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안녕.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어? 나는 우리 집 야옹이 미야랑 아랫목에 누워서 귤 까먹으면서 보냈어. 따뜻하고 좋더라. 크리스마스가 대수니. 그냥 편하고 따뜻했으면 됐지.

근데 나 잠깐 뻘소리 좀 해도 돼? 나 지금 완전 기분이 몽글몽글 혼자 벅차올라서 꼭 말해주고 싶어. 너한테 편지 쓰면서 먹으려고 초콜릿 봉지 하나를 꺼냈거든. 근데 유통기한이 22년 2월 14일까지야. 초콜릿의 수명이 밸런타인데이에 끝나다니. 완전 초콜릿의 운명을 타고났지 않아? 이상 뻘소리 끝이야.

며칠 전에 꿈을 꿨었는데 이게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모르겠어. 그래서 그 꿈을 정의해 보기 위해 노력 중인데 너도 같이 고민해 주라. 꿈에 내가 오랜 시간 동안 보고 싶어 했던 사람이 나왔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상 속에서도 문득 그 사람 생각이 나서 괜히 멍해지기도 했거든. 요즘은 딱히 생각이 안 나서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이 다 소모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또 꿈에 불쑥 나타난 거 있지. 아주 자기 멋대로야. 꼭 너는 아직 괜찮아진 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어서 정기 스케줄 잡아서 나타나는 것 같아.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라서. 이 순간이 꿈이라는 걸 그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차려 버렸어. 꿈속에서 내 모습은 너무 행복해 보였는데, 나는 꿈속에서도 슬퍼하느라 그 시간조차 즐기지 못했어. 꿈인 걸 알아차리기 전에는 당황스러웠고, 꿈인 걸 알아차린 후에는 다급해지더라. 내 기억 속 그 사람 형상이 흐릿해지면 꿈속의 그 사람도 흐릿해진다? 오로지 나 혼자 붙잡고 있는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해.

나한테 많은 생채기를 남긴 기억이라서 깊게 묻어뒀었거든. 그랬더니 먼지가 많이 쌓였나 봐. 기억이 꺼내지면서 그 먼지들이 날려 내 머릿속 여기저기에 쌓인 것 같아. 먼지조차도 다 그 사람의 조각들 같아서 날 더 힘들게 하는 걸지도. 이제는 못 보는 사람을 꿈에서라도 봐서 좋아해야 하는 건지, 꿈에서 나는 너무 행복해했으니까 좋은 꿈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기엔 지금의 내가 너무 힘들어서 나쁜 꿈같기도 한데. 야 너 생각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