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기자 #감염된독서 #감염병

시사IN북 뉴스레터 #24

동네에 다리를 저는 어른들이 간혹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철없이 그 모습을 깔보기도 했지요. 조금 나이가 들고 나니 그분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남의 눈길을 의식하면 더 부자연스러워지는 엇박자 걸음에 가슴이 저려오기도 했지요.

흔히 소아마비라 불렸던 이들의 병증이 바이러스 때문임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입니다. 의학적인 공식 명칭은 폴리오라 하더군요. 지금은 백신 접종이 일반화되면서 퇴치 단계에 이르렀지만 오래지 않은 과거만 해도 폴리오는 이처럼 무서운 질병이었던 셈입니다.

일일 확진자 숫자가 치솟으면서 사회 전반이 얼어붙는 것이 느껴지는 이즈음입니다. 본인 또는 주변 사람이 감염병 진단을 받았을 때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감염된 독서> 저자는 얼마 전 <시사IN>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묻더군요(<네메시스>라는 흥미로운 책을 다룬 기고글입니다). 폴리오가 퇴치 가능한 바이러스임을 알았더라면 80년 전 과거를 살던 사람들이 덜 불안했겠느냐고요

아마도 아니었겠죠. 언젠가 백신이 개발될 것임을 알면서도 지금, 여기의 불안은 불안대로 겪어낼 수밖에 없는 2020년의 우리들처럼요. 견뎌낸다는 것, 그리고 살아낸다는 것의 엄중함을 새삼 되새기게 되는 나날입니다. 침착하게 다시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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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by Pixabay 


세상은 정지되고 감정은 뒤엉키고...

   최영화 지음/글항아리 펴      

두려움은 감염병 그 자체보다는 외부로부터 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확진돼 주변으로부터 비난받거나 추가 피해를 입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수치가 나 혹은 타인이 감염되는 경우보다 높았다. 감기 증세에 몸을 움츠린 경험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러게 거길 왜 갔어?’ ‘많이도 돌아다녔네’ 하고 쏟아지는 댓글을 잠시 상상하고는 금세 아득해졌다. 감염병만큼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세상은 정지되었을 것이고 머릿속에는 온갖 감정이 뒤엉켜 왔다 갔다 했을 것입니다.” 〈감염된 독서〉의 한 문장은 감염 환자가 느끼는 불안을 이해하는 듯하다. 저자는 에이즈 환자의 사랑을 다룬 프레데리크 페테르스의 소설 〈푸른 알약〉의 일부를 인용하며 “에이즈라는 병은 이해와 경멸이라는 두 극단에서 줄타기하기 마련”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수치심, 죄책감, 죽음에 대한 공포. 감염내과 의사인 저자가 2001년 스위스에서 출간된 문학 작품에서 찾아낸 감염병의 ‘얼굴’이다.

한때 문학도를 꿈꾸다 의사가 되었다. 의사로 산다는 건 죽음을 곁에 두는 일이었다. 탈출구를 찾는 심정으로 문학작품들을 읽고 글도 썼다. 시, 소설, 영화 작품 속에 기록된 감염병을 하나하나 톺아내며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의 사연을 떠올리기도 하고, 의사로서의 전문 소견도 곁들인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결핵으로 죽어가는 주인공 형이, 김승옥의 〈서울·1964년 겨울〉에는 급성 뇌막염으로 죽은 아내가 있었다. 인류사를 바꿔온 만큼 감염병의 흔적은 문학작품에도 새겨지기 마련이다.

감염병이 만든 희로애락을 읽으며 저자는 겸허해진다고 말한다. “공포와 무지 속에서 삿대질을 받거나, 숙명과 한계 속에서 안도해야지.”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모방 시대의 종말 
이반 크라스테프·스티븐 홈스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펴냄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 어쩌지?”  

민주주의는 위기이고 포퓰리즘은 전성기다. 문제는 우리 시대가 그런 길로 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다. 이 책은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답변을 들고 논쟁에 뛰어든다. 키워드는 ‘모방’이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자유민주주의는 사실상 경쟁 상대가 사라진 ‘정답’이 되었다. 각국의 과제는 이미 주어진 옳은 길을 잘 모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방’이란 근본적으로 불만과 스트레스를 부르는 기획이니, 한 세대가 지나자 모방에 대한 반동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모방을 강요당한 동유럽과 러시아는 물론, 모방을 강요한 미국까지도 그랬다. ‘모방과 그 반동’이라는 렌즈로 권위주의의 부활과 민주주의 위기를 재해석하는 아주 독특한 책.  

