어지고 독자에게 전달되는 일련의 과정에는 모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사에서 우리가 ‘이메일'에도 예의를 갖춰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팩트'를 전달하는 단순한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메일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제목을 보고 클릭하고 그 안에 담긴 글을 읽고 회신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자 경험이라는 생각입니다. 팩트를 전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기분 좋은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왜 이메일을 이렇게 썼지?’라고 생각이 드는 이메일을 꽤 여러 번 받아봤습니다. 에티켓이 부족해 불쾌해서 일수도 있고, 도대체 본론이 뭔지 알 수 없게 산문처럼 쓰인 본문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이런 생각이 들게 되면 이메일 본문이 무엇인지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눈에 들어오더라도 긍정적으로 읽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메일 뿐만 아니라 말을 하거나 회의를 하거나 일상의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전달하며 ‘난 좀 딱 떨어지는 스타일이거든'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가 조금 기분 나빠하면 ‘아 미안. 내가 좀 정확한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들은 함께 일을 할 때는 뒤탈 없이 명확하긴 하지만 썩 마음이 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팩트만을 전달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인사를 나누고 상대의 기분과 정황, 즉 문맥(context)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가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더 주의 깊게 듣고 싶어집니다.

물론 예의만 차리거나 정황만 신경 쓰느라 본론을 꺼내지 못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좀 더 서로 배려하고 상대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이메일이 되었건, 회의가 되었건, 연인 간의 대화가 되었건, 가족 간의 대화가 되었건 말이죠. 

우리가 하려는 건 ‘팩폭'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것이어야 할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번 한 주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야기 나누는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늘 그렇지만 써놓고 보니 저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네요. 저 역시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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