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는 현재 전시 중인 《건축물 미술작품 도큐먼트 : 오늘의 날씨》의 보다 자세한 내용을 재구성해 4회에 걸쳐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그 두 번째!) 본 전시는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오늘의 날씨》(팀팩토리 기획, 2018~2021)의 착수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물론, 전시 속 <입장들> 파트를 통해 건축주, 기획자, 설계자, 시공사, 참여 작가의 퍼블릭아트에 대한 이해 혹은 오해, 다양한 입장과 확장가능성, 공감과 물음 또한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하나의 ‘건축물 미술작품’, 더 나아가 퍼블릭아트의 역할과 과제를 차근차근 짚어보고자 합니다.

☁️도큐먼트 DOCUMENT
그래픽 아이덴티티

광명 유 플래닛 단지 내의 여러 정보 속에서 15개 장소에 분포하고 있는 미술작품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지하고 통일감을 줄 수 있도록 로고를 개발하여 이를 작품 사이니지에 사용하였다. 로고타입은 옛 신문의 명조체를 따온 글자체와 날씨를 상징하는 여섯 개의 심볼마크로 구성된다. (디자인, 이혜연)

건축물 미술작품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를 통해 우리는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본 제도는 연면적 1만m²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 예산의 1% 이하 금액을 작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도시환경 개선, 시민의 예술경험 증진, 예술가의 창작기회 확대를 목표로 1972년 ‘건축물에 대한 예술 장식품’ 제도가 도입, 1995년 대통령령으로 의무 항목으로 개정되었다.
작품의 설치가 건축물의 준공 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속에서 건축주에게 미술작품의 설치는 빠르고 쉽게 마쳐야 하는 과제와도 같다. 대다수의 경우 건축물이 모두 지어진 후 유휴 공간과 주요 공간을 비추어 줄 작품을 설치한다. 심의와 검수라는 행정 절차, 영구히 작품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은 건축주와 참여 작가 모두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여 제도를 시행한 50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일률적인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민은 작품에서 감응을 얻기보다는 공공기물을 인식하듯 작품을 대하고, 그 사이에서 작품과 관람자의 교류는 부재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2000년 작품 설치비는 ‘1% 이상’에서 ‘1% 이하’로 조정, 2011년에는 명칭을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으로 변경했으며, 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설치비의 70%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부금으로 납부하는 선택적 설치제도도 마련되었다. 또한 2019년부터 경기도에서는 작품 공모제를 일부 시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주요 과정
📁
《오늘의 날씨》 대상지인 유 플래닛 개발계획은 2006년부터 시작했다. 주거와 비주거 영역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는 일반적으로 준공 3개월 전 건축물 미술작품을 계획하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비주거 영역 준공 3년 전에 작품 계획을 시작, 예술기획자 홍보라를 예술감독으로 선정하였고, 홍보라는 프로젝트팀 ‘팀팩토리’를 결성했다. 건축물 미술작품 기획팀의 예산은 건축물 미술작품 예산과는 별도로 마련되었다.
📁
‘오늘의 날씨’라는 주제 아래 열다섯 점의 작품이 기획되었다. ‘오늘’이라는 현재성과 시간, 장소, 사회적 조건 등을 초월한 인류의 절대적 공동 조건인 ‘날씨’를 다룬다. 
참여 작가들에게 제시한 지침서 
- 세분된 시간과 공간적 특성인 ‘지금, 여기’의 풍경을 담을 것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는 고유의 성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변화 속에서 작품의 맥락이 재설정되는 유연성을 가질 것 
- 그럼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을 것(timeless) 
- 시각, 촉각, 청각 등의 다양하고 총체적 경험을 만들며 관람자의 자율적인 행동을 유도할 것 
-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장치로 역할 할 것 
- 서로 다른 형식과 태도의 작업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
이는 보이는 현상으로서의 날씨뿐 아니라 근원적인 자연의 원리와 관계 안에서 계속 변화하는 심리적 풍경과 경험을 만들고자 함이었다.기획팀은 주제와 관련된 리서치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주최 측과 참여 작가들에게 정기적으로 공유하였다.
📁
지자체가 진행하는 심의는 ‘작품의 예술성’ ‘작품가격의 타당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안전성’을 검토한다. 2020년 5월 경기도청의 심의에 접수했고, 첫 심의에서 15개 작품 중 2개 작품만 통과하고 13개 작품이 부결되었다. 부결 사유로는 생소한 재료 사용으로 안전성과 유지관리에 대한 설득력이 낮았고, 작품의 조형이 대체로 작고 미니멀하여 “획일적인 패턴(동어반복적)으로 리듬감”이 부족하며, 작품 가격이 높다고 사료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2021년 3월까지 11개월 동안 심의를 진행하였다.
📁
《오늘의 날씨》는 2021년 6월, 광명시의 검수를 마쳤다. 유 플래닛 단지는 7월에 준공을 했고, 11월에 개장한다. 작품은 이를 기점으로 공공의 장소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데, 작품의 생애주기에 대해 정해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영구적 성격을 가진 건축물 미술작품에서 15개의 작품은 ‘유지 관리’라는 장기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입주하고, 편의에 의해 공간이 꾸려지면서, 작품이 어떻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질지, 어떻게 시간을 함께 보내어 갈지,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의 역할이 지금부터는 중요할 것이다.
퍼블릭아트
퍼블릭아트는 그저 보이는, 보기 위한, 혹은 보이는 오브젝트 이상으로, 도시라는 큰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층위의 경험, 기억, 감각적 체험이 만들어내고 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역학과 조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날씨》는 보이는 현상으로서의 날씨뿐 아니라 그 근원적인 원리, 날씨를 둘러싼 보이지 않은 심리적 풍경, 그리고 다변화하는 경험에 집중한다. 불변의 대상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관계 안에서 계속 바뀌는 심리적 풍경으로서의 퍼블릭아트를 함께 상상해보는 과정이라도 할 수 있겠다. (홍보라,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중에서)

