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세계사의 생활밀착형 영성 이야기가
‘소울띵(Soulthing)’으로 새롭게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터지기 수월입니다.😊
4월이 가기 전에 새 이름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다행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출판사 사람들 모두 어떤 이름이 좋을지 엄청 고민했어요. 그렇게 나온 이름은 ‘소울띵(soulthing).’ ‘영혼이 담긴 어떤 것, 영혼의 말과 생각’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우리가 뉴스레터에서 나누는 일상의 순간들이 모두 영혼의 안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우리가 여기에 모인 거니까, 앞으로도 이 공간을 통해 무수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울려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 편지는 한 명이 아닌 세 명의 ‘소울띵’을 담았어요. ‘어떤 삶의 안내를 받아 이런 공간을 열게 되었을까?’ <안녕, 릴라>로 워케이션을 가는 것이 정해진 순간부터 이런 호기심이 일었어요.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응해주셨답니다. <안녕, 릴라> 연희 대표님과 써니 매니저님, 공간 안에 있는 카페 <고요한 하루 요가&티>를 운영하는 서연 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따뜻한 차와 고요한 음악, 충실히 삶을 살아나가는 존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친근한 명상프로그램이 있는 공간,
<안녕, 릴라>의 꿈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연희(사진 왼쪽)  저는 <안녕, 릴라>(이하 <릴라>)의 대표고요. 하는 일은 청소(웃음)부터 <릴라>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기획, 예약 받기, 회의 주간… 그리고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써니(사진 중앙)  저는 <릴라>에서는 호스트로서, 여기 오신 분들이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카페 <고요한 하루 요가&티>(이하 <고요한 하루>)에서는 클래스 기획과 차 관련된 판매 제품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서연(사진 오른쪽)  저는 올해 초부터 커피가 없는 비건 찻집 <고요한 하루>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3박 4일 프로그램 ‘갓생 캠프’를 기획해서 운영했어요.

<안녕, 릴라>는 어떤 공간인가요?

연희  이 커뮤니티형 숙소 공간은 10년 동안 엄마들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달살기 숙소인 <레이지마마>로 운영을 했어요. 최근에 모든 사람이 몸과 마음을 회복해서 자기 안에 있는 창조성을 깨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어서 올해 <안녕, 릴라>를 런칭했습니다.

