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컬리 투자 유치 2.트렌비 월간 흑자
 2023.04.12 23-014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컬리의 기업가치가 여전히 3조 원인 이유
  02 트렌비, 적자 해치웠나?
  03 뉴스 TOP5 - 'Today at Apple이 무엇인가요?'

   

컬리의 기업가치가 여전히 3조 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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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지난 4월 10일, 컬리가 앵커 PE로부터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컬리는 또 다른 기존 투자자들과도 추가 투자를 논의 중이라고 하는데요. 최종적으로는 1,2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이는 컬리에게는 오래간만에 좋은 소식이었는데요. 올해 1월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힌 이래 다양한 부정적 전망에 시달려 왔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3조 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건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데요. 고점 기준으로는 4조 원까지 거론되던 몸값이, 상장 신청 당시 무려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에 비해선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당연히 기존 투자자가 본인이 가진 지분의 가치 방어를 위해 컬리에 대해 일정 부분 고평가한 덕분이긴 합니다. 앵커 PE가 바로 컬리에 4조 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여 무려 2,500억 원을 투자했던 당사자이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기존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컬리가 자신의 로드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면, 추가 투자를 결정하거나, 3조 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컬리는 상장보다는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시간을 버는 것이 플랜 A였던 걸로 보이는데요. 상장 철회 이전부터 투자 관련 논의가 있었어야 지금 시점에 이를 확정 짓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투자로 인해 컬리는 기존 1년에서 1년 반 사이로 추정되던 런웨이*를 2년 이상으로 연장시키는 데 성공하였는데요. 과연 2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컬리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컬리가 세웠을 전략을 한번 추측해 보았습니다.

※런웨이(run-way): 스타트업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

컬리가 미리 파둔 3가지 굴은?

우선 컬리가 내밀었을 첫 번째 카드는 역시나 뷰티컬리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컬리는 오랜 기간 유지해 오던 서비스 명을,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바꿨을 정도로 뷰티컬리 론칭에 진심이었는데요. 작년 11월이라는 론칭 시점은 누가 봐도 올초 상장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뷰티 확장이 온라인 장보기라는 기존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악수라고 평하기도 하지만요. 사업적으로만 보면 성장과 수익, 2가지 관점에서 모두 이는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벽배송의 효율을 높이고, 고객의 외연을 2030 연령대로 확장하며, 정체된 성장 속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다만 아직은 신규 서비스인 만큼 무언가 숫자로 증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뿐입니다.


물론 컬리는 신사업 하나에만 희망을 걸고 있는 건 아닙니다. 본진인 마켓컬리에서도 반전을 준비 중인데요. 우선은 전사적인 전략 방향을 고객 수의 규모 확대보다는 고객 생애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여 수익성 증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컬리는 2019년 기존 CJ대한통운에게 의지하던 중간 물류 거점 TC(Transfer Center)를 내재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엔 새벽배송 서비스를 충청, 영남권으로 확장하는 등 물류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였는데요. 따라서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이들 물류센터의 가동률과 배송 차량의 공차율을 개선하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충분히 많은 주문 수가 필요했고, 따라서 고객 수 성장에 우선적으로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쿠폰 등 프로모션에 의지하게 되었고, 쿠폰으로 성장한 서비스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매출 규모는 정상 궤도에 올랐고, 여유 자금 역시 넉넉하지 않기에 성장보다는 수익으로, 신규 고객 확보보다는 충성 고객 육성으로 전략을 변경한 겁니다. 그래서 컬리 베네핏이라는 새로운 멤버십도 테스트하고, 현재는 뷰티컬리를 제외한 프로모션은 완전히 축소시킨 상황이고요.

다만 이렇게 되면 수익성은 개선될지 몰라도 당연히 성장성은 저하되게 됩니다. 그리고 뷰티컬리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사업이기에 여전히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컬리는 이달 6일 동남권 물류센터를 오픈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습니다. 재작년 컬리가 영남권에 샛별배송을 선보이긴 했지만, 물류센터 부재로 인해 수도권과 달리 오후 6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는 경우에만 이용 가능한 반쪽자리였는데요. 이제는 동일하게 오후 11시까지 주문한 모든 주문에 대해 샛별배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 겁니다. 영남권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큰 시장이라 할 수 있기에, 이번 오픈을 계기로 컬리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컬리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며 이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컬리는, 올해 뷰티컬리가 기대보다 부진하더라도, 최소한의 추가 성장 분은 확보했다고 볼 수 있고요.

이처럼 컬리는 적어도 최소한 3개의 굴을 미리 준비해 놓은 상황입니다. 만약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아마 컬리의 상장 재도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겁니다. 아마 이러한 로드맵에 동의했기에 앵커 PE 등의 투자자들도 한 번 더 컬리를 믿어보고자 했을 거고요.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합니다

