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병 Tropic Fever>(마하디카 유다, 로빈 하탄토 홍가레, 페르다나 로스왈디, 2022) 20세기 초반, 한 젊은 헝가리인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동부에 당도한다. 그가 맡은 일은 이 섬의 정글을 개간하여 대규모 농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식민주의의 고용인이자 대리인의 시선으로 <열대병: 수마트라 농장 경영자의 모험>이라는 자전적 기록을 남긴다. 마하디카 유다, 로빈 하탄토 홍가레, 페르다나 로스왈디가 협업하여 만든 <열대병>은 라즐로 세케이의 책과 식민 기의 다양한 영상 푸티지, 특히 네델란드의 아이 뮤지엄이 최근 디지털화한 자료를 활용하여 에세이 다큐멘터리다. 숲, 백인, 그리고 열병, 총 3개의 막(act)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식민주의와 농장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주지만, 잔혹한 식민사를 강조하거나,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이다”라는 식민주의적 시선을 새삼 재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식민자들이 남긴 이미지를 활용한 (아마도) 최초의 인도네시아 영화는 이미지를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하여 새로운 시선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전유(appropriation)의 정치적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최근 폐막한 독일 라이프치히 다큐멘터리영화제(DOK Leipzig) 국제경쟁 부문 상영작이다.
(DMZ Docs 강진석 프로그래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