어떻게 마음공부, 영성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연희  얘기가 긴데… (웃음) 처음에는 채식을 제공하고 올레길을 걸을 수 있는 여성 전용 숙소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제주에 왔는데 돈이 별로 없어서 망한 펜션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정원이 너무 예쁜 펜션 하나를 발견했고, 운영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아름다운 정원을 집주인이 말도 없이 굴삭기로 막 파버린 거예요. 그땐 ‘어떡하지, 어떡하지’ 망연자실 앉아서 여기저기 흩어진 돌을 나름 예쁘게 골라서 계속 쌓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문득, 집을 놀릴 수는 없으니까 한 달씩 세를 놔보자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당시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조용한 숙소를 제공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집만 받기 시작했고, 그게 <레이지마마>가 된 거예요. 
그러다 한 2년 뒤에 타운하우스를 짓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 누가 《시크릿》이랑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선물해줬어요. 이 책이 제가 처음 본 영성 책이에요. 처음에는 ‘뭐야’ 하면서 읽었는데 상황이 어려우니까 믿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저도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부엌에 있는 칠판에다가 “2015년 <레이지마마> 10동” 이렇게 써놨었어요. 그러고 잊어버리고 있었죠. 그런데 기적처럼 2015년에 <레이지마마> 10동을 짓게 됐어요. 빚내서 땅을 사고 사람들한테 분양 대금을 받아 집을 짓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금세 마감이 됐어요. 너무 순식간에 기적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거예요.
수월  연희 님은 책으로 마음공부를 만나셨네요. 그때 이후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을까요?
연희  그때는 몰랐어요. 근데 돌이켜 보면 내가 어떤 사업 계획과 의지를 가지고 하려고 했던 일은 내가 예상치 못한 일로 좌절된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가운데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거, 돌을 고르고 잡초를 뽑는 단순한 일을 하면서 마음을 좀 편안하게 내려놨을 때, 그때 저 되게 행복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너무 기분이 좋았고. 그런 상태에서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일어난 거예요.
이런 경험으로 내가 의지를 가지거나 어떤 상을 딱 정해놓는 건 되게 중요하지만, 거기로 가는 길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한 번 했다고 해서 계속 그렇게 사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제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마음이 불안하거나 이제 갈팡질팡할 때마다 항상 기억하려고 해요. 하지만 어떤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이 어려울 때는 현실과 대면하지 않고 영성 관련된 책을 계속 찾고 읽으면서 글로 숨어들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걸 ‘영성 쇼핑’ 한다고 표현하죠. 저는 이런 부분은 되게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써니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도서관에서 《시크릿》을 처음 읽었어요. 전 새로운 거나 궁금한 걸 파헤쳐보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시크릿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추천도서도 읽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나도 뭔가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만 있다가 까먹고 있었어요.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로 취업을 했는데, 일이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일을 그만뒀는데 생활고에 시달리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손으로 하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유학을 가는 비전보드를 만들었는데 1년 뒤에 정말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됐어요. 하고 싶은 유학생활이었지만 혼자 있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때 명상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서연  스무 살 때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던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저에게는 그 일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책도 안 읽던 사람이었는데 문득 집에 있는 혜민 스님 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책으로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지금에 집중하는 능력을 훈련해서 키웠어요. 이후로 시크릿, 자기계발 관련된 책과 유튜브를 정말 열심히 보면서 공부하는 삶을 살았어요. 그러다 제주에서 지금 요가 선생님인 소냐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분이 알려주시는 요가는 제가 그전에 했던 요가랑 너무 달랐어요. 차담을 나눌 때 고민을 풀어놓으면 그분의 이야기로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되기도 하고요. 추천해주시는 책도 읽으면서 자기계발에서 영성으로 슥 넘어갔어요. 그런데 또 영성에 빠져서 (웃음) 옷도 몸에 붙는 건 다 버리고 화장도 안 하고 영성 책만 읽다가 지금은 다시 현실과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단계인 것 같아요.
 
마음이 힘들 때나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나만의 마음돌봄 방식이 있다면?

연희  전 뭔가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그냥 그걸 해요. 그걸 하면 괜찮거든요. 하기 싫다 좋다 이런 생각이 없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저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얼마 전까지 회계 업무를 해야 되는데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사실 하기 싫은 마음 때문에 괴롭잖아요. 그런데 그냥 그럴 때 가장 좋은 방식은 그걸 그냥 군말 없이 하는 거라는 걸 배웠어요. 걱정되는 게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그냥 바로 한다. 그게 저의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자 마음을 돌보는 방식이에요.
써니  저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하나는 깨끗한 요리를 만들어서 먹는 거. 그리고 두 번째는 죽음을 생각해요. 모든 건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잖아요. 지금 이 일은.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이 올바르지 않은 생활이라고 하면 그건 끊어내는 거고 아니면 그냥 이어가는 거고요.
서연  글로 써보는 거요. 감정이 올라오면 슬프다, 울고 싶다, 답답하다, 왜 이럴까 하면서 그냥 생각의 흐름대로 써봐요. 그럼 그 감정과 동일시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거든요. 생각만 하면 이 감정을 느끼는 내가 나라고 여기고, 내가 생각하는 것 같잖아요. 글쓰기는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을 떼어내서 바라볼 수 있는 정말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아요.
앞으로 <릴라>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연희  저는 캐주얼하게 명상을 안내하는 커리큘럼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불안해하잖아요. 명상은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방법이거든요. 영적으로 굉장히 고매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줄넘기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명상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센트럴파크에서 명상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고, <릴라>에서 그런 기회들을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써니  저는 <릴라>에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클래스를 계속 기획하고 싶고요. 마음 맞는 작가분들과 다기 세트나 책 등 콜라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서연  <고요한 하루>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일단 제가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행복하게 사는 저를 보면서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게요. 그게 먼저인 것 같아요.