물론 실제 컬리의 속내가 앞서 추측한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적어도 컬리가 이번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컬리는 올해와 내년, 마지막 기회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달려갈 거고요.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건, 이번 상장 철회 과정 때문에 컬리를 향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상장을 하기도 전인데, 비상장 주식 거래 가격이 급락한 것을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기사가 나올 정도인데요. 유독 얻어맞는 컬리가 때로는 안쓰러워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컬리가 대한민국 스타트업계를 상징하는 아이콘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컬리는 많은 이슈를 모으는 기업이라 할 수 있고요. 지금은 여러모로 비판을 많이 받고 있지만, 결국 이 또한 관심의 방식 중 하나이기에, 컬리가 반등만 잘 해낸다면 이를 오히려 더 큰 성과로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 투자 소식 하나 만으로 분위기를 바꾸긴 어려울 것 같고요. 조금 더 빠르게 로드맵대로 진도를 빼서, 쿠팡처럼 최소한 분기 흑자 소식 정도는 전하는 일종의 쇼맨십이 필요해 보입니다. 과연 컬리는 올해 안에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고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유심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렌비, 적자 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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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비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장 급성장한 버티컬 커머스는 역시 명품 플랫폼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흔히 머/트/발이라고 묶어 부르는 3사는 정말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엔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상당한 수요가 이동하였고요. 다양한 플랫폼들이 명품 전문관을 론칭하며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명품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올해 3월 기준 명품 커머스 3사 앱의 월간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49%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자, 명품 플랫폼들도 전략 변경에 나섰습니다. 성장 중시에서 수익 중시로 급선회한 건데요. 이들 모두가 올해 안에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가장 먼저 BEP 돌파에 성공한 건 바로 트렌비였습니다. 3월 월간 기준이긴 하지만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건데요. 트렌비는 마케팅 효율성 개선, AI 기술 기반 운영의 고도화, 그리고 중고 제품 리세일 신사업의 성장이라는 3가지 요인 덕분에 흑자 전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비결을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 봤습니다

트렌비가 본격적으로 수익 기조로 돌아선 건 작년 7월부터였다고 하는데요. 비록 2022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882억 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 적자를 300억 원 규모에서 200억 원 규모로 무려 31.5%나 줄이는 데 성공합니다. 특히 광고 선전비는 거의 60% 가까이 절감하였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연간으로는 여전히 영업손실률이 -23.6%에 달할 정도로 흑자 전환의 길은 멀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비결을 당사자인 트렌비 박경훈 대표에게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메일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Q) 흑자 전환까지 거의 10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6개월 정도를 예상했는데, 명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당초 예측했던 거래액과 차이가 나면서 많이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적자 폭은 작년부터 꾸준히 줄고 있었고, 작년 10월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인 상황이었습니다.

Q) 흑자 전환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들을 진행하셨나요?
A. 주변에 조언을 구했을 때 공통된 이야기는 지출을 줄이고, 그중에서도 마케팅 비용과 조직을 축소하라는 거였습니다. 이에 따라 먼저 조직 전체의 목표를 거래액이 아닌 판매이익으로 조정하였고요. 우선 조언대로 마케팅 효율을 개선하였습니다. 이때 CRM을 개편하여 자동화 알람 기능을 보완하고, 추천 AI 고도화가 큰 역할을 하였고요. 또한 오퍼레이션 측면에서는 정가품 감정 AI를 개발하여 베타 서비스 오픈 후 감정 업무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고 사업을 지속 성장시켜, 새 상품 판매는 다소 줄더라도, 중고 거래액의 성장을 통해 이를 상쇄시키고 있습니다.

Q) 리셀 시장 역시 경쟁 과열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렵지 않나요?
A. 팬데믹 시기 리셀 시장이 과열되었던 건 맞습니다. 다만 저희는 C2C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고, 리셀 보다는 실사용했던 중고 거래 중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 같습니다. 이 시장은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제대로 하고 있는 사업자가 없거든요. 다만 오프라인 중심의 플레이어로 고이비토나 구구스가 존재하는데 향후 이 시장을 같이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흑자 전환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A. 예상보다 더 거래액 성장이 둔화되면서, 결국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요. 30%의 인력의 권고사직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신규 사업팀은 거의 정리해야 했는데,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글로벌 진출도 접어야 했고요. 이러한 과정이 가장 뼈아팠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트렌비는 고통스러운 노력 끝에 월간 흑자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과감하게 이에 대처하는 결단을 내리며, 모든 조직의 목표와 실행을 이에 맞춰 정렬한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는데요. 월간을 넘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쏘카의 박재욱 대표 역시 개인 블로그에 빠른 전환 속도의 중요성을 그 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회사가 처한 상황의 차이도 있겠지만, 3월부터 전환에 나선 쏘카는 연중 성과를 거둔 반면, 7월 이후 움직인 트렌비는 올해가 돼서야 첫 결실을 얻게 된 점도 의미 있다고 보았고요. 기업은 정말 빨라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트렌비는 어떻게 될까요? 월간을 넘어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하며, 명품 플랫폼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까요? 아쉽지만 트렌비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여전히 많습니다. 우선 이번 흑자가 단발성이 아니라, 쭉 이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하고요. 어느 정도 이러한 작업이 완료되면, 거래액 규모도 적어도 줄어들진 않도록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품 시장은 상품 공급자가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기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박경훈 대표 역시 병행 수입 벤더들의 입점 비즈니스 모델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래서 트렌비는 해외 직소싱과 중고 사업을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라 하고요.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트렌비가 테크 역량을 갖춘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비는 대표부터 개발자 출신으로, 가격 비교 솔루션에서 시작되었고요.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간 쌓아온 기술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AI 기반의 감정 효율화 등은 더욱 고도화되면, 적어도 한동안은 확실히 타 플랫폼 대비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흑자 전환을 통해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한 트렌비가 기술 기반으로 그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지, 앞으로 명품 플랫폼 간 경쟁은 전혀 다른 구도로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직접 그 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총 4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제작했다는데요

방판, 중국에 이어 이번엔 미국에서 반전을 꾀합니다

매우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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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뉴스레터 중 2번째 내용은 트렌비 박경훈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었는데요. 광고성 콘텐츠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봐 한번 더 밝힙니다. 첫 시도인데 여러 의견 남겨주시면 추후 더 보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큰 도움 주신 박경훈 대표님에게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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