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극단 숨의 윤슬과 라임, 그리고 줌으로 참석한 별꽃>
극단 숨 인터뷰: 마시고 머금고 내뱉고 섞이고
* 인터뷰이: 윤슬, 라임, 별꽃
* 인터뷰어 :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 음성스케치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 서문
  마시고 머금고 내뱉고 섞이고, 마시고 머금고 내뱉고 섞이고. 지구 상 모든 생물은 ‘숨’을 쉬며 살아간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숨을 쉬지 않는 헤네구야 살미니콜라라는 동물이 있다고 하는데, 예외로 치겠다.) 우리는 호흡이 시작된 순간 태어났고, 하루에 2만 번씩 숨을 쉬며 살아간다. 많은 순간에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숨쉬기를 멈추지 않는다. 요가와 러닝, 명상을 시작할 때는 가장 먼저 숨 쉬는 법을 배운다. 한 종교에서는 인간마다 정해진 숨의 횟수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만큼이나 우리에게 숨이란 삶의 근간이 되고 세상의 본질이 되는 존재이다.

 

극단 숨을 만든 윤슬은 예술을 매개로 사람들과 호흡하고, 섞이고 싶다고 했다. 예술이 사람들의 숨통을 틔어주는 매개로서 작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극단 숨과 대화 나누는 순간만큼은, 나의 지긋지긋한 만성 비염도 잠시 사라진 듯 했다.

 

예술을 매개로 세상과 살아가고 소통하고 싶은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게 뭘까? 계속 파고들면 결국은 숨 하나가 남더라고요. 사람이 숨이 딱 끊기는 순간 죽고 숨이 탁 트이는 순간 시작됐잖아요. 예술과 세상의 본질도 그 숨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숨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들을 했고요.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숨을 제대로 쉬고 있나? 제대로 호흡이 들어가고 있나? 숨을 못 마시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숨이 턱 막히는 경우도 많고요. 사람들이 예술의 숨을 들이마시면 되게 좋겠다. 그리고 그걸 몸속에 머금고 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담긴 것들이 뿜어져 나왔을 때 내뱉는 호흡들이 여기 안에서 섞이면 되게 좋겠다. 함께 호흡한다고 그러잖아요. 연극에서는 앙상블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숨이 섞여서 함께 살아가는 삶이 극단 숨을 매개로 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_극단 숨 윤슬


-충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서로 어떻게 만나 팀을 만들게 되었나요?

윤슬

윤슬이라고 합니다. 극단 숨은 2019년에 만들어졌는데, 제가 만들어서 엄청 엉망이에요. 기본적으로 제가 극단 숨의 주축이고, 프로젝트마다 섭외해서 팀원들을 꾸리고 있어요. 이번 꿈다락토요문화학교도 적절한 선생님들을 섭외해서 3명이 함께하게 되었어요. 극단 숨을 창단하게 된 이유는 지역사회로 스며들고 싶어서였어요. 처음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학교로 들어가거나 기관에 파견되는 일들을 했었는데, 그렇게 중앙에서 퍼지는 일보다는 지역에 스며들어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게 맞다는 생각이 점점 들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지역에서 하려면 고유번호증이 있어야 한다는 걸 절감하면서 단체를 만들었죠. (웃음)

 

충현

한국에서는 꼭 필요하죠.

 

윤슬

등 떠밀리듯이 서에 가서 신청해서 만들어진그래요. 연극을 기반으로 하긴 하는데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건 일단 인문 예술 교육이었어요. 예술을 매개로 사람들과 사유하는 게 되게 좋았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연극만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통합 예술 교육이 딱 저한테 적절했어요. 극단 숨은 예술을 매개로 사람 간의 존중 , 사람 간의 회복, 또 우리가 함께 미래를 사부작사부작 예술로 얘기하면서 같이 성장하면서 만들기 위해 만든 팀이긴 해요. , 이제 줌으로 참여하신 별꽃 자기소개하세요! 오늘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서 줌으로 오셨습니다.