공유하고 싶은 제주의 공간이 있다면?

연희  서우봉 둘레길이요. 너무 아름답거든요. 지인들 오면 꼭 데려가는 곳이에요.
써니  공항 근처에 있는 ‘차만’이라는 곳이요. 중국 운남 지역에서 만드는 차를 '보이차'라고 하는데, 산지에서 직접 만든 보이차를 파는 곳이에요. 차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서연  제주 덕천에 있는 ‘카페 헛간’이라는 곳이요. 목수님이 직접 지은 카페인데 내부에 들어가면 나무 향이 너무 좋고, 조용해서 책 읽고 쉬기 좋은 곳이에요. 고양이 두 마리도 있답니다. 

지금 님의 영혼이 담겨 있는

‘소울띵(soulthing)’은 무엇인가요?

연희, 써니, 서연 님이 지금 읽고 있는 책📚

📕 성공을 부르는 일곱 가지 영적 법칙
(디팩 초프라, 김병채 역, 슈리크리슈나다스아쉬람)

연희 픽! 이 책에서 “모든 문제는 기회의 씨앗을 품고 있다”라는 문장을 좋아해서, 따로 기록을 해두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Science of Being and Art of Living》을 천천히 읽고 있어요.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고, 디팩 초프라가 무인도에 세 권의 책을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냐는 질문에 선택한 책 중 한 권이에요.

📒 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장현주 역, 더클래식)

써니 픽! 어제저녁에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다시 읽었는데 좋았어요. 처음에 읽었을 때는 좀 몽롱하고 무슨 말이지 하며 읽었는데 어제는 내가 지금 이별을 하지도 않았는데 실연당한 사람 같은, 슬픈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 티베트 스님의 노 프라블럼
(아남 툽텐 린포체, 임희근 역, 문학의숲)

서연 픽! ‘참 본성과 멀어지는 것만이 실패다. 그것이 아닌 우리가 부르는 실패라는 거는 다 관념이다’라는 내용이 나와요. ‘갓생 캠프’를 운영하면서 마음이 힘들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너는 이미 그 실패를 했는데 다른 무슨 실패가 두렵니? 하며 제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어요.

※ 표지를 클릭하면 자세한 책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 추천
영혼이 담긴 글과 그림이 있는 전시관

<걸어가는 늑대들>

제주도 동쪽에서 워케이션을 하는 2주 동안 많은 곳을 다녀왔어요(지난 편지에서 말씀드렸지요?). 모든 곳이 다 좋았지만 특히 여운이 오래 남는 곳이 있어 님께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작은 미술관인 <걸어가는 늑대들>입니다.

<걸어가는 늑대들>은 동화작가이자 화가인 전이수 작가, 전우태 작가의 그림과 글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에요. 두 작가는 2008년생, 2010년생인데요. ‘영재’라는 타이틀로 매스컴에서 소개한 적도 있어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그림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고, 정기적으로 테마를 정해 이 공간에서 전시를 열고 있어요. 관람요금 중 일부는 제주미혼모센터, 국경없는의사회 등에 기부하고 있답니다. 이곳을 방문하기만 해도 선덕을 쌓을 수 있는 거죠.

