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학의 답답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컴퓨터 배우겠다는데 왜 막습니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고려대 컴퓨터과학과 모집 정원을 확인해 만든 그래픽입니다. 
 지난해 중앙일보에 ‘알고리즘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던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번 학기에 ‘자료 구조(Data Structure)’라는 이름의 학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배우는 과목입니다. 수강생이 230명입니다. 서울대 컴공학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강의입니다. 150명 수업을 계획했는데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정도로 늘렸습니다. 수강 신청자는 230명보다 많았는데 그 이상은 감당이 어려워 거기서 끊었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입니다.  

 수강생 중 컴공 전공자(복수전공ㆍ부전공 포함)는 50명 미만입니다. 나머지 수강생의 전공은 국문과, 작곡과, 경영학과 등 다양합니다. 작곡이나 문예 창작 영역에도 컴퓨터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IT) 업계로 진출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학생도 많습니다. 

 강의 계획에 프로그래밍 과제를 여섯 번 내게 돼 있습니다. 그 과제 수행을 교수 1인이 일일이 도와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수업에 조교 7명을 뒀습니다. 대학원생 5명, 학부생 2명입니다. 서울대 컴공학부 교수는 34명입니다. 이 수업 하나에 여러 명의 교수를 투입할 형편이 아닙니다. 따라서 같은 과목의 강의를 여러 개 개설해 수강 신청자들을 나누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수업은 비대면 방식입니다. 다음 학기에 대면 수업이 재개돼도 컴퓨터가 있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대에 컴퓨터가 있는 강의실의 최대 수용 규모가 50명이 넘지 않습니다. 서울대에서 컴공학부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기까지가 문 교수에게서 들은 교육 현실의 단면입니다.

 2021학년도 서울대 컴공학부 정원은 70명이었습니다.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15년 만에 증원이 됐습니다. 내년 신입생은 80명이 됩니다. 제적이나 자퇴로 줄어든 학생 수를 신입 정원에 반영할 수 있게 돼 간신히 그 정도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위의 그래픽을 보면 연세대, 고려대의 컴공 정원은 계속 그대로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컴공 전공 학생 수는 2000명이 넘습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입학 정원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입학 정원을 1명도 늘릴 수가 없습니다. 수도권 과밀화를 막는다는 취지의 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각 대학에서 특정 전공의 정원을 증원하려면 그 대학의 다른 전공 정원을 줄여야 합니다. 컴공 정원을 확대하려면 그 수만큼 다른 학부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전공 교수들이 동의할 리가 없죠.  

 대학본부가 그런 결정을 하려면 최소한 학사 행정 마비는 각오해야 합니다.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6년에 염재호 당시 고려대 총장이 각 단과대에서 정원을 조금씩 줄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신문물을 배우고 연구하는 ‘크림슨 칼리지’라는 단과대를 만들려다 사퇴 요구에 시달렸습니다. 교수ㆍ학생의 반대가 엄청났습니다. 학생들이 학교 본관을 검거했고, 염 총장이 결국 손을 들고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총장의 권한으로 ‘정원 이동’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총장이 독재를 해야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산업계, 교육계, 언론에서 이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고,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주장한지도 제법 오래됐습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교육부와 청와대는 남의 나라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만 뜨면 개혁을 말해 온 정부인데, 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기억을 되짚어 봤는데요, 정말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빙긋이 웃는 교육 부총리 얼굴만 떠오릅니다. 그나마 검찰, 부동산, 경제처럼 개혁 바람 속에 개악이 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컴퓨터공학 분야만 현실이 이런 게 아닙니다. 반도체 쪽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이 기사에는 대만이 어떻게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더 모닝's Pick
1. 델타 변이에 1차 접종 효과 33%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한국에도 확산될 수 있다고 합니다. 😰 백신 1차 접종으로는 대응이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1차 접종으로는 예방 효과가 33% 수준이고 2차 접종까지 마쳐야 60% 이상 효과가 난다고 합니다. 방역당국이 시민에게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응해 달라고 합니다. 대다수가 없어서 못 맞습니다. 😠
2. 대체 공휴일 법 상임위 통과
 8월 16일, 10월 4일과 11일, 12월 27일. 스마트폰에 표시해 놓으세요. 대체공휴일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사실상 확정입니다. 대체공휴일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속 논란이 돼 온 부분인데요, 법적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3. 비판 이어지는 25세 1급 발탁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1급 비서관으로 발탁한 청와대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1급은 차관보급입니다. 저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에게 제공되는 급여, 연금, 각종 지원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것입니다. 왜 국민 돈으로 대통령이 이런 생색을 냅니까? 본인 돈으로 월급 주는 경우라도 이렇게 했을까요? 아껴쓰셔야죠.😟 청년 정치인을 파격적으로 발탁하면 젊은이들이 박수칠 줄 아셨나요? 그게 바로 청년들을 어린 아이 취급하는 꼰대 마인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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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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