 

별꽃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성남에 있는 위례를 기반으로 단체도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자연을 닮은 전통악기인 대금연주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제가 산림 교육 전문가 자격증이 있어서 도서관 근처에 있는 숲을 예술 교육의 매개로 사용하기 위해서 투입이 됐고요. 극단 숨과 함께하면서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윤슬

코 꿰었어요.

 

별꽃

대금이라는 악기의 소재가 자연물이에요. 그러다 보니 소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런 고민 속에서 생태 공부를 해야겠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니까 예술 교육이랑 생태는 이제 뗄 수 없는 부분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에 관련한 활동들을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닮은 대금 연주자 별꽃>

윤슬

여기 저와 같이 온 라임 선생님은 동네 주민이세요. 제가 여기 이사 온 지가 2년 정도 됐는데, 여기 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참여 예술인 사업이 있어서 같이 교하 도서관에서 작년에 뭘 했었어요. 그러면서 만났는데 너무 반가운 거예요! 바로 길 건너 아파트에

 

충현

예술 교육자가 살고 있었다니! (웃음)

 

윤슬

또 저의 선배님이시기도 해요. 배우이시면서 또 예술 교육도 하는 선생님이 딱 살고 계셔서 너무 잘 됐다! 우리도 동네에서 좀 놀아보자. 자꾸 멀리멀리 다니니까 너무 힘들잖아요. 우리 교하 도서관에서 내년에 꿈다락 하자!” 이래가지고 같이 이제 하게 됐죠.

 

라임

꿈다락 처음 해봤어요. 저도 여러 단체에서 연기도 하고, 연구도 하고, 시민 참여 연극도 만들고 있고요. 윤슬하고는 늘 작당모의 하며 지내요. 만난 지 2년 차인데 한 20년 안 것 같이 척하면 척! 하고 있어요.

<척하면 척!>
 
😤 극단 숨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극단 숨이 생각하기에 숨 쉰다는 것, 호흡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 극단 숨은 생태적인, 자연을 망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그러한 영역에 관심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윤슬

사람들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같이 공유해보고 나누는 게 좋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거의 집착하고 있죠. 저도 잘 숨 쉬고 살아가고 싶은데 지구가 너무 아프면 그럴 수 없으니까요. 조금 더 천연 재료로 할 수는 없을까? 쓰레기 좀 안 나오는 재료들을 사용할 수 없을까? 환경 문제는 그냥 느껴지잖아요. 지금도 막 비가 구멍 뚫린 듯이 오고, 장마 기간 끝났는데요. 이렇게 내 피부로 느껴지니까 안 할 수 없었어요.

 

별꽃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들로 무언가를 바꾸기에는 타이밍이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책이나 정부의 대응들이 굉장히 뒤떨어져 있다는 생각도 들고, 지역에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싶어서 예술 교육으로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고요. 작년에 제가 입주해 있던 공간에서 농사 활동을 했었어요. 기후 위기에 있어서 자급자족의 식생활은 가장 기본적인 대응 방법이 될 거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근데 작년에 노하우가 없어서 완전 농사를 망쳤어요. (웃음) 땅도 되게 척박했고 가을장마가 너무 길었기 때문에 뿌리들이 내리지 못하고 수확을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보완을 해서 가족 참여자들을 모아놓고 배수가 잘되는 땅에 비료 같은 것들을 많이 넣은 덕에 여름 수확은 무사히 끝냈고 이제 가을 식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한테는 농사가 놀이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놀이화를 했어요. 어떻게 보면 단순노동이지만, 아이들이 생태 쪽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을 해봤죠.

 

소똥

아이들의 시선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셨군요.

 

별꽃

, 아이들이 평소에는 자연물을 만지거나 벌레들을 보는 걸 두려워하거든요. 나랑 다르게 생겼고 지저분해 보이면 혐오하는 느낌을 쉽게 가져요. 그런 것들을 연극적인 기법이나 예술적인 기법들로 나와의 연결성을 가지게 해주면, 그냥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하잖아요. 나와 연관성이 생겼으니 조금 더 아끼고 보호할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들인 것 같아요.