제가 방문했던 때는 전이수 작가와 전우태 작가 작품과 ‘칠곡할매글꼴’ 콜라보 전시인 <괜찮아>가 열리고 있었어요(칠곡할매글꼴은 늘그막에 한글을 배우며 글을 쓰시는 칠곡 할머니들의 글씨체로 만든 폰트예요). 치유와 위로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전이수 작가와 전우태 작가가 전하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는 힘이 셌어요. 단순한 말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영성 책 한 권을 축약해서 담아놓은 것 같았거든요. 두 작가는 우리가 내면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삶을 헤맬 때 다시 중심으로 우리를 데려오는 일을 맡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제주에 가신다면, 꼭 한 번은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려요. :)

미술관 정보
📍 주소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56
📍 운영 시간  10시 30분 ~ 19시 30분
📍 관람료  어린이(초등학생까지) 1,000원, 성인 10,000원
📍 예약  시간대별 사전 예약 후 관람 가능(입장권은 인터넷, 미술관 내 아트숍에서 구매)

나의 소울 일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대에게

이미지 출처: Unplash
“새벽에 그렇게 요란하게 입고 나가면 안 부끄러워?” 
작년 여름, 매의 눈으로 달리러 나가는 나를 스캔한 와이프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아니. 안 부끄러워.” 꿋꿋이 대답하고 대문을 나서다 문득 내 복장이 궁금해서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위에는 러닝크루 싱글렛 나시 티에 야구모자, 러닝 베스트, 밑에는 짧은 레깅스, 그리고 러닝화다. 이상할 게 없는데? 어느 지점에서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나. 부실한 상체?
둘. 몸을 드러내는 싱글렛을 입은 것?
셋. 남자가 감히 레깅스를 입은 것?
넷.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덧입지 않은 불경함?
다섯. 새벽 조깅에 베스트까지 챙겨입은 요란함?

살펴보니 각각 나름의 이유가 있다.

1. 상체 부실 : 이건 뭐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가 근력운동을 안 했으니 할 말 없음. 쫌 부끄러워해도 된다.

2. 싱글렛 : 속옷 없이 입어도 되고, 땀 나도 안 쓸리고 얼마나 편한지. 기온이 영상이면, 달릴 때 필수 복장이라, 부끄러워하면 안 되는 필수품.

3. 짧은 레깅스 : 달리기 막 시작했을 때 직장 선배가 나에게 하나만 부탁한다고 했다. 혹시라도 레깅스는 입고 달리지 말라고. 정말 꼴불견이라고. 나도 말했다. “남자가 레깅스를 입어요? 아유, 전 계속 달리더라도 절대 그런 건 안 입을 거예요. 그걸 입고 어떻게 뛰어요. 진짜 미친 거죠!” 러너가 된 첫 번째 겨울, 나는 홀린 듯 트레이닝복을 벗고 레깅스 천국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동마(동아 마라톤) 때 빨강 레깅스까지 입고 달린 내 모습을 그 선배가 보았다면 기절했겠지 :) 형, 레깅스는 진리야!

4. 노 반바지 : 이건 가끔씩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처음 레깅스만 입을 때 왠지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자꾸 신경 쓰여서 집에 나설 때부터 계속 걱정을 했다. 나가서 달릴 때 누가 욕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위에 반바지를 입었다 벗었다 했었다^^; 하지만 이제 무뎌졌다. 아니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왜 또 덧입어? 그렇게 입으려면 차라리 레깅스를 안 입고 말지! 반바지는 가라. :)

5. 러닝 베스트 : 이건 휴대폰이랑 셀카 거치대 등등 넣기 위한 용도지, 잘 보이려고 요란 떠는 게 아니다. 이걸 안 메면 허리 벨트에 넣고 뛰어야 해서 선택한 어쩔 수 없는 필수품.

달리기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복장이 바로 지금 이 복장이다. 얌전떨고 부끄러워하는 것은 러너에게 사치다. 주로를 달릴 때 떨어지는 땀방울, 거친 호흡과 회전하는 두 다리는 달리는 것에 집중할 뿐 부끄러움을 모른다. 고효율은 부끄러움을 이긴다.

