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편지 : 이국음식

몇 년 전 베트남 여행 중에 들른 어느 마트에서, 나는 과일 코너에 팩으로 포장되어 있는 낯선 무언가를 발견했다. 생김새는 거대한 노란색 마늘 같았는데,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던 그 과일을 꼭 먹어봐야겠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신세계를 맛봤다! 결대로 찢기는 쫄깃쫄깃한 과육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혹은 멜론이 연상되는 새콤달달한 맛까지. 왜 두 팩을 사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그 과일의 이름을 알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과일일 뿐만 아니라, 손질 전과 후의 모습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기묘한 이 녀석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잭프룻이다.

겉모습은 두리안과 닮았지만, 가시 대신 돌기가 있고 두리안만큼 역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다만 그 향이 독특한 편이긴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동구리 코에는 극호였다!) . 세상에서 제일 큰 과일이라는 어마무시한 타이틀도 있다(유튜브에 '잭프룻 먹방'을 검색하면, 그 위엄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고기와 비슷한 식감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도 한다. 

건조된 잭프룻은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비나밋'에서 나온 보라색 포장지의 잭프룻칩이 제일 유명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생과일 잭프룻은 건조칩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어서 해외여행을 훌쩍 떠날 수 있는 안전하고 평온한 날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여러분에게도 미뢰를 깜짝 놀라게 한 이국음식에 대한 추억이 있는지 궁금하다. 

냠냠 에피소드 from.동구리

흔히 타코하면 열 중 아홉은 '타코벨' 느낌의 하드쉘(hard shell) 타코를 떠올린다. 소스에 볶은 고기가 올라간 U자형의 튀긴 토르티야 같은. 하지만 이는 미국으로 건너가며 변형된 미국식 타코다. 원조인 멕시코에서 먹는 '따꼬'는 이 미국식 타코와 어떻게 다를까?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던 곳이 바로 삼성중앙역 근처에 위치한 '비야게레로(Villa Guerrero)'다. 정통 멕시코식 까르니따스 전문 따께리아를 표방하는 이 곳에서는, 촉촉한 또르띠야 위에 더 촉촉한 돼지고기/내장/초리소 등을 올린 원조 '따꼬'를 먹어볼 수 있다. 흡사 수육/순대 같은 느낌이 날 법도 하지만, 고수 등의 향신료를 사용하여 그 특유의 밸런스를 완벽히 맞춰낸다.

이후 한남동에서 라크루다, 을지로에 타케리아 스탠 등이 생겨났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멕시칸 본토 스타일을 낸 곳은 비야게레로! 수육 느낌 낭낭한 원조가 궁금하신 분들은 비야게레로를, 좀 더 다이닝 느낌이 나는 곳을 원하시는 분들은 라크루다를, 보다 담백한 따꼬를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타케리아 스탠을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알렉스의 비야게레로 리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눌러보자!)

그 다음으로 소개할 이국음식은 바로 미트파이! 애플파이/피칸파이와 같이 과일이나 견과류를 주재료로 한 파이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그 맛을 상상하지 못하더라. 수요가 없으니 자연스레 공급도 많이 없는 편이라 미트파이를 하는 곳 역시 찾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업계 사람들 10명에게 '미트파이하면 어디가 생각나느냐' 물어봤을 때도 전부 대답이 똑같더라. 바로 이태원의 '브라이 리퍼블릭(Braai Republic)'이다.

브라이 리퍼블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정식을 내는 가게다. 2016년 수요미식회 '양고기'편에도 나왔을 정도로 양고기가 유명한 곳이며, 나 역시 이곳에서 생애 첫 양고기를 먹어봤다. 양고기를 재료로 한 이곳의 '램파이(Lamb pie)'는 커리 느낌의 향신료와 다양한 채소들과 푹 졸인 부드러운 양고기가 파이지 안에 들어가있으니, 궁금하다면 한 번 방문해보도록 하자. 작년에 홍대에 오픈한 2호점, '파이 리퍼블릭'에서도 맛볼 수 있으니 참고. (다양한 사람들의 브라이 리퍼블릭 리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눌러보자!)

덧.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대부분의 가게들이 배달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 역시 혼자 살다보니 집에 쟁여둔 요거트/샌드위치나 배달음식으로 대부분의 끼니를 떼우곤 하는데, 이번 냠냠리포트를 작성하며 발견하게 된 곳이 있어 공유한다. 'Azit Anam Bar'에서 운영하는 '경리단길 미트파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며 이런 '바'들은 영락없이 문을 닫게 되었는데, 매출을 올릴 대안책으로 안주로 팔던 '미트파이'를 배달하기 시작하신 것 같더라. 우연히 '배달의 민족'에서 보게되어 '비프치즈파이'를 먹어봤는데, 맛있다! 부드러운 소고기+늘어나는 치즈+감칠맛 가득한 그레이비 소스 조합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 드셔보시길 :)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결되길 바라며,

냠냠 리포트 from.알렉스

01. <다즐링 주식회사> 웨스 앤더슨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 스틸컷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나에게 언제나 달콤 씁쓸한 코미디 기억된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어리숙하고 결핍이 있는 인물들로 나타나는데,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 형제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만난 형제는 이국적인 인도 영적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낯선 인도에서도 끊임없이 다투고,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 다른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결함이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구성이다. 여정이 치밀하고 아름다운 장면들로 포장되어 스크린에 보여진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색감 팔레트와 피사체를 균형적으로 배열하는 미장센들은 인도라는 이국적인 배경을 낯설고 아름답게 비춰낸다.

이 영화를 통해 인도로의 미묘하고도 재치 있는 기차여행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떨까?
02. <Wriggle> Cosmo Sheldrake

귀신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추천해준 음악! 아이폰XR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Come Along>과 같은 앨범에 있는 <Wriggle>은 청량한 관악기로 시작해 웅장한 퍼커션 사운드,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매력적인 곡이다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기묘한 모험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냥 음악만 들어도 좋지만 해바라기가 춤추고, 요상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90년대 어린이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03. <Berdua Saja> Payung Teduh

여러분을 따스한 여름 해변으로 데리고 이국적인 음악을 소개한다. 우산 그늘이라는 뜻을 가진 인도네시아 밴드 "Payung Teduh" 음악은 듣기 편하고 서정적이어서 한국의 정서와도 맞는다. 그러나 낯선 언어로 들리는 가사는 알아들을 없기 때문에 마치 향신료가 가득한 음식처럼 낯선 설레임 느끼게 한다.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히 음악을 가장 많이 들었던 순간이 떠오르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음악은 동구리와 둘이 갔던 코타키나발루 가야섬 해변이 떠오른다. 바다 수영을 열심히 하고 해가 질 때 즈음 해변에 누워 앨범을 들었던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

코로나로 이번에는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한 나는 집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언젠가 다시 여행에 대해 상상했다. 여러분도 노래를 들으며 집에서라도 여름 휴가 즐겨보시길.

냠냠 큐레이션 from.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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