 
🦉 꿈다락을 통해 진행하는 수업을 소개해주세요.

윤슬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교하 도서관이라는 장소에서 출발했어요. 도서관에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중에서도 관심이 갔던 건 도서관 가는 길이 무조건 숲을 지나야 된다는 거였어요.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도서관을 오려면 숲을 거쳐서 와야 돼요. 거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 공간이 상상의 공간인 것 같았어요. 옛날에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만화 모르시죠?

 

충현

폴은 몰라요. 앨리스까지는 아는데.

 

윤슬

이렇게 가운데 무슨 공간이 생겨서 거기로 쏙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다른 차원이 펼쳐지고 이런

 

충현

닥터 스트레인지(웃음)

 

윤슬

그런 느낌이에요. 연극은 기본적으로 상상의 세상이 펼쳐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공간이 되게 매력 깊게 다가왔고, 더 좋은 건 숲이래요. 생태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 공간이랑 연극이 연결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봐야겠다. 요즘 초등학교에 나가보면 아이들이 줌 수업을 너무 해서 함께 어울리는 수업을 힘들어해요. 근데 연극은 무조건 섞여야 되잖아요. 연극이 되게 필요한 시점이에요. 1기와 3기 수업은 숲에 나가서 아이들이 좀 다양한 의식도 해요. 숲의 정령한테 안전하게 놀 수 있게 해달라는 움직임과 의식도 하고, 숲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것들을 관찰해요. 씨앗 같은 것도 보면서 터뜨려서 날려보기도 하고, 여러 식물도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열어주려고 하죠. 자원이 될 수 있는 소스들을 열어주고 다음 주에 돌아와서 거기에서 들었던 소리들과 영감들로 악기를 이용해서 아이들이 연주를 하고, 숲 연주회를 해요. 그 다음 주에는 자연의 재료들로 인형을 디자인하는 작업도 하구요. 그 디자인 보여드리고 싶은데,

 

충현

! 보여주세요!

 

윤슬

이런 식으로 디자인을 먼저 했어요. 얘는 용 신령이에요. 26천 무슨 경 살이에요.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을 혼내는 게 하는 일이래요. (웃음)

<2억 6천 무슨 경 살의 용신령>

충현

할 일이 많겠다. (웃음) 생각보다 퀄리티가 되게 높네요. 나보다 확실히 잘해.

 

윤슬

그렇죠. 저희도 되게 놀랐어요.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들이 주인공이 된 어떤 이야기를 창작해요. 그다음에 연습을 하고 마지막에 발표회까지. 이 과정은 예술가가 인형극을 창작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아이들이 밟아보는 거예요. 2기하고 4기는 연극하는 거예요. 첫 수업에서는 각자 흙을 이용해서 빚어보면서 나를 표현해요. 어떤 아이는 달팽이와 그 위에 사람이 타고 있는 걸 만들어 놓고, 자기는 되게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고 싶고 사람은 학원 같은 거래요. 사회래요. 그래서 자기가 느리게 가는 걸 방해하는 거래요.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요. 그다음에 그 인형을 들고 숲에 나가서 찍어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연극으로 발표회까지 하는? 어쨌든 아이들이 협업을 하면서 서로 존중하는 것들, 그리고 창작을 해내는 것 그리고 생태에 스며들어서 함께 해요.

<극단 숨의 꿈다락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 윤슬, 라임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배우로 활동하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배역을 맡아 진행해오셨을 것 같은데요. 맡았던 배역 중 나에게 가장 맞는다고 느꼈던 배역과 가장 맞지 않았던 배역이 궁금합니다.