달리기 전엔 튀고 요란한 복장을 싫어해서 무채색 옷만 입었다. 하지만 지금은 색에 대한 금기를 넘는다. 분홍색 써코니 엔돌핀 프로3을 신고, 대학생 때도 입지 않은 소매 없는 싱글렛을 입고, 원색에 가까운 레깅스도 입어본다. 친구는 “빨간 바지? 미쳤냐?”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미쳤다. 하지만 이건 그냥 빨간 바지가 아니라, 레깅스 경기복이다. 오늘도 나는 성별, 색깔, 몸, 나이에 대한 세상의 금기를 넘는다.

2023년 3월 서울마라톤대회 풀코스를 완주하고, 인스타 지인들의 후기를 읽다가, 일부러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 안경만 쓰고 달렸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보통 못생김 방지를 위해 선글라스를 쓴다. 나 역시 못생김 방지와 햇볕을 차단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 그는 일부러 선글라스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의 모든 순간을 자신의 밝은 두 눈으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고 싶었다고…

과연 누가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할까.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순간에 땀 흘리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사진에 찍힌 러너가 부끄러워야 할지. 아니면 눈을 가리고 뒤에서 찡그리고 있는 러너가 부끄러워해야 할지. 못생김 방지에 신경 썼던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그렇다. 나는 부끄럽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속삭이는 자기 검열의 목소리가 그저 나는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자신의 망가진 순간을 보여주더라도, 선글라스 없이 투명하고 맑은 두 눈으로 모든 도전의 순간을 담아내려고 용기 낸 그분처럼 당당하게 살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진정 부끄러운 것은 세상의 편견이 아니라, 자신의 용기에 답하지 않고 고개 숙이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뜨겁게 응원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나와 당신을♡ _@iu.pacemaker

<나의 소울 일지>는

님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가족, 친구, 연인, 일터, 우연히 맞닥뜨린 일 등 살아가면서 겪은 다양한 일을 통해 내면을 살피며 알게 된 크고 작은 깨달음 이야기,
마음공부를 하며 겪은 소소한 생활 속 이야기,
다른 이들을 치유하는 힐러라면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답장을 나눠요
⭐백 년을 삶의 평균 주기라 한다면 반을 달려온 엄마이고, 아내이고 나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경제적 활동을 하며 오늘까지 쉬어본 적 없는 정말 대단한 "나"! (자기 연민에 많이 울기도 했으나 별로 위로되지 않아 정리하니 그럴 수 있었음에 감사함만 가득했어요.)
고생하는 엄마를 위한 잔다르크 같은 전투력으로 어려서부터의 삶은 사춘기조차 기억에 없기에 말 그대로 기억에 없는 건지. 건너뛴 건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 사춘기(저는 갱춘기일까요?^^)가 이 나이에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진중함으로 자꾸 저를 밀어 '멈추고, 혼자 생각하라' 채근하는 듯합니다. 책을 처방하는 한의사 선생님처럼 삶은 "참.나"를 반드시 만나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 중요함을 압니다. 해.야.만. 하고 사방에 당연한 사회적 당위성에 우리 모두는 마땅히 그렇게 살아갑니다. 오타가 나도 좀 쉬면 되지, 내 안에 내가 신호를 보내는데도 눌러놓고, 치워놓고 갈 길을 가야만 하기에 그저 또 가는 반복입니다. 그래서 아픈 "나"입니다. 그런 "나"를 만나야 합니다. 나의 남은 시간에 대한 알아감의 여행을 시작한 이제. 잘~~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를 응원하며 가득히 사랑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제주 조천에서 2년살이 중이에요. 저도 제주에 머물면서 자연이 주는 순수한 에너지를 많이 받고 다시 재도약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제주야!” 이렇게 의인화해서 부른 답니다. 절친 하하! 좋은 에너지 많이 충전하세요~ (수월: 완전 부럽습니다! 벌써 제주가 그리워요)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어떤 마음도 회피하거나 버리지 않고 바라보고 느껴주고 인정하며 그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모든 걸 수용하며 살아가는.. 아름답고 찬란한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_토다(블로그)
🎁다음 소울띵은 2023년 5월 11일 목요일에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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