☁️참여 작품과 작가 ART & ARTIST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바래 BARE

당신의 날씨 How is Your Weather?
2021, 크리스탈, 스테인리스 스틸, LED 조명, 카메라 
5,000(W) x 4,000(D) x 13,000(H) mm
사람의 감정은 날씨에 비유되곤 한다. 행복하거나 즐거울 때를 ‘맑음’으로, 우울하거나 슬플 때를 ‘흐림’이라 일컫는다. 마치 외부환경의 날씨가 우리의 일상과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누군가의 감정 또한 주변 다른 이들의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 〈당신의 날씨〉는 실내공간에 사람들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날씨를 조성한다. 인터랙티브 작품으로서, 관람객의 감정을 인식한 데이터 값에 근거하여 지속해서 변화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며, 작품은 관람객에 따라 다채롭게 빛과 움직임을 선보임으로써 또 다른 관람객의 감정과 공간 경험에 영향을 끼친다. 〈당신의 날씨〉는 관람객에 따라 변화하는 실내의 인공날씨로서 유 플래닛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작품이다.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에스오에이 SoA

레인 체인 포레스트 Rain Chain Forest
2021, 초고성능 콘크리트, 불소수지 도장  
8,150(W) x 8,000(D) x 2,600(H) mm
날씨의 변화를 이겨내는 건축적 장치들은 그 자체가 감각적인 경험을 일으키는 요소이다. 건물의 규모가 커지거나 용도가 다양해질수록 날씨와 연관된 건축요소들은 기계적 설비로 대체된다. 건물이 기후에 대응하는 기계가 되어갈수록 자연의 감각은 소거되게 마련이다. ‘레인 체인’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비를 모아 바닥으로 흐르게 하는 건축요소이다. 작은 잔을 체인에 연결하여 지붕의 물이 잔을 넘쳐 타고 흐르게 하는 등 실용적이면서 공예적인 성격을 갖는다. 빗방울이 물줄기가 되고, 흐르는 물줄기는 소리를 낸다. 레인 체인은 건축이 기후에 맞서는 대신 그 변화를 수용하고 날씨의 감각을 증폭시키는 작은 장치이다. 〈레인 체인 포레스트〉는 대규모 복합 공간에 들어갈 공공 예술로서, 공예성을 통해 비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통적 방식으로 비를 다루는 레인 체인에서 시작하여, 비와 건축 그리고 그 속의 사람 사이의 감각적 관계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에이브이피디 AVPD

라이트 스피어 Light Sphere
2021,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LED조명 
5,000(W) x 500(D) x 8,000(H) mm

덴마크의 오덴세(Odense)에 설치한 바 있는 작품의 기존 설계안을 바탕으로, 한국의 설치 환경과 제작 방식에 맞추어 작가가 다시 디자인한 작품이다. 〈라이트 스피어〉는 태양과 바람이라는 자연 요소에 주목하며, 낮과 밤의 풍광과 주변 환경이 가진 미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예술적 시도이다. 작품은 아날로그 풍력시스템과 LED 조명시스템으로 구성되며, 날개는 현장의 주어진 실시간 바람 조건에 의해 움직인다. 화창한 날에는 태양 빛이 날개의 표면에 닿아 진한 회색에서 빛을 반사하는 흰색으로 바뀌어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변화하는 작품이다. (패브리케이션 파트너, 디자인펌)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에이 카센 A Kassen

쉐입드 바이 네이처 Shaped by Nature
2021, 청동
1,000(W) x 1,300(D) x 1,000(H) mm, 
1,650(W) x 2,350(D) x 2,700(H) mm
유기적인 형태의 조각 작품 〈쉐입드 바이 네이처〉는 금속이 액체 상태일 때 차가운 강물에 떨어트려 고체로 변하는 일순간, 바로 그 ‘자연의 힘’이 만들어낸 형태의 작품이다. 반짝이는 작품의 표면은 오늘의 날씨와 주변 환경을 반사해 보여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러 단계의 녹청을 거쳐 재료 본연의 성질을 드러낸다. 자연에서 온 유기적인 형태는 관객의 호기심과 교감을 불러일으키며, 주변의 고층 빌딩과는 대비되는 고유의 존재감을 가진다. (패브리케이션 파트너, 테크캡슐)

작지 않은 규모의 ‘건축물 미술작품’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치밀하게 고민하고 기록한 내용을 레터와 더불어 예술공간 속 전시로 풀어낸 귀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광명 유 플래닛에 위치한 《오늘의 날씨》는 오는 11월에 오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