라임

나답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충현

요즘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는 가면이 많거든요. 어디에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성격이 돼요. 일할 때일 수도 있고, 되게 말 안 하고 있는 관계도 있고, 재밌게 있고 싶은 관계도 있고. 근데 말 안 한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다른데, 그러다 보니까 좀 나답게 있고 싶은데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다가 또 최근에 드는 생각은 그냥 그때그때 순간이 딱히 나답지 않은 것도 아닌 것 같은 거예요. 되게 어려운데 이 질문을 드리는 의도 중에 하나도 이분들은 나답다는 걸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어요.

 

라임

어떻게 초점을 맞추고 나다움에 대해 생각해 봐야 되나 이런 거죠. 사실 나다운 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사회에 섞여가지고 바쁘게 살다 보니 잊은 것일 수도 있겠죠. 근데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니까 어렵네요.

 

충현

그냥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온전히 편해지고 싶어요.

 

라임

제가 느낄 때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살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은데저는 나다울 때도 있고 나답지 않을 때도 있는데 둘 다 받아들여요. 나다울 때는 제일 편한 사람들과 제일 편한 옷을 입고 제일 편한 몸으로 있을 때이겠지만, 그런 순간이 지속되다 보면 새로운 강한 충동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욕망이 발현되죠. 그러면 또 다른 곳으로 가서 나답지 않은 불편함을 견뎌가면서 다시 내가 원하는 걸 이루면 이게 또 내가 원하는 나다운 거였나?’ 하다가 또 힘들고 스트레스 받고 지치니까 다시 돌아가고 무한 반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네요. 그러니까 나다운 거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웃음)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충현

배역에 대해서 여쭤봤지만 진짜 삶에 대해서 얘기해 주신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라임

배역, 그렇죠. 배역에 대해서 여쭤보셨구나! (웃음) 배역은 항상 재밌죠. 고민의 순간이 많을수록 더 좋고, 근데 배역도 그런 것 같아요. 두 달을 봐도 맞게 해석하는지 모르는 배역이 있고, 대본을 받자마자 이 사람은 내가 정말 머릿속까지 들어갔다 나올 수 있어! 이 정도로 확 공감이 가는 역할이 있어요. 근데 그럴 때 되게 잘 나와요.

<공연 중인 라임. 뭘 드시고 계신지 궁금하다.>

윤슬

역할은 어쨌든 인간이다 보니까 공통점이 많은 역할을 만나면 옷을 입기가 편해요. 나랑 비슷한 면이 많으니까. 근데 나의 성향과 생각, 사상이 역할과 안 맞거나 완전 반대 선상에 있는 경우에는 불편하긴 해요. 근데 어쨌든 결론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구석 하나는 맞는 부분들이 찾아져요. 되게 불편한데 제 몸에 맞게 하기 위해서 수선 과정을 (웃음) 거치다 보면, 공통점을 찾거나 변형되거나 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요.

 

라임

별꽃이 계속 끄덕끄덕하고 있어.

 

윤슬

직업적인 배역 외에도 인간은 일상적으로 역할을 많이 갖고 살아가고 있어요. 저의 경우는 딸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배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선생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친구 역할을 하기도 하고, 후배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소똥

그렇죠.

 

윤슬

지금도 여러 역할을 만나면서 생각하는 건, 사람은 어쨌든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내가 이 비중을 어디에 얼마나 두고 살아가느냐가 조금 다르다는 거예요. 이 모든 게 그냥 나지. 그런 역할들의 균형을 잘 잡는 게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겠구나. 그리고 나다운 거라는 건 평생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지금 딱 정의할 수 없다는 걸 느껴요. 지금 이 순간도 나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거라는 거죠.

