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NING>(감독 전예진)
스트리밍의 홍수 속에 극장과 독립영화는 점점 어려운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래도 우리는 독립영화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인디즈 큐가 메일함으로 단편영화를 배달해드립니다. 이름하여 인디즈 큐!레이션💌  아래의 관람 버튼을 통해 영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단, 4월 28일 목요일 정오(오후 12시)까지만 관람이 가능합니다!

오늘의 인디즈 큐!레이션, 전예진 감독의 <FANNING>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선풍기에 의지하며 보내던 시각장애인 해담. 오래 써온 선풍기가 고장나자 수리기사를 부릅니다. 해담의 집엔 수리기사, 윗 집 여자, 해담의 집주인이 차례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그들은 마치 혼자 이 공간에 있는 양 해담의 공간을 헤집습니다. 해담은 눈이 안보일 뿐, 옆에 존재하고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보다는 그들을 대하는 해담의 태도인 것 같아요. 해담은 단순히 당한다기 보다는, 스스로의 질서를 찾기 위해 그저 참아낼 뿐입니다.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이들의 생각일 뿐이에요.
지난 인디즈 큐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혹은 코다(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 Children of deaf adult)인 제작자들이 참여한 한국 독립영화들을 소개했어요. <FANNING>을 관심있게 관람하셨다면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영화 본편을 먼저 보고 나면 여러가지 생각이 몰려올 거예요.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그 뒤 인디즈의 리뷰를 읽으면서 나의 리뷰도 완성해볼까요?
2️⃣ 리뷰에는 줄거리가 간략하게 들어가 있어 이해를 돕고 풍부한 시선을 제공합니다. 보다 풍부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리뷰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추천!
인디즈 큐!레이션 07.
무신경함과 무지함에서 비롯된 폭력
〈FANNING

감독 전예진
출연 최민정, 양말복, 안소요 
시놉시스 무더운 여름 날, 시각장애인 해담은 고장 난 선풍기를 고치기 위해 수리기사를 부른다. 수리기사가 떠나고, 한 여자가 집 안으로 들이닥친다.
연출의도 ‘다름’이 ‘차별’로 바뀌는 순간. 선풍기가 고장 났을 뿐이다.
※ 아래의 영상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창작물로, 무단 유포 및 불법 게재할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비롯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 비밀번호 0420 입력 후 관람 가능합니다.
❕ 영화 본편까지 인디즈 큐!레이션 컨텐츠입니다.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번 레터의 주소를 공유해주세요 :D 
무신경함과 무지함에서 비롯된 폭력
:〈FANNING〉을 보내며

인디즈 17기 유소은
"그들은 무신경함과 무지함에서 비롯된,
혹은 의도된 차별로 해담의 정제된 일상을 헤집어놓는다."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 안산 선수가 SNS를 통해 후원 인증과 함께 남긴 글이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이를 정치적 이슈로 이용하는 정치인이 등장한 가운데, SNS를 중심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후원이 이어졌다.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고취하겠다는 의도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지 30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영화 <FANNING>은 장애인의 시선에서 비장애인이 행하는 폭력을 재현하며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무더운 여름, ‘해담’의 집. 그곳에서 시각장애인 해담은 세 명의 인물과 마주한다. 고장 난 선풍기로 인해 방문한 수리 기사와 술에 취해 들이닥친 윗집 사람, 그리고 집주인이다. 그들은 무신경함과 무지함에서 비롯된, 혹은 의도된 차별로 해담의 정제된 일상을 헤집어놓는다.

수리 기사는 해담이 시각장애인인 것을 깨달은 순간 그의 얼굴 앞에 손을 휘휘 저어보는가 하면, 그가 계산하려고 꺼낸 지갑에서 돈을 휙 가져가 버리고는 그것을 도움이라고 칭한다. 장애인을 낯선 존재로 바라보고,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쉽게 규정해버리는 그의 무례함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쉽게 이뤄지는 차별을 보여준다. 이어 해담의 집에 만취해 인사불성이 된 불청객이 찾아온다. 그는 해담에게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정신이 든 그는 해담의 집을 나서다 선풍기를 망가뜨리고, 다음날 새로운 선풍기를 사 들고 다시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것은 익숙한 물건이 편한 해담에게 원치 않는 방식의 보상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참외를 가져왔다며 친절한 얼굴을 가장한 집주인은 윗집 사람이 새 선풍기를 가져다준 것을 목격하고는 해담이 당연히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새 선풍기와 자신의 오래된 선풍기를 바꿔 간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만, 해담은 그저 모른 척 체념한다. 해담과 선풍기에 얽힌 세 사람의 이야기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을 향한 차별적 시선과 상황이 얼마나 만연한지 돌아보게 하며, 그것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장애인의 입장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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