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을 도와주었던 문장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지난 주 금요일이 마지막 출근이었습니다. 다소 급작스러워서, 잘 이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주 저를 버티게 해준 문장들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첫 번째 문장
사소한 사물에서 나를 떠올려주길
회사를 영원히 다니지 않을 것이고, 지금 매일같이 점심을 먹는 사람중에는 만나지 못하게 될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이들 중 몇이 어느 가을에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노란 모과를 보고 나를 떠올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읽었던 문장입니다. 독자님에게서 [문장 추천하기] 링크에서 추천받아 마음에 들어 기억해 두었었어요(이 책은 한번 다른 편지로 더 소개할거에요). 찾아보니 채널예스에 연재된 적이 있는 글이었네요. 원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산책을 다니곤 했는데, "모과 보러 갈래요?"라고 말하면서 산책을 갔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 "모과"라는 말이 저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출근 전 이 문장을 읽으니,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나를 떠올리려나 싶어집니다. 차를 좋아하고 잘 웃는 사람, 으로 기억되길 바랐어요.
두 번째 문장
친구가 아니더라도
오래 봅시다, 각자의 자리에서
네온비 작가가 다음에서 연재중인 치정 스릴러 웹툰의 외전에서 나온 말입니다. 본문의 감정선은 상당히 팽팽한데, 이 외전은 상당히 따뜻해서 기억이 남았고, 사람들에게 쓰는 마지막 인삿말에 인용했습니다.
우연히 웹툰의 주인공인 유진은 편집자 제경에게 여러가지 공통점을 느꼈기 때문에, 친구가 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때 제경이 대답해준 말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일을 같이 한 사람들은 친구라 말하기에 결이 다른 감정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고, 더 오래 업계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요.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각자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세 번째 문장
좋은 것만 가져갈게요
그중 무엇을 중심으로 내 과거를 이야기로 엮을지는 내 선택이다. 내 이야기에 대한 편집권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세 번째 문장은 자주 제가 인용하곤 하는 "일에 대한 2대 바이블", 제현주 작가의 일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원문의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제가 이 곳에 있었던 기간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제가 결정하는 일이 아닐까 했습니다. 가급적 좋았던 기억들을 가져가고, 슬펐던 일들은 잘 묻어두고 싶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이별하고, 일의 맥락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을 그만두게 된 지금, 오히려 2대 바이블들을 자주 참고하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나머지 한 권은 이다혜 작가의 "출근길의 주문"입니다.)
발행인의 문장
퇴사와 헤어짐의 공통점
(회사에) 있으면서는, 여러 감정을 느꼈다. 만나서 좋았던 사람도 있다. 때로는 지긋지긋해서 입에도 올리기 싫었다. 분에 넘칠 정도로 과분한 기회도 받았다. (...) 
(왜 회사를 그만두었는지) 질문도 많이 듣는다. 나온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도 회사가 잘 되길 바란다. 그건 마치 전 남자친구와 왜 헤어졌는지 질문을 듣고, 어색하게 웃고, 그래도 헤어지길 잘했고 행복을 비는 사이 같다.
2016년 초반에 브런치에 썼던 이었습니다. 첫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지나고 썼던 글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감정을 비교해보면, 이별에 초연하기 어려운 건 지금도 비슷하네요. 아직은 지금의 감정을 오롯이 정리하긴 어렵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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