 

라임

(박수)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윤슬

옷을 좋아하고 직업상 의상이 많이 필요하니까 벽면 한 편이 다 옷이란 말이에요. 이쪽 4분의 1은 흐물흐물하고 내추럴하고 휴양지에서 입을 법한 원피스 위주의 옷들이 많아요. 제가 효율을 되게 중요해서 위아래 따로 챙겨서 입는 것조차 시간도 아까운 거예요. 그런 류가 있고 이쪽은 사회적인 일을 해야 될 때 입는 준-정장 스타일의 무채색 옷들이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어요. 근데 별꽃이 갑자기 오더니 선생님! 이제는 저쪽(자유로운 휴양지st)에 있는 옷을 입어야 될 때야!”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웃음) 그러면서 느낀 건 그래, 내 본질 안의 자연이는 원피스를 추구하지만 난 또 이 많은 일들을 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조화롭게 이것도 입고 저것도 입고 그게 나다운 거야.’

 

별꽃

저도 굉장히 내추럴하고 다루기 편한 소재의 옷들을 좋아하는데, 휴양지에 갈 때 입는 옷! 일할 때 입는 옷!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윤슬

일어나 주세요! 일어나세요!

 

별꽃

원피스에요, 원피스. (웃음)

 

윤슬

우와~~~ 우와~~~ 사진 찍을게요! 더 뒤로 가주세요! 어 좋아요~ (웃음) 찍었어요.

 

별꽃

대빵 어색하다 이거 진짜. (웃음) 실물로 보여드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입꼬리만 봐도 대빵 어색해보이는 별꽃>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들이 있나요?

라임

저는 그냥 막 주어진 대로 사는데, 문어발처럼 할 수 있는 나의 능력치를 여러 개로 만들어 놨던 것 같아요. 근데 본캐는 결국 연극이에요. 연극에 방해되는 시간에 일을 하러 가는 모든 직업은 다 배제해버리거든요. 0순위가 연극! 밤에 연습해요. 그래서 낮에 생계를 하는데, 아주 초기에 별로 전문적인 기술이 없을 때는 우유나 녹즙 배달을 했었고 그러다가 부모님 졸라서 닭갈비집을 했었는데 1년 만에 망했죠. 그다음에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훈련시켜서 데뷔시키는 그런 일도 했었고. 입시 학원에도 있다가 때려쳤어요! 그렇게 다양한 일들을 해오다가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게 학교 예술 강사거든요. 오전에만 할 수도 있다 보니 학교 예술 강사나 아니면 짬을 내서 할 수 있는 지원 사업? 그거 외에 다른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15년 전부터 예술 강사로 수입을 올리고 있죠. 그냥 생활비 보태고 있어요. .

 

별꽃

저의 본캐는 뭔가 공부하는 모습? 혹은 낯선 곳을 여행하는 모습? 호기심 가득한 상태로 돌아다니고 만남들이 이루어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요. 부캐는 직업적인 것과 관련해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했던 모든 활동들이죠. 그리고 오래 악기를 하다 보니까 신체 밸런스가 많이 깨져요. 근데 결국에는 연주는 신체로 하는 거고, 신체가 온전하지 않으면 연주가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어요. 요가는 중력을 어떻게 하면 잘 버티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에요. 중력을 버티는 방법을 잘 알게 되니까 연주가 훨씬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동네에서 요가 강사로도 활동을 얼마 전부터 하기 시작했거든요. ‘~ 나는 전공을 못 살리더라도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걸어 다니면서 일하고 싶다’ (웃음) 저의 가치관들을 수많은 부캐들로 조금씩 실천하고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라임

선생님 진짜 멋있어요! 어우~ 나도 저렇게 뭐를 멋있게 말하고 싶다~ 쌤 저 인터뷰 다시 할게요. (웃음) 연극은 무슨! 저는... 저도 여행을 다니면서 (웃음)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본캐입니다. 와아아아~ 좋아좋아~~ 요가가 중력을 다루는 일이었구나. 어우~ 처음 알았네!

 

별꽃

제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라임

내 몸을 다루는 줄 알았더니 중력을 다루는 거였어!

 

윤슬

나는 요가가 호흡을 다루는 거라고 생각해!

 

충현

요가에는 모든 게 담겨있네요.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윤슬

그럼요. 그럼요. 저의 본캐는! 세상을 여행하는 여행자! (웃음) 이 지구에 놀러 온 여행자! 그래서 지구를 정말 효율적으로 즐겁게 1시간도 아깝지 않게 여행을 다니면서 쓰고 있어요. 그래서 지구에 놀러 온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아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이렇게 살고 있어요.