 책 자세히 보기 >>  

한류의 역사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역사는 수렁에서 핀다."

곱씹어보면 한류는 낯설고 기이한 현상이다. 한국인보다 한국 연예인을 잘 아는 팬덤이 세계적으로 자꾸 늘어난다. 30년 전 ‘문화 제국주의의 침탈’을 우려하던 저자는 어째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궁금했다.
책은 광복 이후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과 주요 사건을 훑는다. 1959년 미국에 진출한 ‘김 시스터즈’부터 서태지와 아이들, 일본 문화 개방, 욘사마 열풍, 싸이 등을 다뤘다. 
저자는 창대한 오늘의 한류에 찬탄하면서도, 그 비결이 아름답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군사훈련식 육성, 도박성 코리안드림, ‘빨리빨리 문화’ 따위 ‘수렁’이 한류의 수원이라고 한다. 한류의 탁월성이 악습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결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보자고 썼다.  
 

슬픔도 태도가 된다
전영관 지음, 문학동네 펴냄 

“내 안의 꽃이 다 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꽃이 보인다.”  

회진, 처방전, 후유증, 요양, 퇴원. 시집에 실린 시 제목들이다. 병과 관련한 낱말들. 시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했던 시인의 삶과 엮여 있다. 느닷없는 질병은 몸의 한계와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문학평론가 김수이의 해설처럼, 시인은 한 인간을 급습한 ‘질병이라는 재난’을 통과하는 것이 어떤 일이며 의미인가를 서술한다.
이 시집에서 시 한 편을 고르라면, ‘퇴원’이다. 뇌병동에서 퇴원한 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부부가 떠난 자리를 보고 시인은 이렇게 쓴다. ‘두 사람 앉았던 방석의 우묵한 자국이/ 천천히 평탄하게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잔잔한 울림이 기억에 남는다.  


동물 기계  
루스 해리슨 지음, 강정미 옮김, 
에이도스 펴냄 
 
“언제 우리는 학대를 인정할 것인가?”

이 책이 처음 출판된 건 1964년이었다. ‘채식주의자이며, 늙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옮긴이 강정미씨는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몇 년 전 국회의 동물복지 관련 세미나에서였다. 세미나에서 덴마크 출신의 학자는 동물복지라는 개념이 모두 이 책에서 비롯했다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1975년 〈동물 해방〉을 쓴 철학자 피터 싱어도 〈동물 기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할 만큼 이 책은 동물복지 분야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저자 루스 해리슨이 동물운동 단체의 전단지 한 장을 보고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쓴 지 벌써 반세기가 넘었지만 공장식 축산 방식은 여전하다. 당시 흑백사진에 담긴 농장 내부 풍경은 낯설지 않다.

 
    하루 한 편 시사IN 읽는 습관
 
스마트폰만 잡았다 하면 이곳 저곳 서핑하느라 정작 중요한 뉴스는 놓치는 당신😤

바빠서 읽지 못한 시사IN이 어릴 적 학습지마냥 쌓이고 있는 당신😁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에 
마음 둘 곳이 필요한 당신😔을 위해

보증금 만 원을 걸고 내기 방식으로 
읽기 근육을 기르는 신개념 프로젝트 

√ 기간:9월7일~12월15일(100일간)
√ 방식:매일 제공되는 <시사IN> 기사 한 편 골라 읽고 한 줄 평 올리기
√ 참가 비용:보증금 만 원
   *미션 완수시 전액 환불됩니다, 미션 실패로 쌓인 보증금은 원하는 곳에 기부됩니다. 
 
 

"동네 모퉁이, 볕 잘 드는 상가 1층에 자리 잡은 새 서점 공간을 찾은 사람들은 묻는다. 
“책 팔아서 장사가 돼요?” 
물론 쉽지 않다.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책방을 지키는 덕분에 인건비를 아껴 적자를 면하는 정도다. 

책보다 음료나 굿즈를 팔아 연명하는 책방이 많다는 건 업계 상식. 
그런데 쩜오서점은 음료도 팔지 않는다. 주문할 수는 있다. 메뉴판도 있다. 
다만 음료를 시키면 조금 뒤 옆집 골목 카페 주인장이 주문한 음료를 배달해온다. 
쉽지 않은 상생 모델 앞에서 어리둥절해하는 기자를 이들은 외려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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