 

충현

오와우

 

윤슬

가장 제 본캐의 본질과 가까운 역할은 배우라는 예술가 역할인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떠돌아다니고 하고 싶은 걸 선택해서 할 수 있고. 연기가 그렇거든요. 내가 해석하기 나름이잖아요. 내가 창조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내 삶을 이렇게 막 창조해내 가면서 사는 이 과정이 본캐인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과정 중에 너무 많은 일들을 부캐로 하고 있는 거죠. 수도 없어서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윤슬의 본캐. 멋진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윤슬

! 먹고 사는 문제에 되게 관심 많으신 별꽃 이야기해 주세요!

 

별꽃

관심 많습니다. (웃음) 문화 중에 가장 스펙트럼도 넓고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가 식문화잖아요. 자기가 먹는 식단에서부터 더 디테일하게는 이 어떤지에 대한 것도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가 문화예술에서는 다뤄지기가 어려우면서도 꼭 다뤄야 되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자급자족의 식문화를 어떻게 잘 구축할 수 있을까를 작년, 재작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아요. 수확한 게 다 버려질 수도 있고, 내가 먹고 싶어도 수확 시기가 안 돼서 못 먹는 때도 되게 많아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저장해서 먹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가 예술을 하며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소비를 최소화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막상 농사를 짓고 그쪽에 인맥들이 열리면, 제가 뭘 사 먹지 않아도 갖다주는 것들이 되게 많아요. 그런 걸로 해결하는 것도 많아지고. 저희 부모님이 또 전원생활을 하셔서 거기서 오는 수확량들이 엄청 많기도 하죠. 사실 제가 오늘 갔으면 호박을 드렸을 텐데(웃음)

 

윤슬

호박! 호박 주기로 했잖아요! 오늘 호박 가져오신다고 그랬거든요. 오늘 호박 나눠주기로 했잖아! (원망)

 

별꽃

택배로라도 보내드릴까요?

 

윤슬

아니요! 탄소 배출 줄입시다! (웃음)

 

라임

저는 먹는 데 막 이렇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먹는 건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데, 저는 사람들이랑 먹는 게 좋아요.

 

윤슬

같이 먹는 거!

 

라임

그래서 맛있는 거 진짜 잘해요. 저는 요리를(웃음)

 

윤슬

맞아요!

 

라임

그리고 어디 여행 가고 싶으면 거기 음식을 만들어요. 그래서 향신료 파는 데를 많이 알아요. 재래시장을 투어를 해가지고 그런 향신 채소 향신료 이런 거를 사서 만들죠. 막 많이 만들어 가지고 친구들을 막! 불러가지고 (웃음) 막 먹고 놀고 이런 걸 좋아해요.

 

소똥

너무 좋다.

 

라임

시간 날 때마다 하고, 저만 위해서는 그냥 찬밥에 물 말아 먹어요. (웃음)

 

소똥

대접할 때 만드는 음식이 있나요?

 

윤슬

샐러드! 샐러드!

 

라임

샐러드도 꼭 하고, 또 이제 모든 식재료를 다 활용하자. 탄수화물도 넣고 단백질도 넣고 다 하자! 고기 요리부터일단 코스! 일단 코스로 내요.

 

윤슬

계속 나와요! 코스로! 여기 집에 가면 들어가자마자 끝날 때까지 계속 요리가 나와요.

 

라임

식탁이 비면 안 된다! 식탁이 비면 계속 나간다.

<요리왕 라임의 솜씨. 인터뷰를 라임의 집에서 했어야 했다.>

윤슬

배가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연기하면서도 사실은 못 먹고 살지 않아요. 먹을 수는 있어! 엄마 밥 먹으면 되고 친구들 사 먹을 때 , 나 좀 줘해가지고 먹을 수는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다들 우리한테 그 직업이 먹고 살 수 있어?”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먹고는 살 수 있어! 돈을 못 모아서 그렇지.” (웃음)

 

라임

그래서 저는 요리법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싼 재료로 진짜 고급 요리 만들자. 그래야 우리가 풍족하게 먹는 느낌

 
🕜 극단 숨은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윤슬

극단 숨은 어쨌든 사람을 만나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공연 창작 쪽에서도 참여하는 형식의 연극들을 했었고 주제는 항상 전통과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긴? 그런 주제로 작품을 해왔죠. 예술 교육 쪽은 통합 예술 교육이면서 생태와 관련된 주제들을 연결해서 하고 있는 중인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할 것 같아요. 저의 모든 중심은 그냥 인간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서로 살기 위해 회복돼야 되는 지점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지점들? 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소통해야 되는 지점들? 그 세 개의 지점들을 예술을 탁! 펼쳐주면 그런 장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고, 앞으로 그런 일들을 꾸준히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저의 생애주기의 이슈에 따라, 또 사회의 이슈에 따라 주제들은 변할 수 있겠으나, 그 본질과 맥락 안에서 움직일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라임

제가 지금 뒷북 블로그를 보고 있거든요. 왜 뒷북인가요, 앞북이 아니고? (웃음) 이 조합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활동들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요? 어쨌건 동네에 공동체를 마련해서 청년들이 주축이 돼서 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 활동 내용도 주제나 소재가 다양하고 관심 분야도 많은 것 같고요. 예술도 아니고, 동네 살림도 아니고, 뭔가 사회 운동 환경 운동도 아닌 거지. (웃음) 제가 다 키운 아들도 청년에 접어들었거든요. 걔도 잘살아야 하는데, 궁금했어요.

 

충현

원동력은 뭘까요. ... 살아가야 되니까? 어차피 어딘가에서 살아가야 된다면 뒷북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이 공동체가 처음 보면 뭐 하는지 모르겠는 단체일 수 있지만, 그게 사실 보면 조합원 각자의 욕구가 담겨 있어서 그런 거예요. 각자 각자가 하고 싶은 것들이 모여서 그런 다양한 그림들이 모이게 되는 거거든요. 톤도 다르고 포스터 누가 했는지도 다 다르고, 어떤 사람이 기획하고 있는지도 다르죠.

 

소똥

저 같은 경우에는 뒷북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좋아했던 사람들이었거든요? 그 신뢰하는 관계가 되게 큰 것 같아요.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관계들이 꽤 깊은 것 같고, 저도 그렇게 느껴요. 일단 그게 좀 큰 것 같고, 그러다 보니 , 내가 부담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뭐라도 좋으니까 해보자.”라고 해서 거리낌 없이 시도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라임

그게 왜 이렇게 내가 흥미로워하냐면, 기성세대들이 무언가를 조직해서 단체를 만든다면 기성세대들은 제일 큰 게 공동의 목표나 효과, 기대치. 근데 사실 예술 교육도 사회적으로 어떻게 효과를 당장 보기 쉽지 않잖아요. 근데 뒷북을 딱 보니까 별로 목표도 없고 (웃음) 별로 기대 효과 없어도 되고 별로 잘 안 해도 되는 것 같은있는 그대로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다만 있으면 되는 그런 느낌인데 이게 몹시 효과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나중에 이거 좀 더 연구하고 놀러 가고 싶어요.

 

별꽃

저도 유튜브 구독하고 팔로우 신청하고, 블로그도 이웃 신청해놨습니다.

 

라임

쌤 진짜 빠르다! (박수)

<윤슬은 인터뷰가 끝난 후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극단 숨 인터뷰: 마시고 머금고 내뱉고 섞이고 끝.
님!

해당 뉴스레터를 읽고 '극단 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작성해주세요!
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사진: 소재용, 극단 숨
  • 장소: 일산 스터디 카페
  • 인터뷰 발행일: 202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